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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지 "한국인들, 4대강사업에 왜 이리 무관심할까"

"강은 우리의 어머니. 어머니를 다치게 해선 안돼"

4대강사업에 반대하는 재독교포 임혜지 박사가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4대강 사업에 왜 이렇게 무관심할까"라고 물음을 던졌다.

건축전문가인 임혜지 박사는 15일(현지시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이같이 물음을 던진 뒤, "식료품 가게에서 단돈 5000원만 바가지를 써도 하루종일 기분이 나쁘고, 어쩌다가 돈 10만원만 떼어도 며칠간 심하게 우울한 것이 우리네 살림살이일 텐데, 그런 돈의 몇백만 배나 되는 세금이 뭉텅이로 쓸려나가는 것도 모자라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어린 자식들의 호주머니까지 미리 탈탈 털어가는 이런 엄청난 일에 사람들은 왜 이리 무심할까? 몰라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국민의 70%나 반대를 한다면서 왜 그냥 보고만 있는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임 박사는 "운하 건설도 아닌 이수와 치수를 한다면서 전국에 걸쳐 강바닥을 파서 수심을 키우고 거의 댐에 가까운 대형보를 세워 물길을 막는 공사를 하는 나라가 지금 지구상에 우리나라 말고 또 있을까"라며 "어떤 EU 회원국에서 전국의 주요강을 한꺼번에 준설하고 줄줄이 보를 세워 물을 가두는 대규모 공사를 속전속결로 추진한다고 가정해 보자. 자국과 이웃 나라의 환경을 파괴하고 국민의 안전을 위협한 죄와, 모든 세부사업을 공개하고 해당 주민의 검증을 거쳐야 하는 절차를 어긴 죄를 들어, EU '물관리 기본지침' 12.8에 의거하여 엄청난 벌칙금이 부과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을 나는 믿는다"며 "역사 속에서 우리 국민은 끊임없이 그 증거를 보여줬다"며 한국인들이 4대강사업에 적극 대처해줄 것을 호소했다.

다음은 임 박사의 글 전문.

강의 진실

주말이 시작되는 오늘 아침에 동영상을 보다가 눈물이 핑 돌았다. 푸른영상의 '江의 진실' 마지막 부분에서 낙동강 순례에 참가한 어떤 여성이 눈을 감은 채로 공사가 진행되는 강 쪽을 가리키며 "난 저기를 안 보고 싶거든요. 너무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날라 그래서... "라고 말하는 대목에서였다. 나 역시 동영상을 보는 내내 너무 가슴이 아파서 고개를 돌려버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그 분이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파괴해도 되는지.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무관심해도 되는지."라며 울먹이는 대목에서 나는 그만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다. 마음 깊이 감추어둔 오랜 섭섭함을 누가 대신 말해주었을 때 나도 모르게 폭발하는 서러움 때문이었다.

그동안 나는 그 점이 정말로 궁금했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사대강 사업에 왜 이렇게 무관심할까? 식료품 가게에서 단돈 5000원만 바가지를 써도 하루종일 기분이 나쁘고, 어쩌다가 돈 10만원만 떼어도 며칠간 심하게 우울한 것이 우리네 살림살이일 텐데, 그런 돈의 몇백만 배나 되는 세금이 뭉텅이로 쓸려나가는 것도 모자라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어린 자식들의 호주머니까지 미리 탈탈 털어가는 이런 엄청난 일에 사람들은 왜 이리 무심할까? 몰라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국민의 70%나 반대를 한다면서 왜 그냥 보고만 있는 것일까?

운하 건설도 아닌 이수와 치수를 한다면서 전국에 걸쳐 강바닥을 파서 수심을 키우고 거의 댐에 가까운 대형보를 세워 물길을 막는 공사를 하는 나라가 지금 지구상에 우리나라 말고 또 있을까? 설령 그런 나라가 있다면 우리가 본받고 싶은 나라일까?

산업혁명의 요람이었던 유럽에선 지난 100년 동안 준설과 보 건설을 통한 하천 공사로 인해 수질의 저하와 지하수의 하강과 홍수의 위험을 자초한 역사의 댓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콘크리트 인공물로 만신창이가 된 하천을 자연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서 유럽에선 지금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하고 있는데 그 모토는 한결같이 '막힘 없이 흐르는 강'이다. 막힘 없이 흐르는 강이 인간에게 가장 이로운 강이라는 이론이 최근의 학설이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독일,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의 선진국에선 이미 1970년대 중반부터 깨달아 실천에 옮기고 있는 하천 정책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부기관에서도 불과 이삼 년 전까지만 해도 유럽과 같은 하천 정책을 실행했다고 하니, 세계는 지구촌이고 자연은 만국공통이라는데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유럽에서 지금 돈이 남아돌아서 하천을 자연으로 되돌리는 한가로운 사업을 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는 유럽이라고 비껴가지 않았다. 교육이나 복지같이 중요한 일도 돈이 없어서 포기하면서 하천의 재자연화 공사를 미루거나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연의 복수가 그만큼 무서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천의 재자연화 공사는 인간이 더 큰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 급히 서둘러야 하는 일이다. EU의 '물관리 기본지침'은 앞으로 5년 후인 2015년까지 EU 회원국의 모든 하천을 자연으로, 또는 자연에 최대한 근접한 상태로 되돌리는 공사를 마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때 모든 과정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해서 국민의 검증을 받을 것을 요구하고,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절차를 어기는 회원국에 대한 징계를 명시하고 있다.

어떤 EU 회원국에서 전국의 주요강을 한꺼번에 준설하고 줄줄이 보를 세워 물을 가두는 대규모 공사를 속전속결로 추진한다고 가정해 보자. 자국과 이웃 나라의 환경을 파괴하고 국민의 안전을 위협한 죄와, 모든 세부사업을 공개하고 해당 주민의 검증을 거쳐야 하는 절차를 어긴 죄를 들어, EU '물관리 기본지침' 12.8에 의거하여 엄청난 벌칙금이 부과될 것이다. 매일같이 최고 75만유로씩 불어나는 벌칙금의 위력은 회원국으로 하여금 당장 공사를 중단하고 원상태로의 복구를 서두르게 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전통적으로 보수당이 장악하고 있는 (독일) 바이에른 주정부의 수자원청장 괴틀레 교수가 '강이 죽으면 국민이 죽는다'는 브라질의 속담을 소개하며 강은 생명의 핏줄이라고 강조하는 이면에는 어떤 이념이나 정치성도 개입되어 있지 않다. 국민은 스스로의 생존과 안녕을 위해 강의 인공화를 막고 자연으로의 복원을 서둘러야 한다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있을 뿐이다. 주정부에서 만든 홍보용 동영상은 '대지는 우리의 어머니다. 어머니를 다치게 하면 안된다'는 인디언의 속담을 인용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하천의 고유한 풍경과 생태계를 되살리는 일, 그럼으로써 국가와 국민의 소중한 재산을 홍수로부터 지키는 일에 국토의 자식이자 주인인 국민이 앞장서야 할 당위성을 강조하고, 강에 대한 국민의 주인의식을 유도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을 나는 믿는다. 역사 속에서 우리 국민은 끊임없이 그 증거를 보여줬다.
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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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 4 개 있습니다.

  • 1 6
    라파엘

    우리 나라는 물 부족 국가입니다~!!
    이 문제는 후손이 평가해야 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3 12
    이성적인사고

    4대강사업을 반대하는 여론의 주장은 참 감성적인것 같아요~그래서 쉽게 동요를 일으킬 수 있었던 것 같고요,, 사실 4대강 사업은 감성적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강이 오염되고 있는 시점에 오염된 강 바닥을 판다고 '강이 아프겠구나'하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 4대강 사업에 대해 이성적으로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네요~

  • 6 1
    사기정부

    올 여름 장마,태풍 오면 정신들 좀 차릴려라

  • 1 5
    위원장

    17개 땅굴도 무심하다. 미군 있다고 이것들이 나사가 완전 빠진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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