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효성그룹의 비자금 의혹에 대해 위법 혐의를 파악하고도 부실 수사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12일 제기됐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이날 대검 국정감사에서 `대검 효성 범죄첩보 보고서'의 일부를 입수했다며 이를 국감장에서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효성홍콩은 1995년 한국종합금융에서 700만달러를 빌려 ㈜효성의 대주주인 CWL이라는 회사에 대여하고, CWL은 이 돈으로 같은 해 5월 동양폴리에스터의 일본 측 출자자인 아사히케미컬이 보유한 동양폴리에스터 주식 95만여주를 352억여원에 산 것으로 돼있다.

검찰은 이 보고서에서 효성의 서류상 회사인 CWL이 이렇게 확보한 주식은 자기주식을 취득한 것이어서 상법(자기주식 취득금지)에 어긋났다고 분석했다.

자료에는 효성건설 직원 신모씨가 2005년 7월부터 한 달간 4차례 자신의 명의로 입금한 뒤 그해 10월 말부터 3차례 3천800만원을 출금했다는 정보와 `위와 같은 범죄 의혹 제기가 공개적으로 계속되고 혐의 인정이 농후해 적극 수사해야 한다'는 검찰 내부의 결론도 포함됐다.

박 의원은 "FIU도 비정상적인 자금흐름이 있다, 금융계좌를 추적해야겠다고 검찰에 제보를 했으나 검찰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며 "이런 첩보 보고서의 내용이 과연 수사를 종결할 만큼 구체성이 떨어지나"라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은 "자기주식취득은 공소시효 문제가 있으며 덮었다고 하는데 일부는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이에 "첩보보고서의 내용을 검찰이 확인하고 수사를 종결했다는 증거를 한 장만이라도 제출해 달라. 보여줄 수 없는 부분은 다 지워도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서울중앙지검장은 "법원에 간 기록도 있고 일부는 종결한 사안"이라며 "수사 종결한 기록은 내사ㆍ수사를 해서 혐의가 없었기 때문으로 개인 명예나 사생활, 기업 신인도와 관련돼 공개한 전례가 없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시크릿오브코리아>가 조현준 효성사장의 미국 호화주택 불법 매입을 폭로한 것을 거론하며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 조현준 효성 사장의 미국 내 부동산 보유를 한 네티즌이 밝혀냈는데 세계적 수준이라는 우리나라 검찰의 특수부가 일개 네티즌만도 못한가"라고 질책했다.

이에 노 지검장은 "이 자리에서 내사를 한다, 수사를 한다고 답하기 어렵다"며 "조 사장의 부동산 의혹은 구체적인 혐의와 단서가 확보되면 수사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