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대전', 드디어 막 올랐다

[분석] 한나라 초비상, 야권은 "나요 나요" 문전성시

2011-08-26 10:31:44

결국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사퇴했고, 이로써 앞으로 꼭 두달 뒤인 10월26일 서울시장을 다시 뽑는 선거가 치러지게 됐다.

벌써부터 정가에서는 두달후 치를 선거를 '10.26 서울대전(大戰)'이라 부르고 있다. 내년 총선·대선의 결정적 교두보인 서울시장직을 누가 차지하냐에 따라 향후 한국정치의 지형이 크게 바뀔 것이란 의미에서다.

서울시장직은 횟수로 10년째 한나라당이 독식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4년, 오세훈 시장이 5년2개월 등, 한나라당이 10년째 독식해온 아성이었다.

가뜩이나 내년 총선에서 참패를 우려하는 대다수 서울 한나라당 의원들은 오세훈 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특히 시장직을 연계하는 데 대해 강력 반발했다. 이미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25개 구청장 가운데 21개를 민주당이 독식한 상태다. 이런 마당에 오 시장의 '모험주의' 때문에 서울시장직마저 야당에게 넘어간다면 내년 총선 결과는 생각하기조차 끔찍하기 때문이다.

서울이 지역구인 한 한나라당 의원은 "지금 서울 밑바닥 민심은 한나라당에게 최악이다. 1년전 6.2 지방선거때보다 더 험악하다"며 "이런 마당에 서울시장직마저 야권에게 넘어간다면 내년 서울 총선은 하나마나일지도 모른다"고 극한 위기감을 나타냈다.

또다른 서울 한나라당 의원은 "야권이 서울시장직을 접수하면 가만 있겠나"라며 "아마 오세훈 시장의 지난 5년여는 말할 것도 없고 과거 MB의 4년까지 현미경을 갖다 놓고 샅샅이 파헤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예기치 못한 '비리' 등이 터져나오면서 내년 총선때 치명타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였다.

이렇듯 악몽같은 상황이 예상되기에 다수 한나라당 서울 의원들은 처음부터 오세훈의 주민투표에 강력 반발하고, 주민투표에 패했음에도 불구하고 홍준표 대표와 청와대 등이 '사실상 승리론'이란 군색한 논리를 앞세워 오세훈의 조기 사퇴를 막으려 동분서주했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10.26 서울대전'은 현실이 됐다.

판세는 야권에게 유리하다. 홍준표 대표가 '투표율 25.7%'을 앞세워 내년 총선 승리를 자신하면서도 서울시장 재보선은 피하려 막판까지 안간힘을 썼던 것이 그 반증이다. 더욱이 한나라당에는 마땅한 후보도 없다. 나경원 의원은 주민투표에 앞장 섰다가 내상을 입은 상태이고, 원희룡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이밖에 홍정욱 의원, 정운찬 전 총리, 유인촌 전 장관 등이 언급되고 있으나 한나라 의원들조차 고개를 내저을 정도로 약한 카드들이다.

문제는 야권이다. 워낙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는 만큼 여권은 보수신문을 필두로 친MB보수단체, 교회 등이 또다시 전면전을 선언하고 나설 게 확실하다. 이렇게 여권은 총집결하는 반면, 야권이 분열한다면 다 차려놓은 밥상도 못 먹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바로 1년전 6.2 서울시장 지방선거때도 노회찬 후보가 끝까지 야권후보 단일화를 거부하면서 오세훈 시장에게 근소한 차이로 밥상을 헌납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벌써부터 야권은 서울시장직을 노리는 인사들로 문전성시다. 그중 상당수는 그동안 존재조차 희미했던 인사들이다. 내년 총선용 홍보 차원에서 명함이라도 끼어넣겠다는 계산도 읽힌다. 특히 서울을 선점하려는 손학규 진영과 문재인 진영의 힘겨루기도 벌써부터 감지된다. 서울시장을 누가 차지하느냐가 내년 야권 대선후보단일화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런 정치적 셈법을 비난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과정은 치열하더라도 궁극적으로 야권이 후보단일화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다. 극한 진통을 겪더라도 야권이 후보단일화에 성공한다면 야권은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서 두달 뒤 선거를 치를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분열한다면 그 결과는 예측불허다. 야권표는 분열되고 중도층은 싸늘하게 등을 돌릴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대선도 마찬가지겠지만 '10.26 서울대전'의 향배도 결국 야권후보단일화 성사 여부에 달린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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