권철현 한나라당 의원의 9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은 '이회창 지지'가 아닌, '이회창 비난' 기자회견으로 드러나, 언론들의 거센 비난을 사고 있다.
나경원 대변인은 이 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권철현 의원 기자회견은 탈당 관련 기자회견이 아니다"라며 "오늘 아침 이명박 후보와 권 의원이 통화했다"고 밝혔다. 그는 "권 의원이 오늘 할 기자회견은 그간 이 전 총재측에서 우리쪽으로 오라고 집요하게 권 의원을 회유하고 설득한 내용을 공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권 의원의 전날 행동은 달랐다. 권 의원은 전 날 저녁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긴급 기자회견'이라는 문건만 배포한 채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잠적했었다.
권 의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보좌관을 통해 "이회창 총재님을 모셨던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정말 총재를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했고 그 생각을 내일 언론에 발표할 것"이라는 말을 흘렸다. 권 의원실 역시 "현재로서는 모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탈당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를 두고 권 의원이 이회창 전 총재의 마지막 비서실장으로서 이 전 총재과의 의리 때문에 한나라당을 전격 탈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급속도로 퍼지며 밤새도록 기자들은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했다. 권 의원은 더 나아가 긴급 기자회견 장소로, 거취 문제와 같은 정치인의 중대결정 발표 때 통상 이용하는 의원회관 사무실로 정해 언론의 억측을 부추겼다.
권 의원은 특히 이 후보측과도 전날 밤 연락이 되지 않는 등 한나라당 당직자들조차 기자회견 일정과 내용에 대해 파악하지 못해 동분서주했다. 그러다가 결국 이날 오전 이명박 후보와 통화에서 기자회견이 '탈당'이 아닌 '이회창 비난' 기자회견임을 밝힌 것.
나 대변인은 권 의원의 행태에 대한 기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나도 (어제까지 무슨 기자회견 내용인지) 못 들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권 의원은 부산 지역의 3선 중진으로 이명박 후보의 특보단장을 맡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후보에게 누를 끼치는 행위를 밑에서 또 저지른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