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하, 외부 가격에 두개골 함몰로 사망"
진상조사위 "출혈 흔적 전무, 절대로 추락사 아니다"
장준하선생 사인진상조사 공동위원회는 26일 '장준하선생 유해 정밀감식 결과 국민보고대회'를 통해 이같은 감식 결과를 공식 발표됐다. 지난 해 12월 5일 사인을 밝히기 위한 감식을 위해 개묘한 지 4개월여만이다.
유해 정밀감식을 진행한 이정빈 서울대 명예교수는 "장준하 선생의 두개골 함몰은 추락에 의한 골절이 아니라 외부 가격에 의한 손상"이라며 "장 선생 시신에 출혈의 흔적이 전혀 없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소견을 밝혔다.
이 교수는 "엉덩이뼈 골절이 두개골 손상과 동시에 일어났다면 당연히 있어야 할 출혈 흔적이 없고 14.7미터 높이의 약사골에서 지면에 붙어 떨어지면 생기는 찰과상도 없다"며 "외부 가격으로 이미 사망한 이후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설령 두개골 손상과 엉덩이뼈 골절이 모두 추락과 동시에 생겼다하더라도 그 두 곳이 손상된다면 어깨뼈 골절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며 "어깨뼈가 전혀 골절되지 않은 것도 추락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같은 판단의 증거로 약사봉 높이와 비슷한 6층 높이에서 추락사한 시신 사진을 공개했다. 장 선생과 비슷한 골절상을 입은 사진 속 시신 사진은 엉덩이뼈부터 옆구리 전체에 걸쳐 출혈흔이 또렷했다.
이 교수는 장 선생의 두개골에 충격을 가한 물체에 대해선 "원형함몰을 보고 처음에는 망치같은 것을 생각했지만 깨진 모양과 사이즈를 보면 망치보다 작고 둥그런 물체여야 한다"며 "현장을 생각해보면 제일 구하기 쉬운 둥근 돌로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경호 조사연구위원도 검토의견을 통해 "약사봉에서 추락사했다면 온몸에 많은 상처가 발생해야 함에도 추락해 나온 상처가 발견되지 않았고, 셔츠와 바지도 찢어지지 않았다. 어떠한 실족흔적이나 방어흔적이 없었고, 가장 약한 갈비뼈와 하악골에서도 골절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장 선생은 제3의 장소에서 살해당하고 시신이 옮겨져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 장준하 선생의 사인이 38년만에 추락사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확한 사인과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움직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장준하 선생 암살의혹규명 국민대책위의 유광언 공동대표는 "지금까지 추락사라고 했던 정부발표가 이번 정밀감식을 통해 전면부정됐다"며 "결국 사건 장소, 실제 흔을 볼때 지금까지 밝힌 것은 사실무근이고, 그렇다면 전면적인 재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민주당 조사위나 의문사위처럼 극히 제한된 권한이 아닌 그를 뛰어넘는 법적 근거가 만들어져 위원회가 충분한 권한과 인적조사를 갖고 활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기홍 민주통합당 의원은 "민주당 진상조사위 회의를 즉기 개최하고 장 선생 죽음에 의혹을 갖고 있는 여야 의원들과 함께 진상조사를 위한 국회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국가차원에서 새로운 진상조사기구를 만드는 것이 순리고 만약 정부가 나서지 않을 경우 특별법을 통해 진상을 밝힐 법적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장준하 선생의 장남 장호권씨는 최종 정밀감식 결과가 발표되고 난 후 "가족의 입장에선 아버님의 관을 두번씩 여는 큰 죄를 지으면서도 아직도 의문사로 인해 희생되고 이름없이 쓰러져간 많은 분들의 억울한 죽음을 꼭 밝혀서 그런 죽음이 없도록 해야겠다는 생각때문이었다"며 "이제 타살임을 명명백백하게 알게됐으니 이제 남은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해결해야 한다"고 박근혜 정부의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한편 장 선생의 유해는 30일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발인제,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노제를 거쳐 이날 오후 2시 경기도 파주시 장준하 공원에 안장된다. 유족들과 대책위는 이에 앞서 28일 정오부터 30일 오전 9시까지 일반 시민들의 조문을 받으며 29일에는 대한문 앞에서 추모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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