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이번엔 '행정구역 통합' 놓고 내홍
안상수-김문수 강력반발, '주민투표론' 급확산에 정부 당황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12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행정구역 통합에 대해 여론조사를 통해 통합대상을 정했다"며 "하지만 1천명 정도의 대상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 것으로 통합을 밀어붙이는 것은 행정편의주의"라고 정부를 비난했다.
그는 "행정구역 통합은 주민의 의사에 의해 결정돼야 민주적 절차에도 부합되고 후유증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시군의회가 통합에 동의하더라도 반드시 해당주민들이 주민투표를 통해 주민의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민투표 실시를 주장했다.
안 원내대표가 이처럼 정부의 행정구역 통합 드라이브에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은 그의 지역구인 과천·의왕 중 의왕이 안양·군포와 합쳐지는 것으로 돼있기 때문. 자신의 텃밭이 둘로 쪼개지면서 향후 선거구까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반발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통합으로 경기도 내에 인구 100만명이 넘는 메가시티가 3개나 출현하면서 '도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진 경기도의 김문수 지사도 연일 정부를 비난하며 주민투표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김문수 지사는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여론조사로 한 도시를 통합한다든지 없앤다든지 이런 것들은 아마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것"이라며 "아무리 투표가 돈이 들어가고 절차가 좀 번거롭더라도 주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여론조사가 실용적이란 정부 주장에 대해서도 "실용이 아니라 오히려 실용의 반대"라며 "실용으로 한다는 것은 우리 주민들이 승복을 해야 된다. 승복하지 못하는 그런 분란의 소지를 계속 키워나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상대적으로 낙후한 하남ㆍ광주의 통합에 반발하는 성남시의 이대엽 시장도 11일 "통합 결정은 그 누구보다도 시민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러한 큰 결정은 주민의 뜻이 반영된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되어야 할 사항이라서 행정안전부에 성남·광주·하남 통합안 주민투표를 건의했다"고 밝히며, 적극적 통합 찬성 입장에서 한걸음 물러섰다.
이밖에 오산시 의회도 통합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는가 하면 청주·청원도 반발하는 등 정부가 내년 7월 출범시키겠다는 목표 아래 밀어붙이고 있는 6개 행정구역 통합은 다른 곳도 아닌 여권 내부의 강력 저항에 직면하면서 혼란한 국면으로 빨려 들어가는 양상이다. 정가에서는 6개 통합지역을 상대로 주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절반가량의 통합이 불확실해지면서 행정구역 통합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정부 행보에 급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세종시 문제로 친이·친박이 극한 대립을 하고 있는 와중에 행정구역 통합을 놓고 또다시 여권내 분란이 발생하면서 자중지란이 극으로 치닫는 양상"이라며 "이런 혼란이 계속될 경우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여권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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