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처음으로 정치 참여를 시사하는 발언을 해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열린우리당의 김근태-정동영이 자리를 넘겨주지 않겠냐고 발언, 김근태-정동영 두 후보가 대선후보 출마를 포기하고 추대할 경우 정치 일선에 나설 생각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정운찬 "열린당 두 대선주자가 자리 넘겨주겠냐"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20일 MBC와 만난 자리에서 “정치 참여에 대해 생각을 전혀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면 이제는 거짓말일 것”이라며 “정치를 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언론에 오르내리는 걸 계기로 생각하기 시작했다”며 “정치 불참을 언론에 선언할까도 생각해봤지만 수개월 동안 흔들면 참을 수 있겠냐는 주변의 말도 듣고 있다”고 했다.

전 전총장은 또 "열린우리당의 두 대선 주자가 자리를 넘겨주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정 전 총장은 그러나 “깊이 생각해 보지는 않았지만 역시 대통령직은 나에게 벅차 보인다”고 말해 아직 출마결심을 굳히지는 않았음을 시사했다.

정 전 총장은 또한 이날 SBS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을 만난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정 전 총장은 고등학교와 대학 동문인 김 의장을 포함해 "모두 10명이 만난 자리였다"며 따라서 "정치 얘기를 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정 전 총장은 그러나 김 의장에게 최근 열린우리당 상황과 관련해 "필사즉생이라는 말도 있는데 죽고자 하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총장의 정치참여 시사 발언은 지난 15일 서울대 출신기자들과의 송년회에서 "나는 승산없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 결단력이 있는 사람이다"라고 발언한 데 이어 나온 것이어서, 정 전총장이 대선 출마 여부를 적극 고민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 한층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운찬은 경제-교육 경쟁력 갖고 있어", 김효석 연일 러브콜

한편 김효석 민주당 원내대표가 전일에 이어 21일 또다시 정 전총장의 '경쟁력'을 강조하며 적극적 러브콜을 보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직접 내가 만나 가까운 시일 내에 권유할 생각"이라며 "우리가 정운찬 총장을 생각하는 이유는 지금 경제가 상당히 어렵지 않느냐. 특히 우리나라의 인구구조상 베이비붐 세대가 일할 수 있는 마지막 5년이다. 이때 우리사회 경제를 바로 잡아놓지 않으면 그 다음에는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어든다. 대단히 한국 사회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정 전총장은) 경제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경제전문가인 정 전총장의 경제전문성을 경쟁력으로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일자리도 국내에서 만들기 어려워지는 상황"이라며 "이제는 상품 수출도 중요하지만 인재 수출도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교육에 대한 경쟁력이 굉장히 중요한데 이런 부분들을 좀 나서달라는 것"이라며 정 전총장의 '교육경쟁력'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