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본지, 靑에서 출입정지 당한 이유인즉
靑, 이중잣대와 무분별한 오프더레코드 남발
사건의 발단은 지난 17일 "세종시 생각, 서울시장 때부터 변함없다" "내 임기 중 김정일 안 만날 수도" 등 이명박 대통령의 비공식 발언이 보도됐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중앙언론사 편집국장-보도국장단과 오찬간담회를, 10일에는 중앙언론사 정치부장단과 만찬간담회를, 17일에는 중앙언론사 경제부장단과 오찬간담회를 잇따라 개최했고,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이곳에서 나왔다. 통상적으로 대통령과의 비공식 만남에서 나오는 대화는 청와대가 '오프더레코드'를 요청, 행사에서의 발언은 기사화되지 않는다. 이번 행사 역시 마찬가지였고, 간담회 내용은 각 언론에 전혀 기사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본지를 비롯한 인터넷언론들은 각종 간담회에 청와대로부터 초청받지 못해 참석 못했다. 이에 대통령 발언을 직접 듣지 못했기 때문에 '오프더레코드'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했고, 입수한 대통령 발언을 근거로 기사를 작성했다.
기사가 나간 후 청와대는 즉각 유감의 뜻을 표명했고, 청와대 출입기자단 간사단은 '오프더레코드' 파기를 이유로 징계절차에 들어갔다.
본지를 비롯한 4개 인터넷언론은 "'오프더레코드'를 전제로 했다면 최소한 내용을 공유하든지, 내용 자체를 공유하지 못하면 '오프더레코드'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 여지없이 흔들렸다"며 "의무와 권리는 함께 간다. 청와대 취재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인 대통령 대면기회를 박탈해 놓고 '오프더레코드'라는 의무만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이번 사안이 징계사유가 될 수 없음을 강력히 주장했다.
하지만 청와대 출입기자단 간사단은 20일 징계위원회를 개최, "(인터넷언론이) 참석하지 않았으나 그 당시 참석자들에게 양해를 하고 오프더레코드를 한 상태"라며 "또한 참석하지 않은 사람들도 오프더레코드임을 알고 있어 통념상 광의의 오프더레코드에 해당된다"며 15일간 출입정지 결정을 내렸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청와대의 이중잣대와 무분별한 오프더레코드 요청이 도를 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우선 청와대는 대통령 관련 행사에서 일부 매체들을 고의적으로 배제하면서도 자신들이 요청한 오프더레코드는 모든 매체에 적용된다는 이중잣대를 적용했다.
청와대의 이같은 행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청와대 출입 인터넷언론들은 지난해 12월 '청와대의 인터넷언론 '대못질'에 부쳐'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청와대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되어가는 동안 수 차례 가졌던 언론사 간담회에서 인터넷언론은 철저히 배제했다.
당시 성명이 발표된 후 곽경수 당시 춘추관장은 "청와대는 향후 이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조치하고 원칙적으로 임하겠다"고 밝혔으나 그 후 1년이 지나는 동안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러면 '프레스 프렌들리'를 기치로 걸고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언론사 대못질'이라고 비난한 노무현 정부 때는 어떻게 운영됐을까. 참여정부 청와대 출입기자에 따르면, 참여정부 때도 대통령 간담회 때 일부 매체를 배제하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는 간담회 내용을 정리해서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공개한 후 이에 대해 오프더레코드를 요청했다.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일부 매체를 배제하고, 내용도 공개하지 않은 채 오프더레코드를 남발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청와대의 또 다른 문제점은 무분별한 '오프더레코드' '엠바고' 남발이다.
'오프더레코드'란 원칙적으로 취재원이 어떤 내용을 기자에게 설명하면서 이 부분은 보도를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을 한 후, 이를 기자가 받아들이면 성립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청와대는 일방적으로 '오프더레코드'와 '엠바고'를 선언하고, 기자들이 이를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이같은 문제점에 대해 청와대 출입기자단은 이날 "오프더레코드와 엠바고의 원칙이 명확하지 않다"며 "애매모호하게 참석여부로 걸려있을 때는 주요내용을 알도록 해서 걸도록 원칙에 맞게 운영해 달라"고 청와대 측에 요청했다. 기자단은 또 "인터넷 언론사에 대해 기자단의 일환으로 중앙언론사에 포함될 수 없다면 다른 방법으로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청와대 측에 요청했다.
청와대가 이같은 기자단의 요청을 받아들여 진정한 '프레스 프렌들리' 정책을 펼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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