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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시간강사'로 사는 법

<기고> 부모님-배우자 도움으로 생계 유지...

<뷰스앤뉴스>는 시간강사들이 처한 부당한 현실을 고발하고 제도적 대안을 제시하는 비정규교수노조의 글 3편을 릴레이로 게재하고 있다. 다음은 두번째 글. <편집자 주>

대한민국에서 시간강사로 사는 법

대학강사는 1949년 제정한 교육법에서 교원이었으나 1977년 유신독재가 젊은 진보적인 석박사를 학생과 분리시키려는 의도로 교원지위를 박탈했다. 그 뒤 30년 동안 교원지위, 4대 보험, 연구실, 교육과정결정에 참여할 권리가 없다.

우선 대학강사는 어떻게 되는가를 한 번 보면, 강사가 되기 위해서 대학 4년(남자는 군대 2~3년 포함), 석사과정 2년, 박사과정 2년 그리고 학위논문을 작성하는 기간이 포함된다. 그 중에서 운이 좋으면 대학에 교수가 되는 평균 연령이 40대이다. 대학졸업자보다 평균 5년 이상 더 대학에서 일정한 수입 없이 공부를 하고서도 직업에 대한 전망이 없는 상황에서 대학강사는 노령화되고 있다. 다시 말해 20―30대 시간강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박사수료 후에 대학강사가 타 대학에서 강의를 받는 경우는 주로 인맥을 통해서다. 이 바닥도 학맥과 인맥에 따라 강의 시간이 들쑥날쑥 한다. 역설적으로 대학강사는 강의 시간이 적으면 적을수록 연구할 시간이 늘어난다. 그러나 다른 이처럼 나이 들어 자신의 밥벌이를 스스로 챙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강의를 내팽개치고 공부만 할 수도 없다. 그리고 박사수료하고 학위를 받기위해 논문을 써야하는 경우에는 강의시수를 10시간 이내로 줄여야한다. 이 경우에 대학강사는 양가 부모님이나 배우자의 도움이 있어야 논문을 작성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이제 박사학위를 받은 대학강사가 강의만 해서 생활을 하려면 주당 평균 20시간 이상을 해야 한다. 시간당 평균 강사료는 3만(사립대: 2만원~5만원, 국립대: 4만원~5만원)이다. 학기당 15~16주강의료(부산은 15주 강의를 한다)를 받기 때문에 1년에 30~32주강의료로 1(52주)년 생활을 해야 한다. 20시간이면 하루에 평균 4시간 강의를 하는 셈이다. 여러 학교를 다니면서 발품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하루의 절반을 차안이나 거리에서 보낸다. 주당 20시간 강의를 하게 되면 강의준비도 겨우 한다. 학기 중에 연구를 해서 논문을 쓰는 것은 불가능이다.

그나마 강사가 주당 20시간 배정받기도 힘들다. 그래서 방학 중에는 각자 여건에 따라 한국학술진흥재단(이하 줄여서 학진)의 과제를 수행하거나, 다른 부업을 가진다. 물론 학진의 과제와 부업은 학기 중에도 한다. 대학강사가 연구를 하려면 학진과제에 선정되어야 하는데, 선정되기 위해서 계획서를 만드는데 몇 달간 준비를 한다. 그리고 선정되면 선정된 과제를 완성되기도 전에 또 새로운 학진과제를 신청하기 위한 계획서를 작성한다. 이나마 학진과제의 인문분야 선정율은 20% 미만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강사가 제대로 된 연구를 수행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강사의 심신은 피폐해지기 마련이다.

시간강사는 전임강사와 비교해서 같은 강의(통계에 의하면 교양강의의 질은 전임에 비해서 시간강사가 높거나, 비슷하다)와 동일한 강의시간에 급료는 20%를 받고, 4대 보험 해택이 없고, 고용안정은 거의 전무하다. 시간강사들이 대학에서 하는 강의 담당비율은 40―50%정도이지만, 이들에게 지급되는 인건비 비율은 교직원 전체 인건비의 3~10%이다. 이러한 인건비 비율에서 알 수 있듯이, 대학들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강의의 많은 부분을 점점 시간강사로 채우고, 이 때문에 비정규직 교수의 수가 점점 늘고 그 기간도 길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대학들은 재정난을 이유로 시간강사를 전임교수대신에 강의하게 한다고 말하지만, 상당수의 사립대는 몇 백억, 몇 천억이나 되는 자체 적립금을 가지고 있고, 대학은 등록금을 계속 올리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대학은 대학교육의 발전이 아니라, 일반기업과 마찬가지로 수익을 남기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하겠다. 대학의 파행적인 운영과 비례해서, 대학강사는 가족, 사회, 대학에 의해서 소외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에서 대학강사는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이러한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올해 2월말 국내의 대학에서 강의를 하던 시간강사가 미국에서 자살한 것과 2월 11일 서울대 불문과 강사 박모씨(여, 43)가 학교 여자화장실에서 자살했고, 2003년 노문과 백모박사, 2006년 독문과 권모 박사의 자살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국가.사회적 측면에서 볼 때, 현재 7만 대학강사가 연 1 천만원, 경쟁이 치열한 서울과 수도권은 연 500만원 정도 강사료를 받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젊은 세대는 더 이상 대학교원이 되고자 하지 않는다. 학문후속세대의 단절은 고등교육의 질을 저하시켜 대학붕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시간강사의 교원지위를 인정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겨울을 넘겨 200일 넘게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이미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비정규 교수에 대한 차별 시정권고를 내렸지만, 교육부는 대학의 눈치를 보면서 아무런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2006년 민노당, 민주당, 2007년 한나라당이 비정규교수의 교원지위를 회복하도록 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교육위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에 있지만 아직까지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한국대학교육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정부와 국회는 비정규교수의 교원지위를 회복하는 고등교육법개정안을 17대 국회 임기인 5월 31일 전에 의결해야 한다. 대학은 비정규교수의 강의시간을 전임교수와 동일하게 9시간으로 제한하고 강사료를 1시간에 10만원 이상을 방학 중에도 고정급으로 지불해야 하고, 또한 대학은 비정규교수에게 연구실을 제공해야한다.

그리고 동시에 비정규교수는 학사운영에 참여하여야 한다. 대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대학교육의 절반을 책임지는 비정규교수 몫을 착복하는 대학에게 저항해서 수준 높은 고등교육의 질을 확보하도록 촉구해야한다. 정규교수와 더불어 비정규교수들은 학부모와 대학생들과 연대해서 국회와 정부에 대해서 대학강사의 교원지위를 회복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을 촉구하며 국회 앞 천막농성을 200일째 하고 있으며, 교육위원회 권철현 위원장, 유기홍 간사, 임해규 간사의 국회의원 지구당사와 청와대 앞에서 일인 시위를 하고 있다. 비정규교수들은 교원지위를 회복함으로써 대학교육의 주체로서 적극 나서 권리를 지키고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하용삼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부산대학교분회 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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