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완상 "朴대통령, 한마디로 형편 없네요"
"말은 대박인데 하는 일은 쪽박", "이렇게 역사를 후퇴시다니"
YS정권때 통일부총리를 지냈던 한완상 전 부총리는 이날 저녁 CBS라디오 '정관용의 시사자키'와의 인터뷰에서 "(취임초) 잘하면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보다도 역사에 남을 업적을 남길 수도 있겠다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하니까 뭐..."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완상 "말은 대박인데 하는 일은 쪽박"
한 전 부총리는 구체적으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주창하지 않았나? 신뢰프로세스를 정책으로 내건 이상, 북측이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거나, 말을 하거나 ... 무슨 제안을 해야 되겠죠"라면서 "그런데 실제로는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불신하는 이야기들만 해왔다. 해외에 나가서, 국제사회를 향해서도 북한을 옥죄는 발언들을 했다"고 이중성을 힐난했다.
그는 이어 "또 국내극우·냉전 세력들이 벌이는 반목 행사 있지 않나? 풍선에 전단지 달아서 날리는. 그렇게 북측이 화가 나게 하는 행동들만 자꾸 골라서 하니까, 북한은 '이거 신뢰 프로세스가 아니라 불신프로세스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통일대박’을 언급하고, 또 통일준비위원회라는 것을 구성했다"면서 "남북간 불신이 극에 달한 이런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들면 어떻게 하냐? 자칫 잘못하면 오히려 통일 안되게 하는 준비를 하고 있다, 이렇게 보일 수도 있다"고 꾸짖었다.
그는 "왜 이렇게 앞뒤가 안 맞는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제가 제일 불안한 것은, 대통령의 언행불일치"라면서 "통일에 관한 언술과 발표는, 말 그대로 대박이고 참 좋은데, 하는 일은 대박과는 정반대...쪽박으로 가고 있다"면서 "남북관계에 불신이 쌓여 가고 있는데도 이 ‘언행 불일치’의 심각성을 본인이 모르시는 것 같다. 아시면 ‘유체이탈식 발언’을 안 하실 것 아니냐"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제가 전에 문민정부 당시, 김영삼 대통령한테 이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다. '남북관계에 있어서 강경발언을 대통령께서 하고 싶으면 저기 저 국방장관을 시키십시오. 그리고 인기를 못 끌 유화발언 하고 싶으면 저 같은 사람을 시키십시오. 그래서 일단 우리 선에서 발언들을 해서 어떻게 사태가 되어 가는가를 보고 마지막 조정할 때 대통령께서 나서셔야 됩니다'라고요. 당시만 해도 이런 이야기를 할 수가 있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한완상 "2년도 안돼 역사를 이렇게 후퇴시키다니 경악스러워"
한 전 부총리는 '정윤회 문건' 파동과 관련해서도 "이 국정농단 논란이 한마디로 말하면 불투명성 때문에 비롯된 일"이라며 "그런데 당신이 그 불투명의 핵심부에 있으면서 비서들한테는 '정부가 하는 일을 투명하게 알리도록 해라'라니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면 그런 말씀을 못하시죠"라고 힐난했다.
그는 이어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대통령께서 하시는 말씀이 어떻게 국민들에게 전달되는지, 어떻게 역사에 기록이 되는지를 본인이 전혀 모르시는 것 같다"며 "사실 그걸 깨닫게 해 주는 사람들이 청와대 참모진, 비서진들 아니냐? 그런데 비서진들도 그것을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박 대통령과 참모진을 싸잡아 질타했다.
그는 "역사가 후퇴해서 유신체제나 해방후 혼란기도 돌아간 게 아니다. 그것보다 훨씬 더 뒤로 되돌아간 것"이라며 "조선조시대 궁정에서 벌어지는 알력 다툼처럼 보이지 않나? 심지어 십상시 운운 하는데 이게 대체 언제 이야기냐"고 일갈했다.
그는 "그러니까 뭐 역사가 이렇게 짧은 기간에 2년도 안 되는 시간에 이렇게 후퇴할 수 있다는 것은 경악스러운 것이다. 그런데 경악의 뜻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지금"이라고 힐난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이 어떤 사람을 지명할 때 막 깜짝깜짝 놀래요. 후보자가 만약 언론계에 있었다고 그러면... 언론계에서 존경받는 기자, 논설위원 이런 분들이 후보자가 되는 게 상식이죠. 그런데 이상한 사람들이 굉장히 중요한 자리에 이렇게 발탁되는 것을 보고 어디서 아이디어를 줘서 저렇게 됐는가 싶다"면서 "너무 깜짝깜짝 놀라게 되는 인사를 계속 하시니까 이제는 겁이 나요"라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지난 2년 국정운영에 대해서도 "지금 뭐 2년도 안 됐지만 제일 잘한 것이 뭔지 모르겠다. 안 떠올라요"라면서 "왜냐하면 기대가 다 하나하나씩 무너지기 때문에 떠오르는 것은 없다. 그래도 잘한 것이라고 하면... 글쎄요, 외국에 나가서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려줬다는 것. 한복을 입어 우아하게 보였다는 것, 이런 코스메틱한 차원에서 잘한 것은 있는 것 같다"라고 비꼬았다.
그는 향후 국정운영에 대해서도 "당신께서 하시는 말씀을 당신이 모르시는 걸 보면 낙관할 수 없는 것 같다"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그러면서도 박 대통령 "(분단)70주년이 되는 내년 2015년에는 우리 박근혜 대통령께서 어떻게 하든지 이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만드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좋겠다. 모든 외교채널을 동원하면 좋겠다"면서 "남북정상 합의를 기초로 각론을 얘기하고, 통일준비위원회도 구성하시고 해서 평화체제로 이행하게 되면 이건 세계 역사에 획을 긋는 거다. 그러니까 냉정체제를 완전 종식시키는 선언을 우리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북한의 최고지도자들하고 같이 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생길 것"이라고 염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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