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속앓이, "너무 빨리 무너지고 있다"

사석에서 만나는 의원들마다 MB정권에 부글부글

2011-02-15 16:13:00

구제역 재앙, 물가대란, 전월세 폭등, 국책사업 갈등 등 이명박 4년차에 연쇄 폭발하는 민생대란에 한나라당내 위기감과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공천이 포도청"이란 이야기가 나돌 정도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다수 의원들은 겉으로는 말조심을 하고 있지만 기자들과 사석에서 만나선 MB 정권에 대한 불만을 거침없이 토해 놓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MB가 계속 분란만 일으키고 있다"며 "과학벨트로는 충청-영남을 찢어놓더니, 동남권 신공항 문제로는 영남 내부까지 찢어놓고 있다"며 3월 신공항 선정후 거센 후폭풍을 우려했다.

그는 "물가폭등에다가 재정파탄이 가뜩이나 심각한 현 상황에서 4대강 사업에서 각종 문제점이나 비리가 터져나오고 측근 비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하면 감당하기 힘들다"며 "그것도 큰 선거를 앞두고 그런 식으로 나가면 매우 힘들어진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최근 여의도에는 민주당이 국회 등원시 폭로할 대형 비리 의혹 사건을 찾아 다각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돌아 한나라당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의 개헌 드라이브에 가세한 한 의원조차도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개헌에 동조해줬다. 그러나 이 장관도 개헌이 물거품 됨과 동시에 힘이 쪽 빠질 것"이라며 "옛말에 '죽을 줄 뻔히 알면서도 죽어야 죽는 줄 안다'고 하지 않는가? 친이계의 현실이 바로 딱 이 꼴"이라고 자괴감을 숨기지 못했다.

MB정부 실정에 따른 민심 악화로 내년 당내 경선이 싱겁게 끝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돈다.

PK의 한 중진 의원은 "박근혜 대표의 최대 정적 중의 하나였던 이재오 장관이 개헌 드라이브로 제 스스로 주저앉을 것 같고, 김문수 지사, 오세훈 시장 등도 지방선거에서 상처를 입을 만큼 입었다"며 "이변이 없는 한 싫든 좋든, 본선에서 이기든 지든 박근혜가 한나라당 후보로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한 수도권 의원은 "친박 입장에서는 대선 국면에 진입할수록 수도권 중도 표심을 얻기 위해 MB와 적당한 대립각을 세워야 할 것이지만, 지금처럼 무너지는 속도가 빨라지면 대립각이고 뭐고 다 소용없게 된다"며 "속된 말로 '망해도 적당히 망해야 훗날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이라며 박 전 대표도 한나라당과 함께 동반침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와 관련, 친박 중진 의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MB와 함께 갈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는 게 친박계 중론이었으나 올 들어 민생대란이 잇따라 발발하면서 민심이 험해지고 지난 1일 방송좌담회에서 MB가 박근혜에게 쉽게 정권을 넘겨줄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하자 분위기가 싹 바뀌고 있다"며 "'MB당'이란 간판을 갖고는 내년 총선·대선을 치룰 수 없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가 종종 조언을 구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 원로도 "올 들어 물가·전세값 등이 폭등하면서 민심이 크게 악화되는 상황을 볼 때 아무리 박근혜라 할지라도 한나라당 간판을 갖고 내년 대선에서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박근혜 전 대표도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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