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의 잇단 '반대' 권고를 내놓은 가운데 현대모비스가 합병안을 다룰 임시 주주총회를 전격 취소하며 합병안을 철회,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에 급제동이 걸린 양상이다.

현대모비스는 21일 오후 임시 이사회를 열고, 오는 29일로 예정됐던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와 분할·합병 관련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취소하기로 결의했다.

현대모비스는 "분할·합병 절차를 중단하고 현대글로비스와 분할·합병 계약에 대한 해제합의서를 체결했다"며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반대 의견을 권고하고, 그에 따른 주주들의 의견을 고려한 결과, 주주총회 특별결의 가결 요건의 충족 여부와 분할·합병 거래 종결 가능성이 불확실해짐에 따라 현재 제안된 분할·합병 방안의 보완 등을 포함해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합병안 철회 결정은 미국계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불공정 분할·합병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제기한 이후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이에 대거 동조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영향력이 절대적인 세계 1, 2위인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모두 반대한 것을 신호탄으로, 국내에서도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서스틴베스트,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일제히 반대 의견을 내면서 현대차에 충격을 가했다.

이들은 "이 기업은 분할합병의 조건을 정당화하려 현저하게 부적절한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 이 안은 분명히 현대글로비스 주주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상당한 가치를 옮겨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현대차 오너들에게 편파적으로 유리한 안임을 강조한 뒤, 주주들에게 29일 현대모비스에서 반대표를 행사할 것을 권고했다.

여기에다가 현정부에 영향력이 큰 참여연대가 반대 입장을 밝히고, 모비스 지분 9.8%를 쥔 국민연금도 찬반 결정을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맡기기로 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굳히면서, 결국 현대차가 백기를 든 모양새다.

이에 따라 당장 현대차 정몽구-정의선 오너들은 새로운 합병안을 마련해야 하는 궁지에 몰리게 됐으며,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에 찬성 입장을 밝혀온 공정위와 여당도 곤혹스런 입장에 처하는 등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더이상 정부나 오너가 쥐락펴락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해석하고 있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