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정책위의장이 즐겨보는 책도 불온서적?

국방부, '5공식 출판물 통제' 파문

2008-07-31 12:57:15

국방부가 수십만권이 팔린 베스트셀러와 세계적 명저까지 이른바 '불온서적'으로 규정, 군대 반입 금지를 추진하는 등 5공식 출판 통제를 추진, 파문이 일고 있다.

31일 국방부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 22일 이상희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의해 각 군에 불온서적 군대 반입 차단 공문을 발송했다.

국방부는 해당 공문에서 "불온서적 무단 반입시 장병의 정신전력에 저해요소가 될 수 있어 수거를 지시하니 적극 시행하라"며 북한 찬양, 반정부-반미, 반자본주의 등 세 분야로 나눈 23권의 '불온서적' 목록을 첨부자료로 명기했다.

이에 따라 각 군은 다음 달 8일까지 불온서적 반입 실태를 점검, 8월 11일까지 결과를 취합, 국방부에 보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군사정권 시절에서나 가능했던 불온서적을 규정하는 것도 문제지만, 국방부가 추진중인 불온서적 목록 중에는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 또 대학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방부가 지정한 23권의 불온서적 목록에는 소설가 현기영의 성장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민속학자 주강현의 <북한의 우리식 문화>, 그리고 세계적 석학 노엄 촘스키 미 MIT 교수의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등도 포함돼 있다.

특히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최근 심취해 있는 책으로, 국방부가 집권여당 지도부가 즐겨보는 책까지 '불온서적'으로 규정한 셈이다.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은 이 날 오전 국회 브리핑을 통해 "십수만권이 팔린 베스트셀러까지 불온서적 딱지를 붙여버렸다"며 "전경들의 개인 우편물까지 확인하는 등 불온서적 차단에 주력하고있다. 내용을 보면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고 실소를 나타냈다. 그는 "정말로 이런 불순한 발상을 한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가"라며 "이런 발상을 하는 세력이야말로 불온세력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다음은 국방부가 규정한 불온서적 목록.

-북한찬양 분야 불온서적
<북한의 미사일 전략>, <북한의 우리식 문화>, <지상에 숟가락 하나>, <역사는 한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 <통일 우리 민족의 마지막 블루오션>, <벗>,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대학시절>, <핵과 한반도>

-반정부.반미 분야 불온서적
<미군 범죄와 SOFA>, <소금 꽃나무>, <꽃 속에 피가 흐른다>,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 <우리 역사 이야기>, <나쁜 사마리안인들>, <김남주 평전>, <21세기 철학이야기>, <대한민국 사>, <우리들의 하느님>

-반자본주의 분야 불온서적
<세계화의 덫>,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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