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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마침내 내부 갈등 폭발

안병직 “김진홍은 횡설수설, 제성호는 교수 자격 없어"

최근 빚어진 ‘교과서 포럼’의 ‘한국판 새역모’ 사건을 둘러싸고 뉴라이트 내부에서 서로 막말을 주고 받는 등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의 수장인 김진홍 목사는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뉴라이트 진영은 물론 올드라이트까지 연대해 그 세를 넓히겠다는 계산이었으나, 결국 뉴라이트 내부에서부터 제동이 걸린 셈이다.

안병직 “김진홍 목사 횡설수설, 이 사람이 지식인인지 의심”

포문은 이번 사태를 야기한 ‘교과서 포럼’ 운영위원이자 ‘일본군 위안부’ 관련 ‘망언’을 쏟아낸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가 열었다. 안 교수는 13일 우파 정치웹진 ‘폴리젠’과의 인터뷰에서 “김진홍 목사도 나에 대해서 여러 군데서 비판을 했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횡설수설하고 있다”고 직설적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무엇을 기초로 해서 (김진홍 목사가) 나를 비판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면서 “대표적으로 정신대와 위안부를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 토지조사사업에 있어서 ‘토지를 약탈했다는 자료가 없다고 해서 토지조사사업에서 한국의 토지 약탈이 없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주장인데 그것은 역사학의 기초도 모르는 얘기”라고 김 목사를 재차 비난했다.

그는 더 나아가 “제가 김 목사의 비판을 전체적으로 검토해보니까 김 목사는 자기가 발언해야할 문제와 발언해서는 안 될 문제가 무엇인지조차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과연 이 사람이 지식인인가, 이런 사람이 과연 사상운동을 할 수 있을까 심히 의심스러울 정도다.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노골적으로 김 목사에 불쾌함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정신대를 강제동원한 흔적이 없다는 것은 무슨 소리냐? ‘수많은 대한민국 여성들이 끌려가 희생을 당한 살아있는 흔적이 있다’고 했다. 아마도 이것은 정신대가 아니라 위안부 이야기일 거다. 저는 위안부를 강제 동원했다는 자료가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했을 뿐이지, ‘위안부를 강제동원 했다, 안했다’라고 이야기한 바가 없다”며 논란이 된 자신의 발언에 대해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물론 강제 동원됐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며 “자료 중에는 일부 위안부의 증언도 있으니까”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역사학에 있어서 본인의 증언은 방증자료로 쓸 수는 있어도 본격적인 역사자료로 채택하지 않는다”라며 “어떤 형태로든 강제가 있었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이는 가능성에 불과하지 실제 사실여부는 명확히 알 수 없다. 이를 명확하게 말하려면 자료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안병직 뉴라이트재단 이사장(왼쪽)과 김진홍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 ⓒ김동현 기자


안병직 “제성호 교수, 대학 교수 자격있나? 학생들 가르칠 수 있는지 의문”

안 교수는 ‘뉴라이트전국연합’ 대변인을 맡고 있는 제성호 중앙대 교수에 대해서도 격한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나는 (위안부 동원에) ‘강제가 없었다’라고 이야기한 바가 없다”며 “제성호 교수는 ‘강제가 없으면 자발적’이라고 말했지만 이는 심각한 논리적 한계를 갖고 있다”고 제 교수를 비판했다. 그는 예를 들어 “국민들은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고 가난은 피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수없이 많다. 그들이 강제적으로 가난한 것이 아니라고 해서 자발적으로 가난을 택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제 교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이어 “위안부 문제 역시 마찬가지”라며 “한국의 수많은 위안부들이 강제동원된 것이 아니라면 모두 자발적이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가난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위안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 이는 대단히 가슴 아픈 일”이라며 “이런 사람이 대학 교수라고 하는데 학생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심히 걱정스럽다. 과연 대학교수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이런 논리를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제 교수에 대해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신지호-김진홍’, 뉴라이트 내부 갈등 ‘폭발’

이같은 안 교수의 ‘뉴라이트전국연합’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은 표면적으로는 ‘교과서 포럼’ 사태와 자신의 발언을 둘러싼 공방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그 속내를 뜯어보면 뉴라이트 진영 내부에 잠복해 있던 갈등이 마침내 폭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뉴라이트 진영에서 안 교수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만 보더라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현재까지 뉴라이트 진영 내 ‘3대 단체’라고 하면 ▲자유주의연대(대표 신지호) ▲뉴라이트전국연합(상임의장 김진홍 목사) ▲선진화국민회의(사무총장 서경석 목사)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안 교수는 신지호 대표가 설립을 주도한 ‘뉴라이트재단’의 이사장직을 맡고있다. 지난 6일 열린 ‘창립 2주년 자유주의연대 후원의 밤’ 행사에서도 안 교수는 신 대표를 비롯해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 등과 함께 상석에 동석하는 등 사실상 자유주의연대를 이끌어 가는 인사로 분류된다.

이 날 안 교수가 인터뷰를 한 정치웹진 '폴리젠' 역시 최근 자유주의연대와 통합하기로 해 사실상 이 날 인터뷰는 '자유주의연대'의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 그가 이 날 뉴라이트전국연합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 목사는 지난 달 열린 창립1주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올드라이트’, ‘뉴라이트’ 가릴 것 없는 연대를 주창하고 나섰다. 대선 승리를 위한 우파 진영의 대결집인 셈이다.

김 목사의 의도대로 ‘선진화국민회의’와 ‘올드라이트’ 진영은 연대에 거의 성공한 분위기다. 문제는 뉴라이트 운동을 가장 먼저 조직화시킨 신지호 대표의 자유주의연대의 반응. ‘자유주의연대’는 뉴라이트전국연합의 끊임없는 ‘러브 콜’에도 냉소적인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자유주의연대는 김 목사의 ‘올드라이트’ 끌어안기 시도에 대해 “그럴 거면 뉴라이트 운동을 왜하나? 뉴라이트의 존재가치가 없지 않나?”고 연대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뿐만 아니라 자유주의연대는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을 연대해서 함께 밀어주자는 김 목사의 제안에 대해서도 “한나라당 후보가 분열할 것도 아닌데 왜 굳이 연대해서 지지하자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같은 '자유주의연대'의 냉소적인 반응은 출범 1년만에 11만명의 회원을 거느리며 공룡조직으로 급부상한 ‘뉴라이트전국연합’에 대한 경계의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안 교수의 이 날 발언으로 두 조직은 파경을 맞은 것이 아니냐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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