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에 이미 세종시 6대 자족대책 수립"
대학, 의료, 첨단산업 등 MB정부의 대안 모두 포함돼 있어
<한겨레>는 12일 지난 2006년 건설교통부가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에 의뢰해 만든 보고서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자족성 확보방안>을 입수해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자족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대학, 의료, 첨단산업, 상업·업무, 문화, 국제교류 등 6개 사업을 모두 준비했던 것으로 나타나 있다.
정부는 우선 행정도시의 자족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학을 유치하도록 했다. 이 보고서에 이미 서울대의 제2캠퍼스를 옮기거나 기존 국립대를 이전하거나 국립대를 신설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실제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2007년 고려대(학부), 2008년 카이스트(대학원)와 대학 설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최근 정운찬 국무총리가 국회에서 2~3개 대학을 행정도시에 유치하는 방안을 새로운 내용인 양 말했으나, 실제로는 이미 추진된 일이었다.
또 대학병원 2곳과, 고령자 의료시설 1곳, 실버복합단지 2곳, 의료산업단지 1곳을 조성하고 이를 오송생명과학단지와 연결하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대학병원은 국내 최대 규모인 삼성의료원이나 아산병원 규모로 추진하도록 했다. 최근 정부가 행정부처를 옮기지 않고 교육·과학·기업 도시로 육성하겠다고 밝히면서 행정도시 주변의 오송생명과학단지와 연계하겠다고 한 계획도 이미 이 보고서에 포함된 것이다.
이 보고서에는 문화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계획도 잡혀 있다. 중대형 박물관 4곳, 대형 공연장 1곳, 대형 전시관 1곳 등이 계획돼 있었다. 박물관의 경우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과 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8만~16만평 규모였다. 열린 예술대학을 설치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었는데, 전국 종합대학교 안의 예술 단과대학을 행정도시로 이전시켜 실습시설과 전용 공연장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밖에 국제교류 기능으로는 호텔과 백화점, 쇼핑몰, 전시장 등을 갖춘 10만㎡ 규모의 복합 컨벤션센터를 설치하도록 했으며, 상업 기능으로서 도심지에 유비쿼터스 광장과 파크형 상업 콤플렉스, 4개 지구별로 상업문화 복합시설과 거리형 쇼핑몰을 입주시키도록 했다. 산업 기능으로는 의료·정밀·광학, 영상·음향·통신, 사무·계산·회계, 출판·인쇄·기록 등 행정도시 성격에 맞는 지식기반·기술집약 산업을 유치하도록 했다.
심지어 이 보고서는 행정도시가 이런 자족기능을 쉽게 갖출 수 있도록 △주택 분양제도에 특례 규정 마련 △금융·세금 지원제도 도입 △상업·산업 시설의 최초 피분양자에 5년 전매 제한 △주택 구입 자금 융자 때 이자 지원 등 제도적 지원대책도 마련해놓았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지역계획학과)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행정도시를 애초 계획대로 건설하면 인구 50만명 가운데 정책사업으로 창출되는 15만명을 뺀 35만명이 자족 인구로 유발되도록 설계돼 있다”며 “행정도시는 공공행정이나 첨단산업, 문화, 국제교류 등으로 이뤄져 자족 용지가 많이 필요하지 않은데, 이 정부가 계속 자족기능 용지 비율만 문제 삼는 것은 행정도시의 본질을 호도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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