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YS "11개 행정기관, 대전에 보내겠다"
10개 청 내려간 '대전 3청사' 건설, 지금은 "인기주의는 재앙"
김 전 대통령은 이어 "'재미 좀 봤지' 하는 대통령이 있었다. 그것이 잘못된 길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우리는 그 길을 갈 뻔 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맹비난한 뒤, 세종시 수정을 천명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선 "대단한 용기요 결단"이라고 극찬했다. 김 전 대통령은 더 나아가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하자, 세종시 국민투표를 주장하기까지 했다.
그의 말만 들으면, 김 전 대통령은 일관되게 행정부처의 세종시 이전에 반대해온 투사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종시 설계에 깊숙이 관여해온 도시건축전문가 민주당의 김진애 의원이 최근 찾아낸 옛자료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1992년 대선때, 김영삼 민자당 대통령후보는 수도권 비대화를 막기 위한 국가균형발전계획의 일환으로 '제2 행정수도' 공약을 발표했다. 김영삼 후보는 그해 10월30일 대선공약 발표를 통해 “집권하면 11개 중앙행정기관을 대전으로 이전해 대전을 제2의 행정수도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실제로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인 1993년 통계청 등 10개 외청을 대전으로 옮기기 위한 '정부 대전청사' 공사에 착공했다. 당시에도 통계청 등은 입이 튀어나왔고 일각에서 행정부처 분산에 따른 비효율성 논란이 제기됐으나 YS는 이를 밀어붙였다.
대전청사는 김대중 대통령 취임 첫해인 1998년 7월에야 공사가 끝났고, 김대중 대통령은 YS의 정책을 그대로 승계해 통계청, 특허청, 철도청, 병무청, 조달청, 산림청, 관세청 등 10개 외청의 이전을 완료했다. 세종로 1청사, 과천 2청사에 이은 세칭 '대전 3청사'는 이렇듯 YS의 작품인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8년전 YS는 역대 대통령 중 최초로 적잖은 숫자인 10개의 정부부처를 대전으로 이전시킨 '균형발전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세종시 원안을 "포퓰리즘"이라며 맹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해 YS는 "내가 보낸 것은 '부'가 아닌 '청'"이라고 반박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청'은 보내도 되고 '부'는 보내면 안 되는 걸까. YS의 답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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