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기재부 사무관 "靑, KT&G-서울신문 사장 교체 지시"

신재민 "이것 말고도 몇건 더 있어", 레임덕 확산 양상

2018-12-30 20:00:28

청와대 감찰반원이던 김태우 수사관에 이어 이번에는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32)이 29일 청와대가 KT&G와 서울신문 등의 사장 교체를 지시했다고 주장, 레임덕 조짐이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지난 7월까지 기재부에 재직했던 신재민 전 사무관은 이날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올해 5월 MBC <뉴스데스크>에서 정부가 KT&G 사장을 바꾸려한다는 문건이 입수됐다는 리포트가 있었는데 이걸 제보한 것이 바로 저"라고 밝혔다.

<뉴스데스크>는 지난 5월 16일 기재부가 기업은행을 동원해 백복인 당시 KT&G 사장 교체방안을 수립했다며 기재부 내부 문건을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당시 기재부는 "실무자가 동향 파악 차원으로 작성한 문건으로, 상급자 보고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명했었다.

신 전 사무관은 그러나 "내가 제보한 문건은 실무자가 작성한 문건이 아니라 차관에게 보고한 문건"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당시 청와대에서 KT&G 사장을 바꾸라고 지시를 내렸고, 그래서 당시 기재부는 KT&G 2대 주주인 기업은행으로 하여금 KT&G 주주총회에서 현 사장 연임 반대 목소리를 내게 했다"며 "기업은행의 대주주는 국가다. 그렇다보니 국가 주주권을 행사하는 기재부가 나서 지시한 것이고, 이 과정에서 문건이 만들어졌고 내가 MBC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문건 입수 경위에 대해선 "내 업무와 관련해 서울의 차관 집무실에 보고하러 간 적이 있는데, 여러 기재부 공무원들이 보고할 문서를 출력하고 편집하는 차관 집무실 옆 부속실에 내 문서를 편집하러 갔다가 KT&G 문건이 있었다. 문건 명칭은 '대외주의 차관보고'로 시작했다"며 "사실 문건 입수 전에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을 알았다. 왜냐면 (실무를 추진한 곳이) 같은 국이었다. 옆에서 돌아가는 일이어서 알음알음 들어서 알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아가 "청와대인 것은 어떻게 알았냐, KT&G 사장 교체건 말고도 서울신문 사장 교체를 시도한 적이 있다. 그건 직접 들었다"며 "(누군가가) 말하길 '청와대가 지시한 건 중에 KT&G 사장 교체건은 잘 안됐지만 서울신문 사장 교체건은 잘 돼야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을 들었다. 그래서 '아, 청와대가 시켰구나 소문만 들었는데 진짜구나'하고 알게 됐다"며 서울신문 사장 교체도 청와대 작품임을 강조했다.

백복인 KT&G 사장 교체는 외국인 주주들의 강력 반발에 표 대결에서 패해 무산됐으나, 서울신문 사장은 교체됐다.

그는 지난 7월 기재부를 그만둔 이유에 대해선 “MBC 보도 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내려왔다. 누가 문건을 유출했는지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총리실에서도 왔다 갔다. 우리 부서만 찍어서 감사를 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보면서 당사자인 내가 지켜보기가 너무나 괴로웠다"며 "저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줬으면 공익을 위해 한 거라도 (내가) 피해를 받는 게 낫다고 생각해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KT&G 사장 교체에 관여하려 한 건 LG, 삼성 회장 교체에 국가가 관여하려 한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더구나 사장교체 과정에서 기업은행을 동원했잖나.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기업은행만 있는게 아니라 우리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등 많다. 은행을 동원해 기업 경영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면 사실 개입할 수 있는 기업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더 나아가 "KT&G 말고도 이번 정권 들어 몇 건이 더 있었다"며 "내 상식에 촛불을 거친 정부에서 절대 해선 안 되는 일이 청와대에서 진행되더라"고 비난했다.

그는 그러면서 "바라는 거 다른 것은 없다. 이번 정부가 잘됐으면 좋겠다. 적어도 그런 정부라면 적폐라 스스로 말할 일을 반복해선 안된다. 정권이 3년 남았잖나. 저처럼 공무원 일에 회의에 빠지고 고민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며 "어차피 있었던 일에 대한 영상은 몇 편 더 찍을 것이다. 내가 실망하고 이해가 안 됐던 청와대 관련 많은 사건들"이라며 추가 폭로를 예고하기도 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신 씨는 2012년 행시에 합격해 2014년부터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기재부 국고국에서 7월까지 근무했다. 퇴직전 그는 5급 공무원이었다.

기재부는 이에 대해 30일 해명자료를 통해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유튜브에서 언급한 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당시 KT&G 담당과인 출자관리과 소속도 아니었다"며 신 전 사무관 주장을 부인했다.

기재부는 신 전 사무관의 제보로 올해 5월 보도된 자료에 관해서는 "기획재정부 출자관리과에서 담배사업법상 정상적인 업무처리 과정의 일환으로 KT&G 현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KT&G 사장 인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작성한 것이 아니며, 청와대 지시가 있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기재부는 "문서유출행위에 대해서는 불법성 여부 등을 판단하여 엄정히 처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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