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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클린턴 통해 힐러리에게 '문건' 보내

"북의 2차 핵실험 개탄, 오바마 태도도 아쉬워"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애 마지막까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며 특히 지난 5월 방한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통해 힐러리 미 국무장관에게 북-미 직접대화를 조언하는 문서를 보낸 사실이 21일 공개된 마지막 일기를 통해 확인됐다.

김 전 대통령은 2월 20일자 일기에서 "방한 중인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으로부터 출국 중 전용기 안에서 전화가 왔다"며 "그는 전화로 1. 클린턴 대통령의 안부 2. 과거 자기 내 외와 같이 있을 때의 좋았던 기억 3. 나의 재임시의 외환위기 수습과 북한 방문시 보여준 리더십 4. 다음 왔을 때는 꼭 직접 만나고 싶다 5. 남편 클린턴 대통령도 나를 만나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며 힐러리 국무장관과의 통화 내역을 기록했다.

그는 이어 "힐러리 여사가 뜻밖에 전화한 것은 나의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 표명으로 한국 정부와 북한 당국에 대한 메시지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다"며 "아무튼 클린턴 내외분의 배려와 우정에는 감사할 뿐"이라고 클린턴 내외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5월 18일자 일기를 통해선 "미국의 클린턴 전 대통령이 내한한 길에 나를 초청하여 만찬을 같이 했다"라며 "언제나 다정한 친구다. 대북정책 등에 대해서 논의하고 나의 메모를 주었다. 힐러리 국무장관에 보낼 문서도 포함했다. 우리의 대화는 진지하고 유쾌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워싱턴타임스>는 이와 관련, 지난 19일(현지시각) 김 전 대통령의 비서로부터 받은 이메일을 인용, "김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6쪽 분량의 메모 두 부를 작성해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건넸으며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에게 각각 한 부씩 전해주기로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김 전 대통령은 3월 10일자 일기에서 "미국의 북한 핵 문제 특사인 보스워스 씨가 방한했다가 떠나기 직전 인천공항에서 전화를 했다"며 "개인적 친분도 있지만 한국 정부에 내가 추진하던 햇볕정책에의 관심의 메시지를 보낸 거라고 외신들은 전한다"고 적었다.

김 전 대통령은 4월 14일자 일기에서 "북한이 예상대로 유엔 안보리의 의장성명에 반발해 6자회담 불참, 핵개발 재추진 등 발표. 예상했던 일"이라며 "6자회담 복구하되 그 사이에 미국과 1 대 1 결판으로 실질적인 합의를 보지 않겠는가 싶다"며 결국 대화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강행한 5월 25일자 일기를 통해선 "북의 2차 핵실험은 참으로 개탄스럽다.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라며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태도도 아쉽다. 북의 기대와 달리 대북정책 발표를 질질 끌었다.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에 주력하고 이란, 시리아, 러시아, 쿠바까지 관계개선 의사를 표시하면서 북한만 제외시켰다. 이러한 미숙함이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의 관심을 끌게 하기 위해서 핵실험을 강행하게 한 것 같다"며 북한과 오바마 미 대통령을 함께 비판했다.

김 전 대통령은 4월 27일자 일기를 통해선 "나이도 85세. 이 세상 바랄 것이 무엇 있는가"라며 "끝까지 건강 유지하여 지금의 3대 위기 ─ 민주주의 위기, 중소서민 경제위기, 남북문제 위기 해결을 위해 필요한 조언과 노력을 하겠다"고 적었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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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 2 개 있습니다.

  • 4 4
    오자서

    마지막 기사가 눈물난다.
    나는 오십평생 살아오며 DJ의 민주화 위한 노력과 핍박을 지켜 보았고 대선 단일화 실패로 그의 욕심에 대한 비난도 많이 했지만...
    3대 위기와 관련된 우국충정 어린 마지막 기사를 보니 눈물이 난다.
    x대중이니 비자금이니 퍼주기가 어떻고 하는 철부지들의 인터넷 댓글들을 볼때 마다한국의 현실이 답답하다. 역사는 훗날 고인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내려 줄것이다.

  • 6 4
    낙산

    참 비교된다 비교되..
    나라 지도자가 이정도는 되야 하는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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