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 택시기사 광화문 운집. "차라리 벼룩 간 내먹으라"
"우리가 무슨 밥그릇 지키려는 집단? 우리는 생존권 지키려는 서민"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4개 단체로 꾸려진 '불법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가 18일 오후 2시 광화문광장에서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당초 주최측은 서울시로부터 집회 현장으로 북측광장을 허가받았다. 2만명이 참석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집회 시작 전부터 북측광장은 꽉 찼고, 광장 중앙까지 참가자들이 가득찼다. 미처 광장에 자리잡지 못한 이들은 세종문화회관과 정부서울청사 일대에 자리잡았다.
주최 측은 집회에 7만명이 참석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주최측인 최소 3만명, 최대 5만명을 예상했던 것보다 높은 참가율이다.
경찰은 참가인원이 증가함에 따라 광장 양쪽 4개 차로에서 6개 차로로 통제구역을 확대했다. 집회 현장에서는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문진국·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 등도 목격됐다.
분위기는 시작부터 격앙됐다. 집회에 앞서 일부 지부장과 대의원들은 무대에 올라 삭발을 했다. 주최측은 대표들이 줄줄이 단상에 올라 카카오와 정부를 강력 성토했다.
전국택시연합회 박복규 회장은 무대에 올라 "우리는 남들이 일을 마치고 가족과 함께 쉬는 시간에도, 지하철과 버스가 끊긴 시간에도 쉬지않고 일해왔다"며 "이것이 우리 숙명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택시 산업은 더욱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고 했다.
박 회장은 이어 "4차산업 혁명과 혁신성장이란 미명 아래 우리의 생명권을 무참히 짓밟으려 하고 있다. 자가용 승용차도 법망을 피해 택시와 똑같이 운행할 수 있도록 하고 대형 IT기업이 그 사이에서 이익 챙기려고 하는 것이 무슨 4차산업이냐"며 "차라리 벼룩의 간을 내먹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인택시연합회 박권수 회장은 "택시운전자들은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어머니이자, 누군가의 자식이자 친척이자 친구, 멀지 않은 이웃"이라며 "거대자본을 등에 업은 대기업은 택시 4개 단체를 집단 이기주의로 치부하며 자기 밥그릇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지만 택시 운전사는 우리 사회 보통사람 중의 보통사람인 서민"이라고 절규했다. 그는 "생계 걱정 없이 가족과 함께 하루에 밥 세끼 먹고 살게 해달라 호소하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고 호소했다.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구수영 위원장은 "카풀앱 뿐만 아니라 쏘카와 그린카 등이 택시시장을 잠식시키는 주범으로 우리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면서도 "이를 막아내는 것에 그치지 말고 우리도 승차거부 하지 않는 친절한 택시로 거듭나자"고 당부했다.
비대위는 결의문을 통해 "카카오택시로 사세를 확장해온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제 카풀업체 '럭시'를 인수해 카풀서비스를 본격 추진하면서 택시 생존권을 짓밟고 있다"며 "카풀앱은 여객법에서 규정한 순수한 카풀과는 거리가 먼 상업적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불법 영업행위"라고 질타했다.
비대위는 이어 "공유경제 운운하며 법률의 틈바구니를 파고들어 마치 스타트업인 것처럼 포장해 자가용의 택시영업을 자행하는 불법 카풀앱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대위는 "정부 또한 즉각 불법 유사택시영업행위인 카풀앱의 근절대책과 택시산업발전과 종사자의 처우개선을 위한 종합대책을 조속히 발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국회 역시 이와 관련된 여객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집회 후 집행부는 '불법 공유경제, 짝퉁 4차산업, 불공정 경제'라고 적힌 현수막을 칼로 찢었다.
집회후 일부 참가자들은 '시민단체에 고발당한 카카오가 운영하는 카풀, 과연 안전할까'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들고 경복궁역을 지나 청와대 앞 효자동 치안센터까지 2∼3개 차로를 이용해 가두행진을 벌였다.
광화문에서 대규모 장외집회에 이어 가두행진까지 벌인 것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반발한 영세소상공인들에 이어 택시기사들이 두번째다.
정부는 그러나 카풀 서비스를 승인한다는 방침이다.
김경욱 국토교통부 교통정책실장은 이날 언론에 "현재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출퇴근 시간대 외에도 상당한 규모의 통근 수요가 있는 거로 파악된다"면서 "카풀이 가능한 출퇴근 시간대를 특정하기보다는 횟수를 출근 1회, 퇴근 1회 등 하루 2회로 제한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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