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12일, '김제동의 눈물'
김제동 "전현무, 당신이 제일 걱정", 김태현 "저렇게 잘하는데"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 김제동이 평소와 다름없이 환한 얼굴로 들어섰다. 공동 MC인 전현무 아나운서가 “울지마! 울지마!”라는 의미 있는 농을 던지자 김제동은 특유의 손사래로 여유를 보였다.
녹화 내내 김제동의 마지막 녹화를 염두에 둔 농담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전현무 아나운서가 진행을 하다가 헤매자 김제동은 "나가면서 다른 것은 걱정이 되지 않는데 당신이 제일 걱정"이라고 애정 어린 조크를 던졌다.
고정패널인 개그맨 김태현이 김제동에게 "마지막 가는 길에 좋아하는 스타일이라도 알아보자"고 묻자, 김제동은 "왜 당신이 진행을 하느냐"고 MC 자리에 대한 경계심(?)을 나타낸 뒤 "망사를 좋아한다. 망사가 고기를 잡는 데만 쓰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녹화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김태현은 이에 "아유, 김제동 저렇게 잘하는데..."라며 "김제동이 <스타 골든벨>에서 나가는 즉시 케이블 프로그램은 아마도 모두 김제동의 차지일 것"이라고 촌철살인의 격려를 했다. 이에 김제동은 "역시 이런 개그가 제일이야"라며 조크로 화답했다. 김태현은 끝까지 김제동을 따라다니며 "마지막 가는 길 편안하게 모시겠다"며 뜨거운 의리를 과시했다.
"이제 비빌 곳이라곤 유재석밖에 없다"는 등의 농을 던지던 김제동은 녹화 중간 쉬는 시간마다 출연자들과 인사를 나눴고, 특히 출연자 중 정주리는 김제동이 머리를 쓸어주며 덕담을 하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5시간에 걸친 녹화가 끝난 후 공동 MC 전현무는 침통한 목소리로 "그동안 토요일 저녁이면 함께 했던 김제동씨가 오늘로 마지막 방송을 하게 됐다"며 이채영과 함께 꽃다발을 건넸다.
김제동은 "이제껏 괜찮았는데 왜 이러지"라며 잠긴 목소리로 “4년간 함께 해 준 제작진에게 감사하고 특히 묵묵하게 열심히 해준 '벨라인' 멤버들에게 고맙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에게 가장 감사하다”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앞으로도 <스타골든벨>을 많이 사랑해주시고 특히 '벨라인' 여러분들을 많이 좋아해 줬으면 한다"며 "KBS도 많이 사랑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고정패널 정주리와 MC 이채영 등이 눈시울을 붉히면서 녹화장은 결국 눈물바다가 됐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녹화장을 나선 김제동은 취재진에게 "그동안 사랑해줘서 고맙다"는 짧은 말을 남긴 뒤 차에 올랐다.
2009년 10월12일, 슬픈 여의도, 아니 슬픈 한국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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