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김대중 "MB, '광내는 일'에만 관심"
MB에게 세종시 수정 포기, 박근혜와의 협력 주문
김대중 고문은 이날 신년 칼럼을 통해 "연말연시 여러 언론기관 등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이 새해에 가장 바라는 것은 생활의 안정과 취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과제임을 보여주고 있다"며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 메시지는 '더 큰 대한민국'이고, '선진 일류국가'이며, G-20 정상회의 유치, 원자력발전소 수출, OECD 개발원조위원회 가입 등으로 인한 '자신감'이었다. 어찌 보면 국민 일반과 대통령이 각각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는 느낌"이라며 이같이 힐난했다.
김 고문은 더 나아가 "그나마 국내의 사업들은 '돈 잡아먹는 하마'들"이라며 "이 대통령의 스케줄에는 온통 토목(土木)공사형 이벤트가 즐비하다. 4대강 정비사업, 세종시 수정, 혁신도시, 행정구역 개편, 보금자리 주택 등 천문학적 숫자의 돈이 들어가는 사업에 대학생 학자금 지원까지 합치면 총 규모가 120조원에 육박한다. 물론 이 돈이 이명박정부 때 다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2012년에 끝내게 돼 있는 4대강(22조원), 혁신도시(4조5000억원), 학자금(연평균 11조원)에 세종시(중간비용 15조원)까지 모두 60조원 넘는 예산투입이 불가피하다"며 국가부채를 급증시키는 이 대통령의 무더기 토목사업을 질타했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6월 2일에 치러지는 지방자치단체 선거는 현 정부의 실효성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고, 승패에 관련 없이 그로부터 남는 MB정치의 후반(8월이 임기의 절반이다)은 다음 대권구도의 향방에 대한 국민적 관심 속에 묻혀버릴 수밖에 없다"며 "계속해서 이어지는 각 정당의 대선체제 전환과 G20회의를 끝으로 이명박 정권은 사실상 내리막길로 접어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이 이제는 일을 정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며 "집권 초 1년 반을 쇠고기파동과 노무현 사태로 허송한 이 대통령으로서는 이제 겨우 발동(?)이 걸린 모양새인데 벌써 고개를 넘는 상황에 접어드는 것이 억울하겠지만 정치와 민심은 그런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 것 같다"며 더이상 일을 벌이지 말 것을 주문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우선 4대강과 세종시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을 심각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그가 애당초 세종시 수정을 들고 나오지 않았더라면 4대강은 지금보다 수월했을 것이다. 세종시를 수정하려는 의도는 충분히 전체 국민의 공감을 샀다. 하지만 그에 대한 시비로 정치적 동력을 잃게 되면 4대강마저 위태롭다. 다른 일들도 우선순위를 두고 중점적으로 실행해야 할 것"이라며 세종시 수정 포기를 주문했다.
그는 특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권재창출이 6·2선거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라며 "그가 아무리 무엇을 잘했어도 2012년에 정권이 야당으로 넘어가면 그는 '불행한 전임자'로 남을 뿐이고, 그의 업적은 쉽게 지워질 것"이라며, 이 대통령에게 보수정권 재창출을 위해 6.2 지방선거 승리에 주력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이어 "이 점은 그의 뒤를 이으려는 한나라당 대권후보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며 "6·2선거에서 이긴 세력은 MB정부와 한나라당을 가차없이 파괴하려 할 것이며, 그런 속에서 아무리 '비(非)MB'를 내걸어봤자 결국은 MB와 같이 묻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박근혜 전 대표에게도 6.2 선거 승리를 위한 이 대통령과의 협조를 주문했다.
그는 "금년에 이 대통령에게 중요한 것은 쇼도 아니고 홍보도 아니고 대외이미지 업그레이드도 아니다. 국민은 대통령에게서 국민의 삶의 문제, 삶의 질의 향상 문제, 일자리 제공의 문제에 집중하는 정책과 의지와 자세를 바라고 있다"며 "G20, 원전수출 등으로 얻은 50%의 인기도는 그것이 국민실생활 개선과 연결되지 않을 때 거품처럼 급속도로 잦아든다는 것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지적"이라는 경고로 글을 끝맺었다.
6.2 지방선거가 기다리는 새해를 맞아 보수진영 내에서도 긴장감이 고조되기 시작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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