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이사회 선상반란 "누진제 완화 손실 또 맡으란 거냐"
정부 누진제 개편안 의결 보이콧. 작년에도 3천억 손실 떠맡아
정부가 지난해 누진제 완화에 따른 한전 손실액 3천억원을 보상해주지 않은 데다가 올해도 명백한 손실보전 약속을 해주지 않고 있어, 소액주주들로부터 배임 소송을 당할 위기에 직면한 이사들이 선상반란을 일으킨 것.
한전은 이날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정기이사회(의장 김태유 서울대 교수)를 열고 민관 태스크포스(TF)가 제시한 전기요금 개편 최종 권고안을 토대로 장시간 심의를 진행했으나 전기요금 공급 약관 반영 의결을 보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당초 다음주 전기위원회 심의 및 인가를 거쳐 다음달부터 누진제 개편안을 시행하려던 정부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8월 초에 결정해 7월까지 소급적용을 한 만큼 이번에도 의결만 된다면 문제 없다는 입장이나, 상황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한전은 지난해 7~8월 한시 할인때 약 3천억원의 비용을 떠맡아야 했다. 정부는 한전에 대한 지원방안을 추진했으나 해당 예산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올해는 상황이 더 나쁘다.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2천500억원 이상의 비용을 떠맡아야 할 판이다. 정부는 그러나 '국회 동의'를 얻어 어느 정도 보전해줄 방침이라는 말만 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가 극한대치하며 몇달째 공전상태인 국회 상황을 볼 때 과연 국회가 손실 보전을 해줄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한전은 올해 1분기 6천299억원의 역대 최악 실적을 내면서 한계상황에 봉착했다. 한전 소액주주들도 정부의 보전 약속 없이 개편안이 의결될 경우 이사 등 경영진을 배임행위로 고소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최근 한전은 이사회가 개편안을 의결할 경우 배임에 해당하는지를 로펌에 의뢰했다. 한전은 로펌 판단을 공개할 수 없다고 하나, 이날 이사회가 의결을 무기한 보류한 점을 감안할 때 배임 가능성이 높다는 유권해석이 나온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전이 공기업인만큼 한전이 손실을 떠맡든, 국민세금으로 떠맡든 무슨 차이가 있냐는 힐난도 한다. 하지만 한전은 '상장기업'이다. 개인투자자를 비롯해 국내외 많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2017년 6만대이던 주가는 현재 2만원대로 급락한 상태다.
정책 변화에 따른 손실은 국민세금으로 보전해주거나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해결하는 게 정석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일반주주들의 배임 고소와 소송이 잇따르고 주가는 더욱 휴지값이 되면서 이중삼중의 피해와 혼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공기업 주가가 떨어지면 그만큼 국민 자산가치도 줄어든다는 점은 간과해선 안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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