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이정희 "정운찬, 광고모델 한 거다"
정운찬 "내가 좋아하는 책이어서" vs 이 "사인 한번에 수천만원"
이정희 의원이 이날 오후 인사청문회에서 정운찬 내정자에게 <예스24> 고문을 맡은 데 대한 질의를 하기 전에 앞서 이미 최재성 민주당 의원이 고압적 태도로 정 내정자를 질타했다.
최재성 의원은 "<예스24>가 인터넷 서점이라 했는데 내가 들어가 보니까 인터넷 사교육 업체"라며 "국내최고 60개 사교육업체를 모아 사이버 강연, 동영상 등을 포털화 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 나아가 정 내정자가 <예스24> 화면에 소개된 사진을 들어 보이며 "정운찬 후보자도 이 사기업을 위해 홍보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오프라인으로 치면 종로학원이나 대성학원 고문을 한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정 내정자는 그러나 "나는 <예스24>를 인터넷 책방으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사업 다각화로 인해 다른 것도 했나 본데 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사설학원에서 일했다는 식의 비유는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반발하며, "나는 영리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최 의원에 이어 질의에 나선 이정희 의원은 전혀 흥분하지 않은 조용한 어조로 차분하게 정 내정자에게 같은 문제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이 의원은 "국가공무원법에 특례를 둬서 교육공무원이 사외이사로 일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교수의 전문지식을 활용해 공익적 시각을 굳힐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 아니냐"고 묻자, 정 내정자는 "<예스24> 업무가 인터넷 서점이잖나. 법적 지식은 없으나 제의가 왔을 때 내가 좋아하는 책, 보급해야 하는 책.. 우리 교육과 밀접하고 그래서 주저 없이 받아들였다"고 화답했다.
이 의원의 날카로움은 이때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 의원은 이에 "물론 좋은 거다"라면서도 "그런데 내가 서울대 교수들 자료를 모두 봤는데 비록 실비로 연구료, 자문료를 받기는 해도 보수 명목으로 받은 분은 없더라. 신청서 서식에 '보수 없음'으로 인쇄된 단과대도 있었다"고 단호한 목소리로 질타를 가했다.
이 의원은 더 나아가 "인터넷 업체들은 사기업 경쟁관계에 있다"며 "결국은 광고모델 하신 거다. 일반인들 느끼기엔 정운찬 서울대 전 총장 얼굴 나오고, 추천하는 책 나오면 클릭한다. 매출 올라가고. 명목이 보수이건 아니건 연 4천500만원 수준의 돈이 간 거다. 일반인들은 '서울대 전 총장, 특별히 하는 거 없이 사인 한번, 모델 한번 하면 수천만원 버는구나'라고 느낀다. 서민심리와 괴리되는 부분이다. 총장께서 가령 장병들에게 '추천도서 골라주겠다, 사인하겠다' 했으면 문제 안된다"고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정 내정자는 이 의원의 신랄한 지적에 크게 당황해하는 모습을 숨기지 못했다.
정 내정자의 넋을 빼놓은 이 의원은 "법 위반은 분명하죠? 국가공무원법 절차 지키지 않은 건 분명하죠?"라고 추궁했고, 정 내정자는 얼떨결에 "말씀대로라면 그렇겠지요"라고 답했다.
누가 보기에도 정 내정자의 서울대 22년 후배인 이 의원의 판정승이었다.
한편 정 내정자는 이정희 의원 질의후 나성린 한나라당 의원이 공무원법 위반 여부를 다시 묻자 "나는 결코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것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정희 의원의 말씀이 맞다면 공무원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지, 내가 국가공무원법을 어긴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앞의 발언을 즉각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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