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MB의 선거구제 제안은 국면전환용"
"MB, 수세 몰리자 국면전환 시도", "중대선거구제는 비민주적"
이 교수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우리나라 정치가 안고 있는 큰 문제 중의 하나가 지역주의임은 틀림없으나 지금 시점에서 과연 지역주의가 한국정치의 고질병이라고 말할 이유가 특별히 있는지는 의심스럽다"며 "현 정부가 난국에 처해있는 이유는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 국정운영 때문이지 지역주의 때문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그렇다면 ‘선거구제 개혁’은 미디어법 변칙통과, 막무가내식(式) 4대강 사업 등으로 수세(守勢)에 몰린 정국을 풀기 위한 국면전환용 정략이 아닌가 한다"며 "영화 ‘Wag the Dog’에서 스캔들에 몰린 대통령이 전쟁위기를 조성하는 것처럼, 국민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려는 시도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라며 국면전환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더 나아가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중대형 선거구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사실 허구"라며 "중대형 선거구제는 책임정치의 실종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이미 폐기된 제도나 다름없다. 우리도 유신정부와 5공 때 ‘1선거구 2의원’이라는 중선거구제를 도입했었고, 그것을 1987년 민주개헌 때 혁파했다. 중선거구가 모든 선거구에 집권당에 1석을 보장하는 비민주적 선거제도로 기능했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중대선거구제가 역사적으로 실패한 제도임을 지적하며, 중대선거구제 도입 추진이 향후 선거에서 국민심판권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중대선구제와 비례대표를 병행할 경우 진보신당의 원내 진출이 쉬워지겠지만 이와 함께 극우파쇼세력의 원내 진입도 가능해진다는 점을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중대선거구제에 비례대표제를 병행하면 극단적 성향의 정당이 원내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바이마르 공화국은 비례대표제로 인해 정국이 혼란했고, 그러자 대중은 나치의 등장을 받아들이고 말았다. 이스라엘도 비례대표제 때문에 ‘이스라엘은 우리 집’ 같은 극우정당의 대두를 초래했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이 교수의 글 전문.
난데없는 선거제도 개편론
이명박 대통령이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행정구역과 선거구제를 개편하자고 했다. 광역과 기초로 중첩된 지방자치와 영세한 행정단위 등 행정구역은 누가 생각해도 문제가 많다. 그러나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지고 주장한 부분은 그 의도와 현실성 측면에서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선거구제를 개편하자는 주장은 엉뚱하게 들린다.
우리나라 정치가 안고 있는 큰 문제 중의 하나가 지역주의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과연 지역주의가 한국정치의 고질병이라고 말할 이유가 특별히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현 정부가 난국에 처해있는 이유는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 국정운영 때문이지 지역주의 때문은 아니다. 현 정부 들어서 발생한 많은 문제 중 과연 지역주의와 관련된 것이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다. 현 정권에 대한 지지도가 낮은 것이 지역주의와 관련이 없음은 누구나 알 것이다.
그렇다면 ‘선거구제 개혁’은 미디어법 변칙통과, 막무가내식(式) 4대강 사업 등으로 수세(守勢)에 몰린 정국을 풀기 위한 국면전환용 정략이 아닌가 한다. 영화 ‘Wag the Dog’에서 스캔들에 몰린 대통령이 전쟁위기를 조성하는 것처럼, 국민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려는 시도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중대형 선거구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사실 허구라고 할 수밖에 없다. 중대형 선거구제는 책임정치의 실종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이미 폐기된 제도나 다름없다. 우리도 유신정부와 5공 때 ‘1선거구 2의원’이라는 중선거구제를 도입했었고, 그것을 1987년 민주개헌 때 혁파했다. 중선거구가 모든 선거구에 집권당에 1석을 보장하는 비민주적 선거제도로 기능했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소선구제의 문제로 흔히 드는 점은 이른바 사표(死票 : 'wasting votes')가 많아서 민의반영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비례대표제로 어느 정도 그 점을 보완하고 있다. 중대선거구제에 비례대표제를 병행하면 극단적 성향의 정당이 원내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바이마르 공화국은 비례대표제로 인해 정국이 혼란했고, 그러자 대중은 나치의 등장을 받아들이고 말았다. 이스라엘도 비례대표제 때문에 ‘이스라엘은 우리 집’ 같은 극우정당의 대두를 초래했다. 중대선거구와 비례대표제가 유권자를 보다 적절하게 대표한다고 하지만, 이런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음도 명심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중 별다른 이유도 없이 “대연정을 하자”, “중대선거구제를 하자”, “연임제 개헌을 하자”는 등 ‘민심’과 유리(遊離)된 주장을 해서 추락을 자초했다. 이 정권에선 노 정권 보다 그런 이야기가 더 빨리 나오고 있으니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다. 현 시점에서 이원적 집정부 개헌이니 중대선거구제이니 같은 것을 논의하는 것은 공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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