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KEB하나은행의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자료 삭제가 비판의 도마위에 올랐다.

하나은행의 자료 삭제 사실을 가장 먼저 밝혀낸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하나은행이 금감원 실태조사 이후 불완전판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조직적으로 고의로 자료를 삭제한 것이 아니냐"고 물었고, 금감원 실무책임자인 김동성 부원장보는 "지성규 하나은행장의 지시로 작성한 일부 자료를 고의로 삭제, 은닉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문제의 자료들은 DLF파문이 일어 금감원이 합동검사에 착수하기 직전인 지난 8월 초 삭제됐으며, 금감원은 첫 검사때는 이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가 추가검사때 금융보안원 협조를 받아 삭제 사실을 파악해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복구할 수 있었다.

김 부원장보는 이와 관련, "하나은행에서 1,2차에 걸쳐 자체적으로 전수 검사를 했는데 하나은행은 금감원이 이 파일을 발견하기 전까지 은닉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삭제된 자료의 내용에 대해서도 "삭제된 파일에 DLF 관련 자료가 있으며 불완전판매에 대한 부분도 있다"며 하나은행에 불리한 내용이 포함돼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증인으로 출석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파일이 삭제됐다는 것은 언론보도를 통해서 알았고 지주차원에서 지시했다거나 하는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삭제된 DLF 파일 중 불완전 판매와 관련한 내용이 있었느냐'는 질의에도 "금감원에서 현재 조사 중이다", 잘 모른다", "그 부분까지 보고 받지 못했다"며 발뺌으로 일관했다.

이에 지 의원은 "지성규 하나은행장이 사전대책 회의 등을 열어 현안파악을 지시했고 향후 금감원 종합감사에서 불완전판매 등 본인의 잘못이 드러날 것을 은폐하기 위해 고의로 조작해서 삭제했다"며 "고객의 재산을 희생하면서 본인들 탐욕과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경영진에 대한 엄중문책을 촉구했다.

이에 함 부회장은 "이번 DLF사태로 고객의 소중한 재산에 손실이 난 부분은 진심으로 안타깝고 죄송하다"며 "이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점을 포괄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발표했고 그 부분을 충실히 수행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하나은행은 1년 전에도 '은행권 채용비리' 검사 때도 관련 자료를 삭제했고, 금감원은 금보원 도움을 받아 하나은행의 클라우드 시스템에서 이를 복원해 비리를 밝혀낸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 문책은 실무자들에게 국한됐고 경영진은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은 전례가 있어, 과연 이번에도 경영진이 문책 대상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