탠디 파업, '노측 1600원 vs 사측 1200원'
'소사장제 폐지' 놓고 평행선...SNS 불매운동 조짐 확산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 탠디분회 조합원들은 8일 오후 3시 탠디 사측과 협상테이블에 앉았다. 지난 4일 처음으로 본사와 첫 협상에 나선 지 나흘만이다.
지난 4일 첫 협상에서 사측은 노조의 한 켤레당 공임 2000원(현재 7000원) 인상 요구에 "너무 과하다"며 공임 500원 인상안을 제시했다. 노조 요구안에 4분의1 수준인 사측 제시안으로 첫 협상은 한 시간만에 결렬됐다.
반나절만에 다시 재개된 협상에서도 사측의 공임 인상폭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전 협상에서 500원을 제시했던 사측은 이번엔 기존 공임료의 10% 인상안을 제시했다. 현 공임 6500~7000원에서 650~700원을 올려주겠다는 것.
노조는 곧바로 테이블을 박차고 나왔다. 협상에 참여한 32년 경력의 제화공 박완규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임 500원 인상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그런 걸 받을려고 어려운 싸움을 시작하지 않았다"고 분개했다.
어버이날인 8일 오후 2시30분 재개된 협상에서도 사측은 노조 요구안의 절반이 안되는 804원을 새 인상안으로 제시했다. 사측안대로 인상되면 제화공들이 수제구두 한 켤레를 완성하고 받는 돈은 7304원으로 올해 시급 최저임금 7530원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 7530원은 최저'시급'이지만 제화공들은 구두 한 켤레를 만들어야 받을 수 있는 '개수임금제'가 적용된다. 한 노동자가 최저시급을 받고 10시간을 일하면 7만5300원의 돈을 쥘 수 있지만 제화공들은 1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구두 한 켤레 완성으로 최저시급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셈이다.
재개된 협상, 노조 1600원 vs 사측 1200원
노조측은 당연히 이를 거부했고 대신 최종안으로 1600원을 제시했다. 사측은 이에 다시 1200원 인상안을 제시했다. 협상 초기 500원에서 2배 이상이 인상돼 최저임금 수준에 근접한 셈이다.
하지만 결국 이날 4시간여의 협상은 양측간 400원이라는 인상액 차이와, 제화공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및 처우의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사업등록증 폐지, 이른바 '소사장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렬됐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소사장제는 탠디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노동 현안인 특수고용노동자 문제"라며 "제화공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서도 포기할 수 없는 요구"라고 못박았다.
탠디 제화공들은 법적으로 '개인사업자'이지만 이들이 만든 구두의 수량과 디자인은 모두 탠디가 결정한다. 사실상 탠디의 직원인 셈이다. 이미 2016년 법원은 탠디 본사에 퇴직금을 요구한 하청업체 제화공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여전히 하루 16시간 노동에도 4대보험과 퇴직금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부상을 달고 살지만 산업재해 보상도 받을 수 없다. 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보장,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가입 의무화가 포함되어있지만 개혁입법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탠디 "제화산업 많이 어렵다" vs 노동자 "8년 임금동결에 대한 답 아니다"
탠디는 이같은 노조측 요구에 대해 제화업계의 전반적 경기 하락, 백화점-유통업체간 불리한 마진 조정, 날로 상승하는 인건비 비중에 따른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탠디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구두 한 켤레를 만들면 제화공 저부(바닥) 7000원, 갑피(패턴) 제작 6550원으로 합치면 1만3천500원이고 패턴사, 재단사, 공장장, 사무직 급여직원들 6천원으로 기본 인건비만 2만2천원"이라며 "그나마 30만원대 신발이라고 하는데 백화점에 35% 주고 중간관리 직원 15% 주면 결과적으로 우리에게는 평균 10만원대 초반이 떨어진다"고 항변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금 제화사업은 현실적으로 사양사업이다. 멀리가 아니고 지금 당장이다. 지금 탠디는 수입이 아니라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자부심으로 만들고 판매하자는 사주의 뜻에 따라 95% 국내 생산을 유지하며 제화공들과 같이 해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양산업에 종사하는 제화공들의 공임이 8년간 동결되는 동안 탠디 오너 일가는 120억원의 배당을 가져갔다. 영업 이익도 늘었다. 2007년 27억7천여만원을 기록한 탠디의 영업 이익은 2017년 69억4천여만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10년 사이 영업 이익은 두 배 이상 늘었지만 사측은 백화점 매출 부진 등을 들며 "가뜩이나 좋지 않은 회사 사정이 최근 제화공들의 파업으로 본사와 하청업체 모두 큰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같은 사측 주장에 대해 "과거 제화업계가 호황일 때나 사양산업인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건 제화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임금 뿐"이라며 "회사는 꾸준히 영업이익을 달성하는데 노동자들의 삶은 점점 퇴보하는 현실에서 사측의 주장은 노동자에 대한 답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불매운동 조짐 확산...브랜드 이미지 타격 커가
결국 노사 양측은 이날 협상에서 향후 추가 교섭 일정을 잡지 못한 채 헤어졌다. 제화공 조합원들은 파업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고, 민주노총은 오는 9일 광화문에서 대규모 특수고용노동자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사측도 여전히 용역직원을 고용해 본사 출입문의 셔터를 내리고 차벽을 둘러쌓은 채 노조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SNS상에서는 '탠디불매'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글이 속속 올라오며 불매운동으로 확산할 조짐까지 보이는 등 시간이 흐를수록 탠디의 브랜드에는 상처가 커지고 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8일 국회에서 "국내 1위의 수제화 업체이자 지난 10년간 영업이익이 두 배 이상 성장한 탠디가 그 동안의 성과를 노동자들과 함께 나눈다는 전향적인 자세로 8년째 동결중인 7000원의 제화 공임비를 현실에 맞게 인상하고, 이후 노동자와 상생하는 기업이 되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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