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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진 "유홍준 청장, 30억 예산 간청하던 얼굴이 떠오른다"

"언제부터 한국 지식인-언론이 그렇게 문화재 사랑했던가"

이계진 한나라당 의원이 29일 당 홈페이지에 '숭례문 화재'로 불명예 퇴진한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고 위로하는 편지글을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금 검찰에게 당론으로 유홍준 전 처장 처벌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국회 문광위원으로 3년간 활동화며 유 전청장과 빈번히 접했던 이 의원은 편지에서 "문광위원 활동을 했던 3년 동안의 소회는, 대한민국에는 ‘문화재’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너무나도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는 것"이라며 "그러고 보면 이번 숭례문 소실 사건 후에 분출된 일부 국민과 일부 언론, 특히 일부 ‘지식인’들이 보여준 문화재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정말 어리둥절할 정도로 놀라웠다. 청장님도 아마 그런 느낌이었을 것"이라고 힐난했다.

이 의원은 이어 "솔직히 말하자면, 그러한 반응을 보면서 ‘반갑고 다행스럽게’도 느껴졌지만, 그들이 언제부터 그렇게 문화재를 사랑했던가 하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도 없지 않았다"며 "해마다 예산 국회 때 어느 누가 ‘문화재청 예산 부족’을 걱정하는 언급을 하거나 그런 상황이 언론에 반영된 적이 있기나 했냐? 특히 지난 연말에는 맨 대선 뉴스로만 ‘도배’를 했지........ 해마다, 해마다 그런 식이었을 것이다, 아마"라고 언론을 힐난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유 전청장이 재직시절 문화 예산을 한푼이라도 더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에피소드를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연말, 새해 예산을 다루던 예산 심사장에서 해저 유물 인양선 한 척만 만들어 달라며 ‘30억 원’의 예산을 애걸했으나 그 뜻이 기획예산처에 씨도 먹히지 않자 회의장 뒤쪽으로 살금살금 나를 찾아와 ‘야당 예결위원’인 나에게 그 예산의 필요성을 정부 측에 좀 역설해달라고 간청하던 유 청장님의 간절한 얼굴을 떠올려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 청장님, 대한민국 문화재청 예산이 얼마던가요? 표가 나올만한 곳에나, 지역민이 환호할 폼 나는 일, 또는 이른바 거물 정치인이 관심을 기울이는 일에는 (예를 들면 새만금 사업 같은 일에는) 환경단체 등 국민의 극한 반대를 무릅쓰고 그 얼마나 많은 국고를 쏟아부었냐"고 반문한 뒤, "그러면서도 해저에 가라앉아있는 엄청난 유물을 끌어올릴 30억 원짜리 인양선 하나 만들어달라는 청장의 요구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야당 의원인 나에게 SOS를 쳤지 않냐? 참 그 예산이 어떻게 됐나 알아봤더니, 20억 원으로 깎여 올라갔다는데도 기예처에서 받아들이지 않아 전액 날아가 버렸다지요? 그럴 줄 알았다... 조금 더 확인해보지 못한 점 정말 미안하다. 내가 그렇게 호소했는데....."라고 미안함을 토로했다.

그는 "그런 청장님이 턱없이 적은 예산 가지고 엄청난 문화유산 지키며 악전고투하다가 그만 ‘생각할 수도 없었던’ 숭례문 소실사건이 나서 하루아침에 죄인이 되어 물러나셨다. 그나마 유청장님이 오셔서 문화재청 예산이 많이 늘어난 게 그 정도였지요?"라며 "어쨌든 불이 났고 숭례문은 타버렸으니 어찌하겠습니까?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고 국민의 격한 마음을 달래야 하고 그 제단에 유 청장이 올라선 것이라고 생각하십시오. 무거운 마음으로 물러나셨지만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그동안 노고를 치하했다.

다음은 이 의원의 글 전문.

자유인이 된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에게

유청장님! 자유인이 된 지금 얼마나 홀가분하십니까? 국회 문광위원 시절에 문화재청의 일을 함께 고민하던 이계진입니다.

얼마나 ‘홀가분하시냐’, 안부를 했지만, 사실 기가 막힐 일로 자리를 물러난 지금 결코 마음이 편치 않으시겠지요?

자택의 주소를 알아서 편지를 드릴까 했지만, 이곳에 글을 남기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편지가 공개되게 됐습니다.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 이 편지를 조금 일찍 쓰고 싶었지만 숭례문을 사랑하던 많은 국민의 탄식과 슬픔과 비난의 목소리가 너무나 크게 들려 차마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공천과 총선을 앞둔 사람으로서, 숨만 겨우 쉬며 몸조심 말조심을 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어떤 사안에 대하여 말해야 할 때 말하지 않는 것은, 말하지 않아야 할 때 말하는 것과 똑같이 비겁하다는 생각에 이 편지를 씁니다.

또한, 대한민국에서 괜찮은 지도층이나 교양인으로 그럴 듯하게, 별 탈 없이 살아가는 방법은 어떤 잘못된 사안에 대하여 아주 침묵해 버리거나, 아니면 그 누구보다 더 흥분하며 열을 올려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숭례문 소실사건에 대하여서는 분명 관리의 최고 책임자로서 잘못된 것이고, 또 잘 잘못을 떠나 그 어떤 사건보다 안타까운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죄인’이시지요. 그러므로 국보소실사건이 난 후에 격앙된 국민의 감정을 보면서, 아예 침묵하거나 일단의 책임이 있는 유청장님 같은 분을 향해 거품을 물어야 훌륭해 보일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너나없이, 내가 떳떳하건 아니건, 상대적으로 훌륭해 보이려고, 남몰래 간음한 사실은 숨기고, 간음하다 재수 없게 들켜 광장에 끌려나온 여자를 향해 무자비하게 아니 되레, 남보다 더 큰 돌을 들고 설쳐대며 돌을 던지고 있습니다, 그려.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와는 다르게 말입니다.

조금 빗나가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저 정부 때나 이 정부 때나 새로운 각료 내정자를 향해 돌을 던지는 풍경 또한 과히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나의 부끄러움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으므로 돌을 던질 수 있다는 거겠지요.

유청장님, 요즘 어쩌면 잠도 제대로 못 주무시고 괴로우실 겁니다. ‘국보를 태워 먹었다’는 꼬리표를 영원히 달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사람이 됐으니요....., 청장님!

그렇다면, 유청장님만 죄인이신가요?

지난 연말, 새해 예산을 다루던 예산 심사장에서 해저 유물 인양선 한 척만 만들어 달라며 ‘30억 원’의 예산을 애걸했으나 그 뜻이 기획예산처에 씨도 먹히지 않자 회의장 뒤쪽으로 살금살금 나를 찾아와 ‘야당 예결위원’인 나에게 그 예산의 필요성을 정부 측에 좀 역설해달라고 간청하던 유 청장님의 간절한 얼굴을 떠올려봅니다. (유청장님에게는 속이 후련한 응원으로 들리시지요? 그러나 일부 뛰어난 지식인들은 무슨 엉뚱한 ‘예산 타령’이냐고 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래도 문화재 발굴과, 보존과, 관리에는 적정한 예산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

이 일은 하나의 에피소드에 불과하지요? 돌아보면 문광위원 활동을 했던 3년 동안의 소회는, 대한민국에는 ‘문화재’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너무나도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이번 숭례문 소실 사건 후에 분출된 일부 국민과 일부 언론, 특히 일부 ‘지식인’들이 보여준 문화재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정말 어리둥절할 정도로 놀라웠습니다. 청장님도 아마 그런 느낌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그러한 반응을 보면서 ‘반갑고 다행스럽게’도 느껴졌지만, 그들이 언제부터 그렇게 문화재를 사랑했던가 하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도 없지 않았습니다. 해마다 예산 국회 때 어느 누가 ‘문화재청 예산 부족’을 걱정하는 언급을 하거나 그런 상황이 언론에 반영된 적이 있기나 합니까? 특히 지난 연말에는 맨 대선 뉴스로만 ‘도배’를 했지요........ 해마다, 해마다 그런 식이었을 겁니다, 아마.

유 청장님! 박사학위를 가진 불쌍한 문화재 전문인력들이 오뉴월 뙤약볕 아래 유적발굴현장에서 유물을 찾느라 삽질 호미질도 아닌 붓질을 하며 땀을 흘리는 모습을 봤고, 발굴된 문화재가 쌓여 있는 먼지나는 수장고 안에서도 인내를 시험하는 ‘붓질’로 유물 하나하나를 다루는 현장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들이 받는 한 달 봉급이 100여만 원이라고 했던가요? 기절할 뻔했습니다. 혹시 좀 올랐습니까? 그 정도면 아마 대도시 파출부 인건비와 큰 차이가 없을 겁니다.

유 청장님, 대한민국 문화재청 예산이 얼마던가요? 표가 나올만한 곳에나, 지역민이 환호할 폼 나는 일, 또는 이른바 거물 정치인이 관심을 기울이는 일에는 (예를 들면 새만금 사업 같은) 환경단체 등 국민의 극한 반대를 무릅쓰고 그 얼마나 많은 국고를 쏟아부었습니까?

그러면서도 해저에 가라앉아있는 엄청난 유물을 끌어올릴 30억 원짜리 인양선 하나 만들어달라는 청장의 요구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야당 의원인 나에게 SOS를 쳤지 않습니까? 참 그 예산이 어떻게 됐나 알아봤더니, 20억 원으로 깎여 올라갔다는데도 기예처에서 받아들이지 않아 전액 날아가 버렸다지요? 그럴 줄 알았어요... 조금 더 확인해보지 못한 점 정말 미안합니다. 내가 그렇게 호소했는데.....

어느 퇴임 대통령의 고향집 사저는 많은 예산을 들여 아주 잘 지었다지요? 하긴 먼 후일에 문화재가 되겠지요........

이런 현실에서는 화재 예방이니 문화재 복원이니 또는 수리니 하는 것은 사치에 가깝고, 비가 새서 썩는 곳 틀어막기에 급급한 것이 현실 아닙니까?

우리 고향 어느 사찰에는 화재 예방을 위한 소방도로를 개설하려는데 ‘불가불가’이며 문화재 수장고 하나 지으려고 하니 적법한 예산이 없어서 그 역시 ‘불가불가’랍니다. 아 참, 그런 현실에도 원주에 일제 강점기 때 지역에서 반출된 보물 제190호 거돈사 ‘원공국사숭묘탑’ 복각품을 제대로 만들어 주셔서 새삼 감사합니다. 그 필요성도 유 청장님 아니면 아마.......

대한민국에서 어떤 분야의 ‘수장’이 되려면 ‘지장’이나 ‘덕장’보다 ‘복장’, ‘운장’이 돼야 한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운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고 보니 유 청장님은 문화재에 관한 전문가로서 ‘지장’이었다는 생각은 들지만 ‘운장’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생각나십니까?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유명한 천하의 유홍준교수가 문화재청장으로 취임했을 때 모든 문광위원들은 여야 없이 노 대통령이 참으로 잘한 인사라고 평하고, 오로지 ‘유청장 같은 분’이 문화재청장으로 임명된 것을 축하했던 일 말입니다.

그런 청장님이 턱없이 적은 예산 가지고 엄청난 문화유산 지키며 악전고투하다가 그만 ‘생각할 수도 없었던’ 숭례문 소실사건이 나서 하루아침에 죄인이 되어 물러나셨습니다. 그나마 유청장님이 오셔서 문화재청 예산이 많이 늘어난 게 그 정도였지요?

어쨌든 불이 났고 숭례문은 타버렸으니 어찌하겠습니까?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고 국민의 격한 마음을 달래야 하고 그 제단에 유 청장이 올라선 것이라고 생각하십시오.

무거운 마음으로 물러나셨지만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좋은 글 많이 쓰시고, 좋은 강의 많이 하시고, 자유인으로서 행복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총선 끝나거든 술 한잔합시다. 그때 좋은 얘기 많이 듣지요.....
임지욱 기자

댓글이 3 개 있습니다.

  • 25 13
    유청장님 죄송합니다.

    유청장님 죄송합니다.
    유청장님 죄송합니다.

  • 19 22
    염대장

    인성문제다.
    누구나 자기 직분에 충실하다.왜냐하면 그에 상응한 보수를 받기때문으로 뭔가 댓가를 보여 주어야하기 때문이다.그는 메스콤 보도에 의하면 현판을 훼손시킨 유공(?)으로 문화재청장에 발탁되어 능의 제실에서 취사하고,경회루에서 연회를 베푸는등 문화재 훼손에 앞장선 사람이다.또한 공직자가 지켜야할 정신덕목인 민폐를 끼치지 말아야 하는데도 임기가 끝났다는 생각으로 대한항공으로 부터 접대를 받고 외유했다.있지도 않는 해저선을 30억원이라는 거금으로 만들겠다는 것도 뚱단지 같은 요구다.있는 문화재도 보존 못하면서 없는 문화재를 만들겠다는 발상도 옳지 않다.소인은 오늘까지 돈 1원 않받고 문화재 보호활동을 자발적으로 하고 있는 사람이다.이계진 의원님!다시는 이런 글 올리지 마십시요,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지요,인정으로 공무를 집행합니까?---

  • 35 20
    유홍준 수고했어

    이계진의원 멋진 사람이군
    정파를 떠나서 당신 같은 분이 많아야 나라가 바로 섭니다.
    앞으로도 그런 멋있는 모습 계속 보여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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