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정연주 전 KBS사장에 대한 해임 취소 판결에 이어 YTN에서 해직된 기자 6명에 대해서도 해고무효 판결을 내려, MB정권의 언론정책이 밑둥채 흔들리는 양상이다.

서울중앙지법 제42민사부(재판장 박기주 부장판사)는 13일 오전 YTN노조 조합원 20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징계무효확인소송 1심공판에서 노 지부장 등 해고자 6명에게 해고무효확인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6명에 대한 10월7일자 해고는 회사가 (인사 등에 대한) 재량권을 침탈한 것으로 정당한 이유라고 볼 수 없다”며 “YTN은 노조원 6명에게 미지급 입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노조원들의 투쟁에 대해 “YTN의 윤리 규정과 단체 협약 등을 보면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지 않는다’ ‘편성과 보도는 독립된다’ 등의 규정을 가지고 있다”며 “YTN은 뉴스전문방송사로 공익성이 요구되며, 공정보도 원칙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 언론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 필요가 명백하다”며 정당성을 인정했다.

법원은 또 “노조원들의 징계 대상 행위는 특정 인물이 사장으로 선임되는 과정에서 반대 내지는 항의의 표시로, (구본홍 전 사장이) 특정 정당에서 활동했던 경험이 있기에 공정보도가 저해될 수 있다는 항의”라며 “YTN은 노조원들의 행위가 정치적 독립을 위한 동기에서 했다는 것을 참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정직 또는 감봉 처분을 받은 나머지 14명에 대해서는 회사의 재량권을 인정, 기각했다.

앞서 지난해 10월6일 YTN인사위원회는 노종면 지부장과 현덕수 전 지부장을 비롯한 노조원 6명에 대한 해임과 노조원 6명에 대한 정직, 노조원 8명에 대한 감봉, 노조원 13명에 대한 경고 등 33명을 무더기 징계한 바 있다. 이에 YTN노조원 33명은 YTN을 상대로 징계무효소송을 제기했으며, 이후 감봉, 경고 등의 징계를 받은 노조원들은 소를 취하해 징계무효소송의 대상은 총 20명이다.

노종면 지부장은 판결후 기자회견에서 "예견된 판결"이라며 "우리는 언론인으로서 상식적 행동을 했고 법적 테두리 안에서 투쟁했다. 법원이 합리적 판단을 했다면 오늘 같은 선고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직이나 감봉 등의 징계는 기각됐지만 법원이 합리적 판단을 내렸다"며 "그동안 YTN 투쟁에 관심을 보여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며 법원과 국민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YTN 사측은 그러나 즉각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년 이상동안 해고자들은 각종 불법행위와 사규를 위반한 행위를 저질러 회사의 기강을 무너뜨리고 회사를 극심한 혼돈에 빠뜨리면서 회사의 생존과 이익에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며 "회사는 회사의 존립자체를 위태롭게 했던 이들의 행위는 엄중하게 심판받아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법원 판결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사측은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다는 방침이나, 그럴 경우 지난 4월1일 YTN노사가 맺은 ‘합의문’에는 “2008년 10월에 발생된 해고자들에 대해서는 법원의 결정에 따르기로 한다”는 부분이 명시돼 있어 또다시 위약 논란이 뒤따를 전망이다.

유엔에서 MB정부의 언론정책이 도마 위에 오르는가 하면, 정연주 전 KBS사장과 YTN기자들에 대한 해고 무효 판결이 잇따르면서 MB 언론정책은 밑둥채 뒤흔들리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