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총재 "DTI 규제 풀어도 가계부채 악화 안돼"
"가계부채는 소득없는 계층의 빚이 늘어나는 것"
김 총재는 2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정부가 검토하는 DTI 완화가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DTI는 자산이 있는 계층의 담보대출을 제한하는 조치이므로 이를 완화한다고 해서 전반적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악화되리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정부가 우려하는 가계부채 문제는 소득이 절대적으로 없는 계층, 즉 자산 없이 부채만 있는 계층의 빚이 늘어나는 것"이라면서 "이에 비해 DTI 규제는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사람들, 즉 부채에 비해 자산이 많은 계층을 겨냥한 조치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DTI 규제가 있어도 실제 대출 수준은 이에 못미치는 현실이기 때문에 이를 다소 완화해도 경제적으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DTI 완화 등의 조치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 부처에서 신중하게 완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총재는 또 향후 금융통화 정책 기조와 관련, "한국은행이 물가안정을 책임진 기관이지만 성장을 무시하고 갈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앙은행이라고 한쪽(물가)만 생각해서 통화정책을 펼 수는 없다"면서 "물가안정도 중요하지만 시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균형을 유지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통화정책이 충분히 완화적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완화적이라고 봐야 하지만 '충분히' 완화적이냐는 데에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김 총재는 기준금리 전망에 대해서는 한은 총재로서 의견을 밝힐 수 없다며 기존의 '노 코멘트' 원칙을 고수했다.
김 총재는 한국의 중립금리 수준에 대한 질문에는 "중립금리 추정 모형은 경제가 정상인 상태에서는 유용하지만 위기를 막 벗어나기 시작한 상황에서는 활용에 한계가 있다"면서 "현재 한국의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 수준만으로 볼 때 한국의 기준금리가 편안한 수준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총재는 이날 코리아 소사이어티 주최 강연에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최근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주택 시장의 침체가 집값의 급격한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2008년 1월과 비교해 미국과 영국의 주택 가격이 20.8%와 7.0%씩 내린 것과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5.5% 올랐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가계 부채가 소득보다 빨리 늘어 소비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부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며 "금리가 너무 낮으면 가계 부채가 지나치게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세계경제와 관련, 위기를 완전히 극복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면서 국지적으로 경기의 일부 등락이 있을 수 있지만 더블딥과 같은 위기의 재발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경제에 대해서는 "올해 하반기 이후에도 경기상승세가 이어지면서 GDP 성장률이 지난해 0.2%에서 금년 중 5.9%, 2011년에는 4.5%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총재는 "앞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개별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글로벌 금융안전망(global financial safety net)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으로서 지난 4월 워싱턴 재무장관ㆍ총재회의에서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을 G20 의제로 공식화했으며 11월 서울 정상회의에서 주요 안건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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