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朴대통령의 경제혁신 3개년, 창조성 말살할 것"
"새마을운동 정신으로 재무장해 무슨 문제 풀겠나"
이준구 교수는 이날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시간을 거꾸로 가는 타임머신을 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등의 사례에서 잘 보시듯 창조라는 것은 개인의 왕성한 기업가적 정신의 결과물이지 결코 정부 개입의 산물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몇 개년 계획을 세워 경제혁신을 추진한다는 것은 창조성을 뿌리채 말살하겠다는 시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새마을운동과 경제혁신 3개년계획이라는 발상으로 명확하게 드러났지만, 박대통령의 현 정부는 앞을 보고 향해 달려나가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영화(?)에만 집착하는 시대착오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새마을운동 정신으로 재무장한다 해서 지금 우리 앞의 무슨 문제가 제대로 풀리길 기대할 수 있겠나?"라고 탄식했다.
다음은 이 교수의 글 전문.
거꾸로 가는 한국 사회
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시간을 거꾸로 가는 타임머신을 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자신과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종북으로 몰아가는 세태는 암울했던 유신시대로 회귀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려 하지 않고 군림하려 드는 자세를 보이는 것도 60년대의 낡은 영화를 창고에서 다시 꺼내 상영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더욱 시대착오적인 것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입니다.
얼마 전에는 뜬금없이 "새마을운동"을 들고 나오더니 어제는 "경제혁신 3개년계획"이란 기상천외한 발상까지 나오더군요.
2010년대의 문제를 1960년대의 사고방식으로 풀려하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네요.
현 정부가 내세우는 "창조경제"의 알맹이가 있던 없던 간에 창조를 강조한다는 것 그 자체는 시의적절한 일입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 경제는 양적 성장이 한계에 도달해 질적 성장으로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질적 성장의 핵심이 바로 창조라는 것은 누구나 다 잘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등의 사례에서 잘 보시듯 창조라는 것은 개인의 왕성한 기업가적 정신의 결과물이지 결코 정부 개입의 산물이 아닙니다.
정부가 몇 개년 계획을 세워 경제혁신을 추진한다는 것은 창조성을 뿌리채 말살하겠다는 시도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경제계획이라는 것은 양적 성장의 시대에나 적합할 개념이지 질적 성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개념입니다.
내가 늘 지적하는 바지만, 사회 전체의 창의성을 높이는 길은 교육, 연구에 대한 꾸준한 투자밖에 없습니다.
지금처럼 선행학습으로 아이들이 배우고자 하는, 생각하고자 하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교육방식으로 창조라는 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일 뿐입니다.
스펙쌓기의 성과로 승자를 가리는 졸렬한 입시제도로는 창의적인 인재를 키울 수 없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수학,과학경시대회 입상하고, 그걸 이용해 국제중에 들어가고, 다시 그걸 이용해 특목고 들어가고, 또 다시 그걸 이용해 SKY나 외국 명문대 들어가는 사람에게서 무슨 창의성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체제에 순응하는 노예적인 인간만 판박이처럼 찍어낼 뿐이지요.
빌 게이츠, 세르게이 브린, 스티 잡스, 마크 저커버그가 그런 길로 성장한 사람이던가요?
그런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면 판에 박힌 교육에 짓눌려 우울증 환자가 되어 버렸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 마디로 현재 우리의 교육은 사상 최대의 코미디이자 비극입니다.
놀지도 못하고 운동할 시간도 없이 책만 붙들고 있어야 하는 아이들의 머릿속에 참신한 아이디어가 샘솟을 수 있겠습니까?
일부 학교에서는 대학입시 준비시키려고 예능이나 체육 같은 과목 줄여도 교육당국은 수수방관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육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은 눈을 씻고 찾아보려 해도 찾을 수 없습니다.
교육은 그렇고 연구는 또 어떻습니까?
연구랍시고 논문 편수 채우기에 급급한 상황에서 무슨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겠습니까?
세계 대학 랭킹 올랐다고 떠들어 대지만 내가 보기에는 외화내빈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금 대학교수들이 갖고 있는 논문 편수는 몇 십 년 전 대학교수들이 갖고 있는 논문 편수의 몇 배, 혹은 몇십 배나 될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지금의 교수들이 자신의 학문에 대해, 혹은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나 주변 환경에 대해 예전 세대의 교수들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논문 쓰는 스킬만 늘었지 학문에 대한 깊은 성찰은 별로 나아진 점이 없다는 것이 내 판단입니다.
더군나나 사회를 뒤바꿀 창의적인 생각을 만들어 내는 산실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현재 우리의 대학은 조선시대의 서당만도 못할지 모릅니다.
자유로운 영혼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펴는 공간이어야 할 대학이 성과 위주의 기업경영 방식으로 오염되어 버리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새마을운동과 경제혁신 3개년계획이라는 발상으로 명확하게 드러났지만,박대통령의 현 정부는 앞을 보고 향해 달려나가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영화(?)에만 집착하는 시대착오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새로운 문제는 새로운 해법을 요구합니다.
새마을운동 정신으로 재무장한다 해서 지금 우리 앞의 무슨 문제가 제대로 풀리길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2014년 현재 우리는 1960년대나 70년대와는 그 근본부터 다른 문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현 정부는 그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렇다할 아이디어가 전혀 없습니다.
아이디어의 결핍을 만회해 보려고 창고 속에 내던져진 시대착오적인 도구들을 자꾸 다시 꺼내드는 형국입니다.
이런 시대착오적인 태도로 어떻게 앞날의 험난한 파도를 헤쳐나갈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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