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의 최대 격전지는 수도권과 부산이라는 게 이의를 다는 선거전문가들은 없다. 이는 두 지역 선거 결과가 총선은 말할 것도 없고 연말 대선판도도 결정지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불법사찰 파문으로 수도권에서 '심판표'가 결집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데 이어 부산에서도 심상치 않는 조짐이 읽히고 있다.
워낙 여론조사기관들의 조사결과가 들쭉날쭉이어서 '부산 민심'을 단정짓기란 쉽지 않다. 여론조사전문가들은 그럴 때 동일기관이 지속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들을 비교하라고 조언한다. '추이'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5일 발표된 <부산일보> 여론조사결과는 주목할만하다.
<부산일보>는 KNN과 공동으로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 3~4일 부산경남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북강서 을, 부산진 갑, 김해 을 3곳에 대해 지역별로 500명씩을 상대로 유무선 병행(유선 임의전화번호 걸기+휴대전화 패널)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북강서 을에서는 민주통합당 문성근(45.0%) 후보가 새누리당 김도읍(38.4%) 후보에 6.6%포인트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 27일 동일기관의 여론조사때 김도읍 후보 52.7%, 문성근 후보 36.6%로 조사됐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일주일새 판세가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이 기간중 발발한 불법사찰 파문이 부산 민심에도 큰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 대목이다.
부산진 갑도 주목할만하다.
이번 조사에서 민주당 김영춘 후보 26.3%, 무소속 정근 후보 26.2%, 새누리당 나성린 후보 25.1%로, 세 후보 간 지지도 격차가 1.2%포인트의 초접전이 펼쳐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소속 정 후보가 새누리당 지지층을 잠식하고 새누리당 나성린 후보가 낙하산 공천과 친재벌론자 비판에 직면하면서 전국에서 가장 각축이 치열한 3파전 지역으로 부상한 것.
특히 김영춘 민주당 후보가 비록 0.1%포인트의 거의 의미없는 차이이기는 하나 선두로 나선 것은 이번 조사가 처음이어서, 그동안 3위권에 처져 있던 김 후보가 뚜렷한 상승세를 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이 있는 김해 을에선 새누리당 김태호(40.5%) 후보가 민주통합당 김경수(38.3%) 후보를 2.2%포인트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 25일 동일기관이 여론조사를 실시했을 때 김경수 후보 48.7%, 김태호 후보 42.6%였던 것과 비교하면 순위가 뒤바뀐 결과다.
'낙동강벨트'가 부산에서는 맹위를 떨치고 있으나 경남에는 아직 파급력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 대목이다.
이밖에 모든 여론조사에서 부산 사상에선 문재인 민주당 후보, 사하을에서는 조경태 민주당 후보가 오차범위 밖의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산진을에서도 새누리당 이헌승 후보가 앞서고 있으나 민주당 김정길 후보가 추격중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민주당의 이번 총선 목표는 부산 17개 선거구 가운데 5개다. 현재는 조경태 의원 1석에 불과하다. 불법사찰 파문으로 자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자 민주당 일각에선 "목표 달성이 가능한 게 아니냐"는 고무된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다른 일각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과거 부산에 출마했을 때도 여론조사에서 15%포인트가량 앞서다가도 투표함을 열자 패한 경험이 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SNS를 통한 젊은층의 적극적 투표 참여 등을 그 이유로 꼽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결국 총선의 성패를 가를 잣대는 투표율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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