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발언'에 재계 부글부글
재계 "자기 업적 부각시키려 기업들 평가절하"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글로벌 경기침체를 무난하게 헤쳐온 주요 기업들의 노력을 폄훼했기 때문이다.
강 위원장은 13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위원회의 초청강연을 통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기업들의 사기를 확 꺾어 놓는 발언을 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거론했다.
두 기업이 3분기에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다고 하지만 환율효과와 재정지출 효과를 빼면 사상 최대의 적자가 됐을 것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해당 기업들은 조심스럽게 불만을 드러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14일 “정부에 계신 분이 하신 말씀에 대해 뭐라 말하긴 힘들다”며 “기업은 열심히 일할 뿐”이라고 직접적인 논평을 피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가 실적을 발표할 때 환율 덕도 봤다고 얘기했지만 한가지 요인으로만 설명이 되겠느냐”며 강 위원장의 말에 완곡하게 불만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좀 더 강한 톤의 볼멘소리도 흘러나왔다.
이명박 정부의 첫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내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강 위원장이 자신의 재임 중 업적을 부각시키기 위해 기업들의 자구노력을 평가절하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달러당 원화 환율이 100원 오르면 삼성전자의 경우 1조~1조5천억원의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효과를 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된 올 3분기 말의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천178원으로, 작년 9월 말(1천207원)에 비해 오히려 29원 떨어졌다.
이와 관련,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작년에 수출기업들이 한때 가파르게 오른 환율 덕을 본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위기 속에서 기업들이 일궈낸 성과를 환율효과의 틀로만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견해에는 사공일 한국무역협회 회장도 동조했다.
G20 기획조정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사공 회장은 이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환율효과가 기업들에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나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기초가 튼튼해지고 신기술 개발과 신시장 개척을 한 것이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내렸다.
재계의 한 소식통은 “현대차가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 글로벌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고 삼성전자가 LED TV 등 전략제품을 잇따라 내놓아 세계시장을 선도한 것을 환율효과로 풀이할 수 있느냐”며 “강 위원장의 발언이 과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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