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도산 위기' 車부품업체, 정부에 3조원 긴급 SOS
"은행들이 '고위험 업종'으로 분류, 대출-만기연장 안해줘"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최근 300여개 자동차부품업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금 수요 조사 결과를 산업부에 전달했다.
조사 결과 부품업체들은 은행권 대출 상환 연장과 시설투자, 연구개발(R&D) 등에 약 3조1천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며 정부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이들은 은행들이 자동차업계를 '고위험 업종'으로 분류, 신규대출을 기피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출 만기연장도 잘 해주지 않아 줄도산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이같은 요청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에 전달, 이들과의 협의를 거쳐 조만간 종합적인 부품업계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실제로 자동차부품업계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상장한 1차 협력부품업체 89개사 중 42개사(47.2%)가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28개사(66.7%)는 적자로 전환했다. 89개사의 매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8.6% 줄었으며 영업이익률은 0.9%에 그쳐 작년 1분기 3.7%에 비해 2.8%포인트 급감했다.
또한 총 28조원 규모인 자동차산업 여신 중 10%는 이미 자본잠식 상태이고, 영업이익률이 2% 미만인 2차·3차 협력업체는 이미 시장에서 도태되기 시작했다.
지난 6월 현대차 1차 협력업체인 리한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데 이어 다이나맥, 금문산업, 이원솔루텍 등이 잇따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했으며, 고무부품 등을 공급하던 2차 협력사인 에나인더스트리는 지난 7월 만기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처리됐다.
이와 관련,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지난 19일 한국자동차산업학회 주최로 열린 학술대회에서 "30여 년간 자동차산업을 연구하면서 요즘처럼 위기였던 적이 없었다"며 "언제든지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김 교수는 "국내 완성차 생산이 2011년을 정점으로 하향추세가 이어지는 업황 부진이 지속하고 있고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인상, 근로시간 단축, 무역전쟁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다"면서, 2015년 기준 900만대였던 국내 완성차업체의 글로벌 판매량이 800만대로 줄고 현재 44%인 국내 생산비율이 글로벌 업체 평균 수준인 31.8%로 감소하면 부품업체의 가동률이 38% 급감할 것으로 우려했다.
지금 한국경제는 조선업의 4년 수주 절벽으로 고용이 급감하는 등 고용참사를 경험하고 있다. 자동차업종은 조선업보다 3배 많은 고용을 하고 있다. 따라서 자동차부품업계가 줄도산을 하면 고용참사가 더욱 통제불능 상태로 확산될 것을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현대기아차가 사드 보복으로 반토막난 세계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고전을 거듭하고 있으며, 제2 시장인 미국에서도 판매가 계속 감소하고 있는 데다가 트럼프 정부의 수입 통제가 나날이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다 미래차도 수소차로 설정해 전기차로 설정한 중국에게까지 기술경쟁력이 밀린다는 평가를 받는 등 앞길은 첩첩산중이다.
단순히 자동차부품업계에 대한 미봉책적 긴급지원 차원을 넘어서 한국자동차산업의 생존 여부를 놓고 국가적 차원의 고민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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