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회' 불길, 청와대 향해 무섭게 활활

"공직윤리실 1팀은 靑하명 전담 조직", 내부증언 봇물 터져

2010-07-03 22:09:32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을 일으킨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지난 2008년 촛불사태후 신설된 이래 직제를 무시하고 '청와대 하명사건'을 전담해 왔다는 내부 증언이 잇따라, '영포회' 파문의 불길이 청와대를 향해 무서운 기세로 번지는 양상이다. 이같은 증언이 사실이라면 이는 과거 공안시절의 '사직동팀 파문' 못지않은 대형게이트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청와대에 치명적인 권력 내부증언들이 잇따르고 있는 대목을 중시하며 '영포회' 파문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본격화하기 시작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MBC "공직윤리지원관실 1팀은 청와대 하명 전담조직"

MBC <뉴스데스크>는 3일 "공직윤리지원관실 중 문제가 된 1팀은 청와대의 한 비서관과 직거래하는 사실상의 사조직처럼 움직였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뉴스데스크>에 따르면, 총리실 산하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만들어진 것은 쇠고기 재협상으로 촛불시위가 잦아들기 시작한 지난 2008년 7월로, 정부청사가 아니라 청와대 인근 창성동 별관에 사무실을 둔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적게는 4명, 많게는 6명씩으로 짜여진 7개팀으로 구성됐다.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 7개팀 가운데 민간인 김 모씨를 조사한 곳은 1팀으로 하명사건을 전담하는 조직이었다"고 말했다.

1팀의 면면을 보면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은 포항과 멀지 않은 경북 영덕 출신이고, 1팀장 김 모씨는 포항 출신이며 경찰총경으로 명예퇴직했다가 과장으로 특채된 인물이며, 바로 아래 사무관은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과 함께 노동부 감사관실에서 일했던 사람이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1팀이 장관급인 총리실장은 물론 청와대 민정수석실에도 보고를 하지 않고 대신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에게 활동상황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검찰과 경찰,국정원,감사원 등에서 입수된 첩보들이 이영호 비서관을 통해 1팀으로 전달됐다"고 말했다.

역시 포항 출신인 이영호 비서관은 이번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에 특채됐으며 지난해 청와대 경내에서 자신보다 직위가 높은 기획재정부 출신 고위 공무원에게 고성을 질러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또 다른 사정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조직 체계를 무시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활동이 잡음을 낳고 있다는 보고가 여러 차례 나와 청와대 내에서도 문제가 된 적이 있다"고 <뉴스데스크>는 전했다.

SBS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청와대 지시로 움직이는 조직"

이날 SBS <8뉴스>도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직제상 총리실장 지시를 받도록 돼 있으나, 실제로는 총리실이 아닌 청와대 지시로 움직여온 조직이라는 증언들을 잇따라 보도했다.

이인규 지원관의 '민간인 불법사찰' 당시 총리실장이던 조중표씨는 SBS와 인터뷰에서 "그 관련 보고는 저희들한테 없었다는 것만 말씀드릴게요"라며 보고를 받지 못했음을 밝혔다.

공직윤리 지원관실의 한 관계자는 "당시엔 아예 총리실을 거치지 않고 청와대에 직접 보고를 했다"며 "청와대 보고라인을 자세히 밝힐 순 없지만, 민정수석실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총리실 관계자 역시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청와대 지시로 움직이는 조직으로, 사실상 총리실 조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MB, '포항 라인'의 공직사회 견제-감시 어느 정도 평가"

<조선일보>도 이날 이명박 대통령이 '영포회' 활동을 사전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긍정평가했다고 보도, 영포회 파문의 최종 종착역이 이 대통령이 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까지 낳고 있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직사회에는 적당한 견제와 감시가 필요하다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고, 포항 라인이 그런 역할을 해온 데 대해서는 어느 정도 평가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민간인 사찰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점, 집권 후반기를 끌고 갈 공직사회의 기강 및 사기, 정권의 이미지 등을 고려해 이 대통령이 평소 생각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고 <조선>은 덧붙였다.

청와대 핵심 참모의 이같은 발언은 이 대통령이 영포회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민주당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이 영포회를 사전인지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나는 그렇게 알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청와대 참모 발언은 이 대통령이 영포회 존재를 사전인지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자신의 고향출신 공무원 사조직인 이들을 통해 기존 공무원사회를 감시·견제해 왔다는 의미로도 해석가능해, 일파만파의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이인규, 거짓 발뺌으로 일관

한편 이인규 지원관은 문제의 민간인 김종익씨 사찰과 관련, 김종익씨가 민간인인 줄 몰랐다는 발뺌으로 일관했다.

이 지원관은 2일 오후 자택 앞에서 기다리던 <한겨레> 기자와 만나 “총리실에서 김종익씨를 조사할 때는 민간인 신분인지 몰랐다”며 “조사가 끝난 뒤에 민간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경찰에) 이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에 대한 조사가 어떤 계기로 시작됐는지에 대해 이 지원관은 “총리실에 제보가 들어와 조사를 시작했다”며 “윗선의 지시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지원관은 김씨에 대한 조사자료를 서울 동작경찰서로 이첩한 2008년 11월17일보다 적어도 두 달 이상 앞선 2008년 9월12일에 김씨가 사기업인 ㅋ사의 대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총리실이 김씨의 사업과 관련해 국민은행 부행장을 면담하고, ㅋ사의 회계관련 자료 일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총리실은 사실상의 압력으로 ㅋ사 대표직에서 그가 물러나게 한 뒤 후임 대표와 직원들의 전자우편까지 들여다봤다고 <한겨레>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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