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런' 가속화, 이틀새 1조 빠져나가
자산운용사 초비상, 대기물량만 36조원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월요일인 지난 5일 국내주식형펀드에서는 5천307억원이 순유출됐다. 이는 지난주 거래 마지막 날인 지난 2일의 5천3억원 순유출보다 유출 규모가 더 커진 액수다.
이날 순유출 규모는 펀드 유출입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2006년 12월21일 9천232억원 이후 3년3개월여만에 최대치다.
특히 지난 이틀간 1조원이, 최근 9거래일간 연속으로는 2조647억원이 빠져나와 환매사태가 본격화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아직 집계는 안되고 있으나 6일에도 이 못지않은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지난달 4일 코스피 1600선 안착을 확인한 이후 단 하루(3월22일)를 빼고 모두 자금 유출을 지속했으며 이 기간 3조1535억원 순유출됐다.
해외 주식형펀드에서도 이날 700억원이 빠져나가 23거래일째 자금 이탈이 이어지며, 이 기간중 총 1조610억원이 빠져나갔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같은 대량환매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현재의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액 중 50.09%에 달하는 37조2천억원이 코스피지수가 1,700선을 상회할 때 설정됐다. 지난 이틀새 빠져나간 1조원을 제외하더라도 36조원어치가 대기중이란 의미다.
이 자금 중 코스피지수 1,700~1,800 사이에 유입된 금액은 9조6천441억원, 1,800~1,900사이 유입된 금액은 12조1천151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펀드런이 본격화하자, 금융투자협회는 이날 긴급 집합투자위원회 회의를 열고 '주식형펀드 환매 특별대책반'을 운영키로 결정했다. 이달부터 2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특별대책반은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주식형펀드 상위 5개 운용사 사장단과 상위 2개 판매사 임원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날 회의는 황건호 금융투자협회 회장의 주재로, 신영자산운용 이종원 대표, 미래에셋자산운용 구재상 대표, 삼성자산운용 김 석 대표, 한국투자신탁운용 정찬형 대표, KTB자산운용 장인환 대표, 대한토지신탁 주기용 대표, 중앙대 신인석 교수, 코스모투자자문 최권욱 대표가 참석했다.
문제는 이날 회의를 했으나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펀드런을 막기 위해선 세제혜택 등이 필요하나, 재정건전성 악화로 부심하는 정부가 세제혜택에 부정적이며 특혜를 줄 경우 여론의 비판도 빗발칠 게 불을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매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선 보유주식을 내다팔 수밖에 없으나, 현재 '바이코리아'로 주가를 떠받치고 있는 외국계는 몇몇 대형우량주외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어 외국인이 사는 주식만 계속 오르고 그렇지 않은 주식은 급락하는 주가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면서 개미투자자들에게 피해가 가중될 전망이다.
환매사태를 막는 유일한 길은 한국경제가 앞으로도 계속 선전하며 주가가 계속 오를 것이란 전망뿐이다. 하지만 한국경제 곳곳에는 과도한 가계부채, 부동산거품, 양극화 심화, 정치불안, 한반도리스크 등 지뢰가 산재해 있어 증시를 떠나는 투자자들의 발길을 막지 못하고 있는 양상이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