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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월드컵] 태극전사 베이스캠프의 태권도장 인기

독일속의 '작은 한국', 베아기쉬 그랏바흐

유럽의 어디쯤으로 보이는 거리. 등에 태극마크가 달린 티셔츠를 입고 조깅을 즐기던 여자가 갑자기 시계를 보더니 오던 길을 돌아 달려가고, 태극기가 걸린 가게의 주인은 황급히 가게문을 닫고 어디로 향한다. 그리고 손님의 머리를 손질하던 이발사는 연신 시계를 보며 안절부절하지 못한다. 그들이 향한 곳은 한국팀의 월드컵 축구경기를 TV로 보여주고 있는 어느 술집. 그들은 한국팀의 경기를 보며 열광한다.

2006년 독일월드컵을 맞아 국내 모 은행에서 제작한 CF의 내용이다.

이런 장면이 벌어질듯한 도시가 현재 월드컵이 벌어지고 있는 독일에 있다. 바로 우리 대표선수들이 베이스캠프로 머물고 있는 독일 쾰른 인근의 베아기쉬 그랏바흐(Bergisch Gladbach)시가 바로 그곳이다.

한글과 태극기가 낯설지 않는 베아기쉬 글랏바흐 시가지

인구 11만의 이 작은 도시는 한국팀의 베이스캠프가 이 곳에 차려진다고 결정된 이후 각종 환영 사인물을 도시 곳곳에 설치함은 물론 상점마다 우리 태극기를 게양하고,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라고 씌어진 한글로 된 문구를 상점 쇼 윈도우 마다 붙여놓았다. 베아기쉬 글랏바흐시가 생긴 이래 이렇게 대대적으로 시청에서 시가지에 외국의 국기와 환영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게재하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이 곳에서 한글과 태극기는 전혀 낯설지 않다. 독일이라는 나라 속의 작은 한국이라고 불리울 만한 풍경이다.

태극기가 걸려있는 한 상점 ⓒ뷰스앤뉴스


베아기쉬 글랏바흐 시내의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적인 현수막 ⓒ뷰스앤뉴스


그런데 베아기쉬 그랏바흐 시가를 거닐다 보면 또 하나 반가운 간판 하나를 발견할 수 있는데 독일 내에서도 작은 도시에 속하는 이 도시에 한국인이 관장으로 있는 태권도장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6년전인 지난 1990년 태권도 사범으로 독일땅을 밟아 10년째 이 곳 베아기쉬 글랏바흐시에 뿌리를 내리고 ‘조 스포르트 아카데미’라는 이름의 태권도장을 운영하며 벽안의 서양인들에게 태권도와 태권도 정신을 가르치고 있는 사람은 조금일 관장이다. 그는 이 도시에서 ‘마이스터 조’로 통한다.

부인인 김미자씨와 딸 조예진양 그리고 아들 조인성군 이렇게 4명의 식구가 이 도시에서는 거의 유일한 한국인 가족이다.

조금일 관장 10년째 태권도장 ‘조 스포르트 아카데미’ 운영

지난 19일 오전 조 관장이 운영하고 있는 태권도장의 수련생들이 승단심사를 받는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도장에는 5-6세 유아부터 30대의 성인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 수련생 40여명이 새로운 색깔의 도복띠를 획득하기 위해 긴장속에 승단심사를 치르고 있었다.

그들이 심사를 받고 있는 사이 그들 옆에서는 수련생들의 가족들이 수련생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에게 태권도 승급심사는 그들 일상의 중요한 행사 중 하나였다.

태권도의 기본품세와 격파, 자유대련의 순서로 진행된 심사를 마친 수련생들은 긴장속에 심사통과여부 결정을 기다렸고, 마침내 심사에 통과해 새로운 색깔의 도복띠를 받은 수련생의 얼굴에는 뿌듯한 미소가 흘렀다.

심사의 마지막은 모든 수련생들이 독일국기와 태극기가 나란히 게시된 곳을 향해 깍듯하게 예의를 차리고 인사하는 것으로 마무리 했다. 물론 구령은 우리말인 ‘차렷’, 그리고 ‘경례’였다.

진지한 표정으로 태권도 승단심사를 받고 있는 독일 어린이 ⓒ뷰스앤뉴스


이 날 심사를 통해 빨간색 띠에서 한 단계 위인 보라색 띠를 획득한 올해 11살의 킴벌리 양은 “9살때부터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해 2년간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면서 “호신술을 익히고 싶었고, 뭔가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어서 엄마를 졸라 태권도장에 등록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킴벌리 양은 “태권도를 배우고 나서 성격도 적극적으로 변하고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자신감을 갖을 수 있어서 좋다”며 “태권도를 배운 것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킴벌리 양의 어머니도 “킴벌리가 학교에서 돌아와 태권도를 배우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조 관장은 “이번 독일월드컵을 계기로 우리 수련생들도 말로만 듣고 태극기로만 알던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밝히면서 “이번 독일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의 16강 진출여부를 떠나 그들이 이 곳에서 뛰고 있다는 것에 교민들은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며 “교민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 우리 선수들을 응원할 것”이라며 고국에서 멀리 독일까지 날아온 우리 선수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표시했다.

승단심사 전 조금일 관장의 구령에 맞춰 몸을 풀고 있는 수련생들 ⓒ뷰스앤뉴스
레버쿠젠=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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