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한나라당에 활짝 문 열다
청년불자와 한나라 의원 충돌도...태산명동에 서일필
김무성 원내대표를 필두로 한나라당 불자회장 이인기 의원과 국회 정각회 회장 최병국 의원, 김학송, 강석천, 서병수, 안홍준, 이인기, 이진복, 이한성, 이해봉, 장윤석, 정태근, 조문환, 조윤선, 최병국, 현기환, 허원재, 이은재, 최윤희, 송광호 등 한나라당 의원 20여명은 이날 아침 8시반 서울 견지동 조계사를 찾았다. ‘전통문화 수호 및 사회갈등 해소를 위한 상생과 화해 다짐법회’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들을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대한불교청년회 정우식 회장이었다. 조계사 총무원의 한나라당 출입 허가에 반발해 침묵시위를 벌이던 정 회장은 “청년불자로서 오늘 법회를 용납할 수 없다”며 출입을 막았다. 그러자 김학송 의원이 “부처님 앞에 오는 데 누가 막느냐? 당신이 뭔데 이래라 저래라 하냐”며 반말로 맞받았고, 이에 정 회장은 “대불청 회장이다. 청년 불자로 이 법회를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해 양측은 물리적 충돌 일보직전까지 갔다. 최병국 의원이 이에 김 의원에게 "말 함부로 하지 말라"고 말려, 더이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어렵게 대웅전에 들어간 한나라당 의원들은 참회의 100배를 한 뒤 도법스님의 법문을 들어야 했다. 도법 스님은 "현실은 조계종도, 정부여당도 불편하다. 분명히 원인이 있다"며 "얼마전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사진을 봤는데 그 대상이 국민들을 위한 것이었다면 국민들로부터 냉소와 비난 받을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이 대통령의 '무릎기도' 파문을 거론하며 이 대통령에게 불화의 원인이 있음을 지적했다.
도법스님은 이어 "정부여당이 국민의 행복과 안락을 위해 무릎을 꿇는 일이라면 기꺼이 협력할 것이고, 반대로 자신과 자기편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평화와 행복을 억압하고 가볍게 취급한다면 당연히 비판과 견제의 역할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불교를 도울 생각할 것이 아니라 국민을 도울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조문환 한나라당불자회 총무는 발원문을 통해 “불자회는 정부여당과 불교계간의 상생화합과 소통을 위한 가교역할에 소홀했던 점을 참회하며 앞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전통문화 보존과 세계화를 위해 불교 관련 법령을 제정비할 뿐만 아니라 자성과 쇄신 결사가 원만 성취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종교간 화합과 평화를 위한 길에 앞장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전 총무원장 월암정대 스님의 생신대례재에 참석하기 위해 안양 삼막사로 떠나 한나라당 의원들과 만나지는 않았다.
한편 한나라당 의원들의 조계사 방문에 앞서 이재오 특임장관이 18일 낮 김천 직지사를 찾아 주지스님을 만나 차를 마신 뒤 "정부와 불교가 불편한 관계에 있었는데 이제는 다 해소됐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듯 한때 삼엄하던 조계사의 '한나라당 출입금지령'은 태산명동에 서일필 격으로 유야무야 없던 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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