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전쟁, 드디어 시작됐다"
<분석> MB-박근혜, 정치생명 걸고 전면전 돌입
"이제 화살이 활시위를 떠났다"
정가 일각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8일 한나라당 지도부와의 조찬회동, 10일 당정청 고위급 8인회동에 앞서 나온 박 전 대표 발언을 절묘한 '시간차 공격'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정부안 발표뒤 전개될 본격적 여론몰이의 김을 사전에 빼버린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또다른 일각에선 친박중진 홍사덕 한나라당 의원이 7일 5~6개 정부부처 이전이란 절충안을 내놓으면서 친박진영내 혼란이 야기될지도 모른다는 박 전 대표의 판단에 따른 신속한 내부단속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동인이 무엇이었든 간에 "이제 화살이 활시위를 떠났다"는 게 정가의 일치된 평가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중요한 국면으로 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류근찬 자유선진당 원내대표는 "다행히 어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안도의 숨을 내쉬기도 했다. 정부가 삼성 등 대기업을 앞세우면서 자칫 여론흐름이 뒤바뀌는 게 아니냐던 우려에서 벗어났다는 뉘앙스다.
박 전 대표가 세종시의 최대변수임을 야당들도 인정한 셈이다.
李대통령 "당당하고 의연하게", 친이 "박근혜 해당행위"
박 전 대표 발언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첫 반응은 "당당하고 의연하게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8일 한나라당 수뇌부와 만난 자리에서 "정부에서 고심해서 좋은 안을 만들고 있으니 수정안이 발표되면 충청도민들과 당에 잘 설명해달라"며 지도부가 충청과 친박계 설득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하며 이같이 말했다.
박 전 대표 반대에도 불구하고 세종시 수정을 밀어붙이겠다는 분명한 의지 표현이다.
이 대통령의 의지를 읽은 친이 직계가 즉각 선전포고를 하고 나섰다. 정두언 의원은 이날 "이 대통령이 나쁜 일을 하자는 것도 아닌데 박 전 대표가 저렇게까지 힘들게 하는 것은 너무 심한 것 아니냐"며 박 전 대표를 비판했다.
정태근 의원도 "한나라당 당헌에 당론 변경을 위한 민주적 절차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론이 변경돼도 반대'라고 미리 밝히는 것은 한나라당의 존립과 직결되는 해당(害黨)적 태도에 다름이 아니다"라고 맹공을 펼쳤다.
친박 "전국적 저항 일어날 것"
박 전 대표의 분명한 메시지를 읽은 친박계도 즉각 전면전에 나섰다. 이들이 특히 방점을 찍고 나선 것은 '세종시 블랙홀'에 대한 전국적 반발이다. 이 대통령은 충청 민심만 설득하면 된다고 생각하나, 세종시 특혜에 대한 전국적 반발이 향후 더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친박 홍사덕 의원은 이날 "세종시를 지금 다급하게 한두 달 사이에 만든 방식으로 일을 만들면, 정말 전국적인 저항이 일어난다"며 '전국적 저항'을 경고했다.
친박연대 이규택 대표도 이날 "충청도와 비충청도간의 특혜문제, 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특혜문제, 또 다른 국론분열이 일어나서 잘못하면 국가적 위기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국가적 위기'를 경고했다.
친박의 경고는 이날 한나라당 텃밭인 대구의 시의회가 '세종시 블랙홀'에 대한 강한 우려를 나타내며 "대안이 없다면 대구시민뿐 아니라 영남권 전체 주민과 뜻을 합쳐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이라는 성명을 채택할 할 정도로, 각 지방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점을 동물적으로 감지한 데 따른 것이다.
친박진영은 이렇듯 박 전 대표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친박중진들이 전선의 앞에 나서면서 "이제 일전은 불가피하다"는 판단 아래 집결하기 시작한 양상이다.
지리한 '장기전'...꿈쩍 않는 여론
8일 임시국회가 막을 내리면서 이렇듯 친이·친박 간에 '세종시 전쟁'은 드디어 불 붙었다. '현실권력'과 '미래권력'간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어쩌면, 이번 전쟁은 상당히 지리하게 시간을 끌지도 모른다.
최근 친이계에선 당초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려던 세종시 수정안을 4월, 더 나아간 6.2지방선거후에 처리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장기전'을 펼치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여론을 되돌려 전쟁에서 이기겠다는 의지 표현인 셈이다. 오는 11일 세종시 정부안 발표때 삼성 등 1차 참여기업들의 이름을 발표한 뒤, 2차로 다른 대기업들의 참여를 추진하겠다는 구상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장기전' 구상은 당장 싸움에서 이기기 힘들다는 점을 자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정부가 삼성 등의 세종시 입주 사실을 발표한 뒤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수정에 반대하는 충청민심이 꿈쩍도 하지 않고, 전국여론도 거의 변화가 없다는 점은 친이진영을 당혹케 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어차피 이번 전쟁의 최종승패는 '민심'이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권내에서 불붙은 이번 세종시 전쟁은 6.2 지방선거 공천전쟁과 맞물리면서 사실상 MB정권의 레임덕 여부를 결정짓는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점에 대해 정가에선 한치의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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