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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만여 시국미사 촛불, 장엄한 가두행진

<현장> "촛불 꺼지면 민주주의도 꺼진다", 무기한 단식 돌입

"촛불이 꺼지면 민주주의도 죽는다. 사제단이 국민들을 지키겠다."

7만여개의 촛불이 서울광장을 환히 밝혔다. 미사가 시작된 30일 오후 7시 30분께 서울광장은 이미 3만여 시민들로 인해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꽉 찼고 늦게 합류한 시민들은 차도에서 촛불을 들었다. 촛불은 순식간에 7만여개로 늘었다.

사제단 시국미사, 시민들 "감격스럽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시국미사는 1시간여동안 진행됐다. 서울광장에 들어서는 2백여명의 신부와 수녀들을 10여분간 기립박수로 맞이한 시민들은 시국미사가 시작되는 내내 신부들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박수를 치며 환호했고 일부는 울먹이기까지 했다.

시민 한승호(45)씨는 "사제단이 거리로 나섰다는 자체가 이 나라의 민주주의의 위기가 왔다는 것 아니겠냐"며 "정부가 강경대응 운운해도 더 이상 쉽게 시민들을 공격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이라고 자신을 밝힌 한 시민은 "너무 감격스럽고 가슴이 벅차오른다"며 "오늘을 계기로 과격화 양상을 보이는 시위 방식에서 다시 처음의 비폭력적인 평화시위 방식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7만명의 시민이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서울광장 시국미사에 운집했다.ⓒ연합뉴스

사제단 "20년 가꾼 민주주의, 지도자 무능으로 참상 겪어"

사제단은 이날 시국미사에서 봉행기도와 시국성명서 낭독을 통해 이명박 정부를 강도높게 비판하며 촛불집회에 대한 지지를 의사를 수차례 밝혔다.

전종훈 사제단 대표는 "지난 20년간 가꾼 민주주의가 한 지도자의 무능 때문에 벌어진 참상을 보면서 이 미사를 봉행하고 있다"며 "폭력으로 상처가 된 이들을 따듯히 어루만져 낫게 해주시고 불의에 맞서 싸울 수 있도록 지혜와 용기를 갖추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전 신부는 또 "사대주의에 굽신거리며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고 공권력이 국민을 거슬려 몽둥이를 마구 휘두르며 불의를 저지르고 있다"며 공권력의 과잉진압을 질타했다.

시국성명서 낭독도 이어졌다. 시민들은 전 신부가 "미국산 쇠고기 전면 재협상에 나서서라"는 대목을 읽을 때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또 "과잉 폭력진압을 지시한 어청수 경찰청장을 물러나라"고 촉구할 때는 2분여간 박수와 환호를 보내 성명서 낭독이 끊기기도 했다.

전 신부는 "오늘은 승리의 첫 발을 내딛는 날이며 국민들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알리는 날"이라며 "끝까지 촛불을 지켜 우리 국민이 승리할 수 있는 그 날이 올 수 있기를 다짐하자"고 말했다.

사제단 "촛불을 지키는 힘은 비폭력", 평화시위 호소

사제단은 시국미사를 마치고 시작된 가두행진에 앞서 시민들에게 비폭력 평화 집회의 원칙 준수를 호소했다.

김인국 신부(사제단 총무)는 "촛불을 지키는 힘은 비폭력이다. 오늘 밤 비폭력의 원칙이 깨지면 촛불이 모두 꺼지고 다시는 서울광장을 되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며 "비폭력의 힘으로 국민건강권과 검역주권, 나아가 민주주의를 지켜내자"고 호소했다. 김 신부는 이어 "우리는 더 이상 대통령을 찾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소통해야 할 대상은 국민이다. 가두행진은 우리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부로 인해 다친 국민의 상처, 오욕, 실추된 자존감을 쓰다듬어 주기 위해서다"라고 덧붙였다.

사제단과 7만여명의 시민들은 오후 8시 50분께 시국미사를 마치고 곧바로 서울 도심 가두행진에 나섰다. 사제단 신부들과 수녀 2백여명이 가두행진의 선두에 섰고 그 뒤를 촛불을 든 시민들이 뒤따랐다.

사제단이 시국미사 봉행을 위해 서울광장으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사제단, 서울광장서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

서울광장에서 출발한 시민들은 태평로~남대문~소공동~을지로를 거쳐 다시 서울광장으로 돌아와 사제단 주관으로 정리 집회를 열고 자진 해산할 예정이다.

사제단은 가두행진을 마친 직후 서울광장에 천막을 치고 '국민의 다친 마음이 치유될 때까지'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다. 실제로는 경찰의 서울광장 원천봉쇄를 무력화하기 위한 행동으로 풀이된다.

김인국 신부는 "우리 사제단이 서울광장을 지키겠다. 천막을 치고 국민의 마음이 하나로 동화되고 상처가 아물 때까지 곡기를 끊고 매일 기도를 하겠다"며 "촛불이 꺼지면 민주주의가 꺼진다. 많은 시민들이 광장으로 집결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대책회의는 이날 시국미사가 열리기 전인 오후 6시 30분께 서울광장에서 담배꽁초를 버리던 경찰과 시비가 붙은 시민 2명이 연행돼 호송차량에서 집단폭행을 당하고 풀려났다고 밝혔다. 대책회의는 피해자와 목격자의 증언을 종합해 경찰의 불법연행과 집단폭행에 대해 고소.고발할 예정이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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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 8 개 있습니다.

  • 23 14
    라라

    이래서 천주교가 존경을 받으며
    기독교가 개독교라고 불리는구나 십계명을 보면 거짓말하지 마라... 있는데 멍박이는 입만 열면 거짓말이구나 그런 자가 장로라니 개독교가 무엇인지 알겠다

  • 23 30
    미천한자

    거룩하고 순결한 종교의 감격!
    불교를 멀리서 바라보는 정도의 종교인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거룩하고 순결한 종교 의식과 그 포용력, 기품에 눈이 시릴 정도입니다.
    정말 정말 참으로 참으로 감격스럽습니다.
    종교의 빛과 소금이 힘없고 가난하고 여린 백성들을 향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길이지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지요.
    이런 비상한 시국에 시대의 어둠과 절망을 걷어내고 빛과 희망의 눈물로 한을 씻는 그 조용하고 근엄한 위력에 절로 고개 숙여집니다. 눈물이 어립니다.
    고맙습니다.
    종교인분들! 만수무강하세요.

  • 36 12
    눈물

    이런 분들이 진정한 종교인들이다.
    상처난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마음
    과오를 저지른 지도자를 질타하고
    그 지도자마져 신의 영역아래서 용서하겠다는 마음
    우리는 오늘 위대한 종교의 힘을 보았다.

  • 36 16
    걱정

    한기총,금란,순복음,소망등 이깡패들이 버스에 신도들 싣고와서
    신부님에게 테러가할까봐 걱정됩니다.
    경찰넘들 적극지원할텐데..

  • 42 18
    저도 눈물이

    기사를 보며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오늘 사제단 미사 소식을 접하고 현장에 가려했지만 사무실 이전 관계가 길어져 결국 못갔습니다. 참고로 85학번입니다. 시청에서 신세계 남대문 서울역 일대는 젊은 대학생 시절 군사독재 타도의 함성으로 뛰던 거리입니다. 어제 한 여성이 곤봉으로 방패로 군홧발로 집단 린치를 당하는걸 보면서 치떨리는 가슴에 밤잠을 설쳤습니다. 요몇일은 도통 시간을 못낸 게으름의 저 자신을 원망하면서요~~~광포한 폭력정권의 살떨리는 국민겁박의 연이은 발표를 보며 분노를 삭이지 못했는데 오늘 사제단의 살신성인 자세, 국민을 사랑하는 맘을 보며 촛불의 염원을 느끼며 눈물 흘립니다~~~

  • 49 21
    10

    같은 하느님을 믿는데.
    대체 왜 천주교 사제님의 하느님과 이명박의 하느님은 왜 하늘과 땅 차이인 걸까요.

  • 40 20
    엉엉2

    저도 엉엉님과 더불어 눈물이 나네요 ㅜ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천주교는 바티칸과 관계가 있기때문에 쥐박이도 함부러 못할겁니다. 만약 건드렸다가는 전세계의 비난을 면치못할겁니다.

  • 77 18
    엉엉

    눈물이 납니다.' 국민의 다친 마음이 치유될때까지'
    단식을 말씀하시는 신부님!!! 국민의 고통과 상처를 보듬어주시는 신부님!!! 언제나 어려운 국민들과 함께 하셨습니다. 하염없는 존경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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