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언론들, 천안함 '영구 미제화' 점쳐
BBC, WP, NYT "증거 찾기 힘들고 군사적 대응도 어렵고"
영국의 BBC는 29일(현지시간) `침몰된 전함을 둘러싼 서울의 딜레마'라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우선 사고 원인과 관련, 북한 어뢰와 오래전에 설치됐던 한국군 기뢰 가능성을 나란히 짚었다.
BBC는 우선 북한 어뢰 공격설과 관련해선, 천안함 함미-함수 인양후 합동조사단가 발표한 '비접촉 외부 충격설'을 상세히 소개했다.
BBC는 그러나 이어 "만약 북한의 소행이라면 이러한 행동이 얼마나 도발적인 것인가를 알면서도 북한이 해군 방어를 강화하지도 않은 채 공격을 감행할 리 없다"며 어뢰 공격설에 의문을 제기했다. 해상전투 전문가 노먼 프리드먼은 BBC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만약 3차 세계대전을 시작할 의도가 없으면 그렇게 못한다"면서 "이것이 바로 내가 기뢰라고 확신하는 이유"라고 말하기도 했다.
BBC는 그러나 이어 "반세기도 더이상 기뢰가 과연 천안함의 불행을 초래할 수 있었겠나"라며 기뢰설에 의문을 제기한 뒤 "사건이 과거 남북한 해군이 여러 차례 충돌했던 해상에서 발생했다는 점 등 주변 여건은 어뢰 공격설을 뒷받침해 준다"며 어뢰공격설에 무게를 실었다.
BBC는 하지만 "무기 파편이 발견되면 결정적이겠지만 강한 조류를 감안하면 증거가 멀리 흘러갔을 수 있다"며 어뢰 공격설을 입증하기 어려움을 지적한 뒤, 특히 "증거가 있더라도 한국 정부는 대응하기에 정치적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발견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 것을 더 선호할지 모른다"는 일부 옵저버들의 관측을 근거로 '영구 미제화' 가능성도 제기했다.
BBC는 "일부는 이번 사건을 북한 군의 독자적인 행동이며 북한 내부에서 권력의 중심이 옮겨가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면서 "이는 훨씬 더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사설에서 "한 불량국가가 전쟁행위의 보복을 피하기 위해 책임을 부인하려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뒤, "북한의 행위로 결론을 내는 데 진짜 문제는 이 대통령이나 오바마 정부가 대응을 위한 묘안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설은 특히 이 사건을 접하는 한-미간 미묘한 시각차를 지적했다. 김태영 국방장관이 "어뢰가 천안함 폭발의 원인일 수 있다"고 국회에서 공개언급하자, 즉각 오바마 정부에 의해 평가절하되었다는 것. 사설은 그 근거로 김태영 장관 발언 직후 나온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차관보의 "조사가 그같은 최종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는 논평을 제시했다. 사설은 "실제로 조사 요원들이 어뢰 파편과 같은 명확한 증거를 아직까지는 발견하지 못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사설은 "군사적 보복은 한반도에서 전쟁 참화를 부를 위험이 있고, 유엔에 대북 추가제재를 요청하는 것은 중국의 동의가 필요해 설득이 쉽지 않을 것이며 개성공단 폐쇄 등 한국의 독자적인 제재는 북한이 중국에 더 의존하도록 만들 것"이라며 현재 한국-미국이 느끼고 있는 딜레마를 분석했다.
앞서 천안함 사건의 '영구 미제화' 가능성을 가장 먼저 제기했던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다시 "한국군이 보복을 다짐하면서도 북한을 거명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않았다"며 "군사 보복 조치는 취해지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이 말하고 있다"며 군사 대응 가능성을 낮게 봤다.
미국의 교민방송 <라디오코리아> 역시 미 스탠포드 대학 아태연구센터 피터 벡 연구원이 "북한의 공격으로 결론날 경우 군사적 대응은 너무 위험해 가능성이 낮고 유엔안보리 회부는 시간이 너무 걸리고 별 제재효과를 거둘 수 없어 실효성이 낮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정부가 개성공단을 폐쇄하거나 남북 경제협력을 전면 중단하는 조치들이 거론되고 있으나 이 조치를 취하면 북한문제 해결에서 운전석을 전적으로 중국에 넘겨주는 결과가 될 수 있어 한미 양국이 선택할지 숙고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