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차 탄 초등학생의 절규, "저 12살이에요"
<현장> 국회의원 등 마구잡이 연행 파문
경찰은 경복궁역 앞에서 이날 오후 3시부터 연좌농성 중이던 시민들을 이날 오후 4시20분부터 강제 해산시키며 이에 저항하는 시민들을 전경차에 태워 연행하기 시작했다.
어이없는 것은 전경차에 강제 연행된 시민중에는 초등학생도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안경을 낀 애띤 얼굴의 여자 초등학생은 경찰에 연행돼 닭장차에 올라탄 뒤, "저는 12살이에요"라고 외쳐 보는이들을 분노케 했다.
이에 기자들이 강력항의하며 초등생 연행을 확인해달라고 압박하자 "절대 없다"고 답했다가 이후 초등학생임이 확인되자 황급히 풀어주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풀려난 초등생은 울먹이며 "여자 경찰이 버스에 데려가면서 자기들끼리 '미성년자 아니야?'라고 말하면서도 끌어갔다"며 "나중에 기자들이 사진을 찍자 확인하고 풀어줬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한 청와대 앞에서 농성중이다가 강제해산을 듣고 달려간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의원 신분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강제연행했다. 특히 경찰은 이 의원이 연행차량의 철창을 잡고 매달리자 남성 경찰로 하여금 가슴 부위를 잡아 끌어냈다는 민노당 관계자의 증언이 나와 성추행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 기관지 <진보정치>가 이 장면을 촬영했으며 조만간 언론에 배포할 예정이다.
이 의원은 연행차량이 출발하기 직전 기자들을 향해 "미란다 고시도 듣지 못했고 의원 신분을 밝혔지만 지휘관이 이를 묵살하고 연행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연행자들도 연행과정에서 미란다 원칙을 듣지 못한 상황에서 연행됐다"며 "명백한 경찰의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또 강제연행에 강력반발하며 길거리에 드러누워 전경차 이동을 막은 대책회의 관계자 등 시민들도 모두 연행해 연행자 숫자는 수십명으로 늘어났다.특히 주변 인도에서 초등학교 여학생이 연행되는 모습을 목격한 시민들이 격분해 일제히 거리로 쏟아져나오면서 경복궁역 앞 사거리는 경찰과 시민들이 뒤섞인 아수라장이 됐다.
시민들은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며 연행차량의 이동을 30여분간 막아냈고 연행차량은 수차례 방향을 돌리다가 결국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고립됐다. 경찰은 연행차량 이동이 지연되자 추가 검거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안진걸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을 비롯해 5명의 남성이 추가 연행됐다.
경찰의 연행 작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결국 오후 4시 40분께 경찰이 1백미터 가량을 호위하며 연행차량이 떠난 이후 정복경찰들이 스크럼을 짜고 시민들을 인도 방향으로 유도하다 갑자기 시민들의 이동을 막았으며 10여명을 추가로 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기자 10여명이 10분간 시민들과 함께 갇혔고 이에 항의하자 지휘관은 "아무도 내보내지 말라"고 큰 소리로 지시를 내리고 현장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경찰은 검거작전 1시간만인 오후 5시께 작전을 마무리하고 병력을 다시 청와대 방향으로 이동시켰다.
경찰 지휘관들은 연행자가 발생할 때마다 취재진들의 취재를 방해했고 연행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멱살을 잡고 반말을 하는 등 시종일관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히 한 지휘관은 연행에 항의하는 한 여성 시민과 몸싸움 과정에서 멱살을 잡고 넘어뜨려 시민들의 격렬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경찰은 오후 5시30분 현재 경복궁역 주변을 인도와 차도로 분리해 사람들의 결집을 막고 있으며, 청와대로 가는 길목도 전경차와 경찰병력으로 원천봉쇄한 상태다.
현재 30여명의 연행자들은 은평경찰서, 마포경찰서, 양천경찰서로 연행됐으며 이정희 의원은 은평서로 연행됐다. 민주노동당은 지도부가 항의단을 구성해 은평서를 방문할 예정이며 연행과정에서의 불법행위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오후 3시 30부터 청와대까지 삼보일배를 진행한 강기갑 의원은 현재 경복궁역 앞 4번출구에서 경찰의 강제연행에 항의하고 있다.
한때 경복궁 역앞으로 집회장소를 옮길지를 고민하던 대책회의는 이에 예정대로 이날 오후 7시 대한문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며 1박2일 동안 집회를 강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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