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비상발전기, 내진설계 안돼 있다"
말로만 '일본보다 안전', 현장기술자들 대거 감원도
"고리원전 비상발전기, 내진설계 안돼 있어"
29일 <부산일보>에 따르면,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김세연 한나라당 의원은 "고리원전 1~4호기에는 각각 비상디젤발전기(EDG)가 설치돼 있고 이 발전기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1기의 대체교류전원 디젤발전기(AAC-DG)가 설치돼 있으나 이 대체교류전원 디젤발전기에는 내진 설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이 대체교류전원 디젤발전기는 일본 원전에는 없는 것으로 우리나라 원전 당국이 일본 원전보다 비상 시 대응능력이 높다고 자랑하던 시설이었다.
김 의원에 따르면, 고리원전에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5MW짜리 비상디젤발전기가 원전 1기에 2대씩 배치되어 있어 정상 전원공급이 차단되면 이들이 10초 이내에 보조전원을 공급하게 된다. 그러나 이마저 가동불능 상태에 빠지면 대체교류전원 디젤발전기가 작동, 8시간 동안 계속 운전을 하게 되는데 이는 일본은 갖추지 못한 시설이다.
하지만 대체교류전원 디젤발전기는 내진설계가 되어 있지 않아 대규모의 지진 시 정상 가동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이에 대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규제지침에 따라 비상디젤발전기는 모두 내진 설계가 되어 있지만 대체교류발전기까지 내진 설계를 하라는 규정은 없다"며 "우리가 규정을 어기고 설치하지 않은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현장 기술자들 대거 감원
이와 함께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침에 따라 고리원전의 현장 기술자들이 대거 감원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한수원이 지난 2008년 정원 대비 13.1%를 감축하기로 한데 이어 고리원전도 2012년까지 직원 106명을 줄이는 인력감축안을 내놓은 상태다.
문제는 현장 기술자들 중심으로 감축된다는 것이다. 취재 결과 고리원전의 감축 대상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52명이 원자력 관련 기술직 종사자다. 일선에서 원전의 안전을 맡고 있는 인력이 무더기로 원전을 떠날 처지에 놓인 것이다. 한수원은 2012년까지 자연퇴직하는 23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을 신규 원전이나 해외사업 파트로 전환배치할 계획이다.
환경단체들은 "전문적인 원자력 관련 기술직은 최소 5년은 육성해야 제몫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감축안으로 원전 관리에 구멍이 생겼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수원 홍보팀 최교서 부장은 이에 대해 "고리원전 정원의 90%가 원자력 기술직인데 감축인원 중 절반이면 안전에 그나마 신경을 쓴 편"이라며 "큰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고리원전의 인원 감축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남아 있는 직원의 피로도가 높아져 사고 위험성이 높아지는 게 아니냐는 게 지역의 공통된 여론이다.
기장군의회 김쌍우 의원은 "기장에 원전은 계속 지어나가면서 공기업 선진화라는 미명하에 인력은 줄이는 꼴이 아니냐"며 "고리원전과 신고리원전에서 2009년 이후 8건의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3건이 업무 미숙으로 인한 사고로 밝혀졌다"고 우려를 표시했다고 <부산일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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