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롯데, '양대 주축' 화학-유통 수장들 떼초상
신동빈 장남 입사 4년만에 부사장. 60대이상 물갈이하며 승계 가속화
롯데는 28일 2025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최고경영자(CEO) 21명(36%)을 교체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의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그룹 전체 임원 22%가 퇴임하고 전체 임원 규모가 13%나 줄었다. 이는 코로나19로 백화점, 유동이 치명타를 입었던 2021년 임원인사보다 더욱 큰 폭이다. 롯데그룹이 코라나 팬데믹 때보다 더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60대 이상 임원들을 대거 퇴진시켰다.
60대 롯데 계열사 대표이사 8명(35%)을 포함해 계열사 대표이사 21명이 교체된다. 또 60대 이상 임원의 50% 이상이 퇴임한다.
대신에 70년대생 CEO 12명을 신규로 임명해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롯데면세점 김동하 대표이사(70년생), 롯데이노베이트 김경엽 대표이사(70년생), 롯데엠시시 박경선 대표이사(70년생), LC Titan 장선표 대표이사(70년생),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황민재 대표이사(71년생) 등이 대표적이다.
이같은 세대교체는 급류를 타고 있는 후계 상속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롯데 3세 신유열씨가 입사 4년만에 연속 고속 승진해 부사장에 올랐기 때문이다.
2020년 일본 롯데에 입사한 신 부사장은 2022년 5월 롯데케미칼 상무보, 2023년 상무, 2024년 전무로 각각 승진한 뒤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이 됐다. 앞으로 신 부사장은 바이오CDMO(의약품 위탁개발생산) 등 신사업 안착과 핵심사업의 글로벌 시장 개척을 주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롯데는 컨트럴타워도 신설했다.
그룹 전반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혁신 드라이브를 추진하기 위해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 노준형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노 사장은 지주의 경영혁신실과 사업지원실을 통합한 사실상의 콘트롤타워에서 그룹사 비즈니스 구조조정과 혁신의 중심축 역할을 할 전망이다.
업종별로 보면, 신 회장은 중국의 자급률 확보로 구조적 위기에 직면한 화학군과, 중국 단체관광객 급감으로 고전중인 면세점 등 유통군에 대해선 살벌한 문책인사를 단행했다.
롯데 케미칼 총괄대표로 화학군을 이끌던 이훈기 사장이 경질됐다.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 재임 시 추진한 일부 인수합병(M&A)과 투자, 화학군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 자리는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대표이사 이영준 부사장이 맡기로 했다.
롯데 화학군은 13명의 CEO 중 지난해 선임된 롯데알미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LC USA 등 세 곳의 대표를 제외한 10명이 교체된다.
화학군 임원 가운데 30%가 짐을 싸야 했고, 특히 60대 이상 임원은 무려 80%가 퇴출됐다.
롯데 호텔군 물갈이도 살벌하기란 마찬가지였다.
호텔롯데는 법인 내 3개 사업부(롯데호텔, 롯데면세점, 롯데월드) 대표이사가 전부 경질됐다.
이완신 호텔군 총괄대표와 롯데호텔 대표이사가 경질되고, 그 자리를 롯데지주 사업지원실장 정호석 부사장이 맡게 됐다. 그는 호텔뿐 아니라 롯데월드, 롯데면세점을 포함한 호텔롯데 법인을 총괄 관리하는 법인 이사회 의장도 맡아 호텔군 전체에 대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롯데면세점은 롯데지주 HR혁신실 기업문화팀장 김동하 상무가 전무로 승진해 신임 대표이사로, 롯데월드는 권오상 신규사업본부장 전무가 신임 대표이사로 각각 내정됐다.
롯데지주 이동우 부회장과 롯데 식품군 총괄대표 이영구 부회장,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김상현 부회장, 주요 식품·유통 계열사의 CEO는 유임됐다. 이들 업종은 상대적으로 선방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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