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불교계, 남북공동발원문 낭독말라"
불교계의 6.15공동선언 기념, 4대강반대 행사도 저지 의혹
17일 불교매체 <불교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부처님오신날 법요식때 정부 고위관계자가 남북공동발원문을 낭독하지 못하도록 조계종 총무원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불교계 한 중진 스님은 "정부 고위인사가 총무원에 전화로 '천안함 사태도 있고 한데 초파일 법요식에서 남북공동발원문을 낭독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얘기를 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남북공동발원문은 남측 종단협의회와 북측의 조불련이 해마다 의례적으로 채택해오던 것이다.
이에 대해 총무원 관계자는 "그런 요청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총무원은 일언지하에 요청을 거절하고 조계사에서 봉행한 법요식에서 남북공동발원문을 예정대로 낭독했다"고 말했다.
불교계에 최근 가해진 외압은 이뿐이 아니다.
<불교닷컴>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은 지난 14일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 다음날 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예정된 '6·15 공동선언 10주년 기념 평화통일민족대회' 대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문광부 관계자는 <불교닷컴>과의 전화통화에서 "14일 종무1담당관과 함께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했었다"며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이 부적절하게 사용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고 방문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불교역사문화기념관은 보조금 190억원이 투입돼 건설된 것이므로 당초 목적인 '불교문화행사'외에는 사용할 수 없으니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런 내용들을 총무원 재무부에도 여러 차례 전달했다"며 "어차피 예정된 행사니까 억지로 취소하게 할 순 없었지만 관련법규에 위반한 것은 앞으로도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는 게 실무자의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정부의 불교계에 대한 참견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대한불교청년회(회장 정웅정)는 오는 19~20일 이틀동안 조계사에서 '불청 90년 희망 100년 전국불교청년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당초 1천만원의 예산을 집행키로 했던 문광부가 최근 갑자기 예산 지원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광부 관계자는 "당초 3월에 제출했던 행사 계획서와 최근에 받은 행사 개요가 달라 이대로 진행한다면 예산 집행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총무원에 밝혔다"고 말했다.
변경된 행사 내용은 행사 둘째날인 20일 여주 신륵사 인근 남한강을 순례하는 내용 때문일 것이라고 대불청 관계자는 주장했다.
문광부 관계자는 "변경된 행사 계획서에서 4대강 순례 내용은 보지 못했다"면서도 "보조금 교부 조건에 따르면 행사 내용이 변경될 경우 주무부처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불청에서 결국 행사를 3월에 제시했던 안대로 진행키로 해 예산은 예정대로 집행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는 "법규에 따라 실무적 차원에서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종교계 예산 문제도 요즘은 감사의 대상이 된다"며 "두 가지 사안을 정치적으로 봐서는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련의 사태에 대해 총무원 관계자는 "문광부 종무실 직원이 찾아와 대관 취소 요청을 할 때 속이 부글부글했다"며 "관련 법규를 따르려는 공무원들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총무원은 흔들림 없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언급된 문제에 대한 총무원의 차원이 입장 발표 등도 한 때 고려했었다"고 말했다고 <불교닷컴>은 전했다.
<불교닷컴>은 "정부가 조계종이 운영중인 불교역사문화기념관 운영에 직접 문제를 제기하는가하면 불교단체에 예산 삭감을 언급하는 등 불교계에 대한 간섭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며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템플스테이에 대한 비판적 입장의 발언까지 더해 불교계가 들끓고 있다"며 불교계의 강한 불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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