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남북 전쟁 터지면 북한은 핵무기 사용할 것"
러시아 대사 "한반도 상황, 러시아 안보를 직접 건드리고 있어"
17일 외무부 공식 성명과 언론 발표문을 통해 남북한에 각각 연평도 포 사격 훈련 계획 취소와 군사력 사용 자제를 촉구한 러시아는 곧이어 18일 한반도 긴장 사태 논의를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유엔 안보리는 19일 오전(뉴욕 현지시각. 한국시간 20일 새벽) 긴급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러시아의 적극적 행보는 우선 현재의 한반도 위기 상황을 러시아 정부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현지 한반도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남북한 갈등 상황이 더 악화해 보다 큰 군사적 충돌이나 전면전으로 확대되고, 이 과정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는 등 최악의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을 러시아가 실제로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러시아도 상당한 영향과 피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18일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하면서 “러시아는 한반도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이 상황은 러시아 국가 안보를 직접적으로 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상황이 몇 시간, 며칠 안에 급격히 첨예화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유엔에 호소해야만 했다”고 강조했다.
한반도에서 긴장을 더 고조시킬 행동을 자제해 줄 것과 위기 상황 타개를 위한 6자회담 재개 등을 줄기차게 요구해온 러시아 입장에서 한국의 연평도 포 사격 훈련이 남북한 간 긴장을 통제할 수 없는 상태로 몰고 가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이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의 훈련을 막기 위해 러시아가 외무부 성명과 언론 발표문을 통해 남북한에 자제를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훈련 강행 방침을 밝히고 북한이 무력 대응을 선언하자 혼자의 힘만으론 충분치 않다고 보고 남북한에 실질적 영향력을 가진 미국과 중국을 끌어들이기 위해 유엔 안보리 회의를 요구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극동연구소의 알렉산드르 제빈 한국학센터 센터장은 “러시아는 실제로 한반도 긴장 고조에 심각한 우려를 느끼고 있다”며 “만의 하나 남북한 간에 전쟁이 터질 경우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한반도는 물론 러시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핵무기가 사용되는 대규모 전쟁이 발생하면 러시아 극동 지역에 핵 구름이 몰려와 치명적 환경 재앙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 대규모 난민이 북한으로부터 러시아 극동 지역으로 넘어오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며 “이같은 시나리오는 극동.시베리아 지역 개발을 향후 국가 장기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으려는 러시아의 전략에 치명적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빈 센터장은 또 “한반도 무력 충돌 사태는 러시아가 추진 중인 한반도와의 철도망 및 전력망 연결, 송유관 건설 등의 프로젝트 중단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불안을 느낀 극동 지역 인구의 외부 유출을 불러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이 지역의 인구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는 현재 안보리 회원국들에 남북한 모두의 긴장 고조 행위 자제를 촉구하는 내용의 문서 초안을 돌리고 긴급회의 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명을 채택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모스크바의 한 외교 전문가는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의 연평 포사격훈련 계획 취소를 요구한 반면 미국은 훈련계획 지지 입장을 밝힌 상태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이 채택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안보리 긴급회의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또다른 외교 전문가는 러시아로서는 안보리에서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자신들의 우려를 해소하고 외교력을 과시하는 셈이 되며, 자국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추후 충돌이 어떤 식으로든 실제화될 경우에도 이에 대한 책임이 한국과 미국 등에 있음을 부각시키면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고 계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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