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탈북자 출신 기자의 '종북몰이' 송곳비판

신은미 마녀사냥, 해킹 북한소행설, 통진당 해산 등 정면비판

2014-12-27 22:50:17

탈북자 출신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가 22일, 24일, 27일 잇따라 쓴 일련의 글이 연말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며 화제가 되고 있다.

주 기자는 김일성 종합대학을 졸업한 엘리트 출신으로 탈북하기 전 붙잡혀 수용소 생활을 했고 1998년 탈북을 단행해 2002년 우리나라에 입국, 그 다음해에 <동아일보>에 공채로 입사해 현재도 기자생활을 하고 있는 현역 언론인이다. 그는 북한관련 사이트 중 방문자가 가장 많은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라는 개인 블로그를 운영중이기도 하다.

주 기자는 지난 22일 블로그에 "나는 연말에 이슈가 됐던 네 가지 사건을 지켜보며 우리 사회의 건강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며 "그 네 가지 사건은 신은미 종북 콘서트 사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소니 해킹 사건, 통진당 해산 결정, 전작권 포기 등이다. 나는 이 모두를 지켜보면서 찜찜한 생각을 금할 수 없다"고 밝히며 일련의 연재를 시작했다.

신은미 콘서트와 2014년판 마녀 사냥

주 기자는 우선 22일 <신은미 콘서트와 2014년판 마녀 사냥>이란 글을 통해 "오늘의 주제는 이른바 신은미 종북 콘서트 사건"이라며 "나는 이것을 2014년 현대판 종북 마녀사냥의 대표적 사례라 생각한다. 어쩌다 대한민국이 이렇게 이성을 잃게 됐을까 안타까움이 든다"고 탄식했다.

그는 "신은미 씨가 작년에 평양을 다녀와 오마이뉴스에 글을 연재할 때, 탈북자인 나는 그 글을 잘 읽었다. 그 글에선 북한 주민들에 대한 필자의 애정도 느껴졌다"며 "그 글이 평양이라는 한정된 지역과 북한 당국에 의해 지정된 사람들과의 접촉을 통해 쓰인 글임을 감안하고 읽으면 그다지 분노할 만큼 문제점을 많이 찾지는 못했다. 탈북자들의 수기도 그들이 살았던 환경을 감안하고 읽듯이 말이다. 이러 저런 글을 읽고 종합해봐야 북한이란 나라의 전체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하지만 11월 조선일보가 '신은미가 황선이와 강남에서 종북 콘서트를 하고 북한을 지상낙원이라고 찬양했다더라'고 보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며 "보수층이 분노하고 나섰고, 연일 이 문제가 우리 사회를 당장 무너뜨릴 이슈라도 되는 등 연일 떠들어댔다"고 지적했다.

그는 "분명히 문제제기는 할 수 있는 상황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나는 이 콘서트에 대한 보도 행태를 보면서 ‘마녀사냥’이란 단어가 떠올랐다"면서 "하지도 않은 '북한을 지상낙원으로 찬양했다'고 하지 않나, 신은미가 통전부의 지령을 받고 국내에서 활동한다고 낙인찍지 않나, 개인사를 캐내지 않나…아무튼 이건 너무 심각했다"고 <조선일보>를 질타했다.

그는 또한 "신은미와 황선이처럼 자기가 본 2%의 삶을 북한의 전체처럼 포장해 말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하지만 일부만 말하는 것은 탈북자들도 마찬가지 아닌가. 누가 어디 가서 간증이나 강의할 때 자기가 가장 고생한 일만 말하지 않는가. '저처럼 이런 일을 겪는 사람은 북한 주민의 2% 정도에 불과합니다'라고 말하는 탈북자는 없다"고 힐난했다.

그는 특히 <조선일보>에 대해 "나는 소규모의 청중을 둔, 별 것도 아니고 이 동네 한구석에서 다반사로 일어나는, 무시할 수도 있는 별 것도 아닌 강연보다 수백 만 명이 보도록 몰아간 마녀사냥이 더욱 문제가 있다고 본다. 언론은 이래서는 안 된다고 본다"면서 "비록 나는 프레임도 잡지 못하고, 조선 뒤따라간, 또 보수층 장사도 제대로 못해 3등으로 처진 신문의 기자이지만, 이런 식으로 얻은 1등은 부럽지 않다"고 일갈했다.

왜 해킹만 터졌다면 북한의 소행인가

주 기자는 24일에는 <왜 해킹만 터졌다면 북한의 소행인가>라는 글을 통해 소니, 한수원 해킹 사태를 다뤘다.

그는 "대형 해킹 사건, 잊힐만하면 터지는 일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북한의 소행이라고 발표된다"며 "헌데 수사 결과라고 발표되는 레파토리도 똑같다. 해커의 수법과 사용된 악성 코드가 과거 북한이 벌인 사이버 테러 수법과 똑같다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어 "이번 소니 해킹도 북한의 소행이란 근거가 지난해 한국 언론사와 금융권을 공격한 해킹 공격과 수법과 코드가 같다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지난해 보도를 보라. 그럼 또 그 당시 발표 역시 또 과거 북한 해커의 수법과 코드 어쩌고저쩌고 한다….이렇게 문제를 거슬러 올라가면 도대체 북한 해커의 수법과 악성 코드의 기원이 어디서부터인지 찾을 바가 없다"고 힐난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해킹 할 때 북한 아이피가 나왔다고 한다. 당연히 나오겠지…북한에 해커가 존재하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거늘, 그들이 한국 이곳저곳 찔러본 흔적이야 남아 있겠지…하다 못해 이 블로그에 조차 해마다 수십 개의 북한 아이피가 나온다"며 "지난해 해킹 때도 북한의 소행이란 근거가 1300여개의 아이피 중 북한 것이 13개 나왔다고 한다. 그렇다면 만약 이 블로그가 해킹돼도 1년에 천 만 건이 넘는 접속 아이피 중 북한 아이피 수백 개가 나왔으니 북한 소행이란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내 상식상 북한의 해킹 실력은 언론에서 묘사하는 실력이 미국 다음가는 세계 2위니 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 인터넷도 접속이 거의 불가능한 북한의 실력이 그 정도면 중국과 러시아 해커들이 슬퍼서 어쩐단 말인가"라고 힐난한 뒤, "6000명 해커부대 양성 이 말도 확실히 뻥튀기라고 나는 단정한다. 당국의 발표하기를 작년까지 3000명인데 올해 6000명으로 늘였다고 한다. 아니, 북한이 맘먹으면 1년 동안 해커 3000명을 영입할 수 있는 그런 엄청난 IT 인적자원을 소유했다고? 말도 안 된다"고 단언했다.

그는 "설마 우리 당국에서 거짓말을 했겠어?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거짓말이 너무 많다는 것도 알 사람은 다 안다"면서 "21세기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사람조차 간첩으로 주물럭주물럭 조작하다 걸린 것이 벌써 몇 번째인데 하물며 말 못하는 아이피를 북한제로 만드는 것 정도는 식은 죽 먹기 아닐까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해킹 이슈만 나오면, 정부의 발표도, 언론의 호들갑도 이제는 어떤 스토리로 흘러갈지 너무 뻔하다. 지겹다. 해킹이 벌어지면 굳이 발표 안 해도 국민들이 안다. '또 북한 소행이라 하겠지.'”라며, 국민들이 절대 불신 상태에 빠져 있음을 지적하는 것으로 글을 끝맺었다.

법에 의지한 통진당 해산, 그게 최선이었나

주 기자는 27일에는 <법에 의지한 통진당 해산, 그게 최선이었나>라는 글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그는 "우선 글에 앞서 이석기는 당연하고, 이정희, 이상규 이런 사람들을 내가 진짜 싫어한다는 점은 분명히 하고 넘어간다"면서 "그렇긴 하지만 법으로 통진당을 강제로 해산하는 것은 잘한 일일까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악을 막기 위해 같이 극약을 쓰는 것은 최후의 방법"이라며 "나는 한국의 여론을 봤을 때 통진당의 일부 수구 화석들은 저렇게 극약 처방을 하지 않아도 어차피 다음 총선에선 사라질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법에 의한 해산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극약을 쓰면 위험한 바이러스는 죽이되, 가뜩이나 위축되고 있던 사회의 다양성과 민주주의는 앞으로 국익이란 이름 아래 권력자의 의지대로 농단할 수 있는 전례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다른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기회도 놓친다"면서 "한국은 법적으로 사상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가 보장된다. 나는 북한에서 그런 가치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사상-결사의 자유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한 "통진당은 당원 전체가 모두 이석기 같은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수의 눈으로 볼 때 이들이 전부 빨갱이 같이 보이겠지만, 내 눈으로 볼 때 가망 없는 사람은 극소수다. 나머지는 우리 사회가 안고 가야 할 하나의 목소리며 세력"이라며 "손가락에 생긴 염증을 치료하겠다고 손가락 자체를 잘라버리는 것엔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내 주장이 이상한가. 나는 스스로 북한에서부터 원래 진보주의자라고 생각한다. 북한의 최고 기득권층 자녀들과 지내면서 이런 시각은 더욱 강해졌고 진보적이기에 죄를 지은 것도, 밥을 먹기 힘든 것도 아니지만 한국까지 목숨 걸고 온 것"이라며 "그럼에도 당신은 동아일보라는 보수 언론에 몸담고 있으며, 이미 주류 언론의 기자로 기득권층의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 왜 뜬금없이 진보 코스프레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몸이 어디에 있다고 개인의 가치까지 바뀐다는 법은 없다. 적어도 아직까진 바뀌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주 기자는 금명간 마지막 주제로 '전작권 포기' 문제를 다룰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의 글들은 탈북자 하면 대북전단 풍선이나 띄우고 친정부 집회나 하는 이들 정도로 여겨온, 또 하나의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허무는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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