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중진인 권철현 한나라당 의원(부산 사상)이 9일 오후 2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라고 발표, 한나라당을 바짝 긴장케 하고 있다.

권 의원은 그러나 어떤 내용의 기자회견을 할 지에 대해서는 측근들에게조차 "내일 발표하겠다"고 함구한 뒤 자택에도 들러지 않고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채 칩거에 돌입했다.

특히 권 의원이 기자회견을 할 장소는 다름 아닌 자신의 국회의원회관 내 사무실. 통상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것은 정치인이 자신의 거취와 같은 중대발표를 할 때 택하는 장소다.

권 의원 측근은 본지와 통화에서 "내일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만 한다는 것만 알려주시고 나가셨다"며 "저보고 '기자들이 무슨 일이냐고 전화를 숱하게 받을 거지만 니가 고생 좀 하라'는 언질만 주셨다"고 밝혔다.

측근에 따르면 권 의원은 "이회창 총재님을 모셨던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정말 총재를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했고 그 생각을 내일 언론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해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권 의원은 현재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특보단장을 맡고 있으며, 국회 교육위원장이기도 하다.

권 의원은 이 전 총재 시절 한나라당 대변인과 지난 2002년 대선 당시에는 이 전 총재의 마지막 비서실장을 역임한 바 있다. 이같은 권 의원과 이 전 총재의 인연을 고려할 때, 권 의원이 한나라당을 전격 탈당하고 이 전 총재 캠프에 합류하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이 제기돼 귀추가 주목된다.

권 의원 측근은 이와 관련 "현재로서는 모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권 의원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감지되자 초비상이 걸린 상태다. 특히 강재섭 대표가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에서 "만의 하나, 이회창 씨와 내통하는 인사가 있다면 해당행위자로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며 강력 경고한 직후 나온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어서 크게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권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한 의원은 "직접 본인에게 확인한 것은 아니나 탈당은 아닌 것 같다"며 "이회창 전총재에게 보내는 고언 형식의 기자회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해, 과연 권 의원이 9일 어떤 얘기를 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