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파버 "한국, 부동산투기 만연이 문제"
"한국에게 남은 거대한 기회는 바로 북한이고 통일"
1987년 블랙먼데이를 예견해 '닥터 둠(Dr. Doom)'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세계적 투자분석가이자 펀드매니저인 마크 파버가 내린 '한국 위기' 진단이다.
6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방한중인 마크 파버는 지난 2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부동산거품의 심각성을 지적한 뒤, "한국 경제는 가계(家計)가 특히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레버리지가 높습니다. 이제 더구나 빚과 신용의 범벅으로 부를 창출하는 시대가 끝나잖아요? 한국은 레버리지를 낮출수록 더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며 부채를 줄일 것을 조언했다.
그는 한국경제의 전망과 관련해선 "금융 상황은 11년 전보다는 좋습니다. 그러나 불황은 매우 혹독할 겁니다. 왜냐? 한국 경제는 세계 경기 사이클을 심하게 타는 경제이기 때문"이라며 "조선(造船)도 그렇죠, 전자(電子)도 그렇죠, 중동 프로젝트를 하는 건설업도 그렇죠. 그래서 한국 경제는 글로벌 붐에 혜택을 보다가 호황이 끝나면 큰 타격을 입는 구조"라며 향후 경제난이 심각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어 "더 큰 문제가 또 있어요. 한국은 중국에 상품을 많이 팔죠? 그런데 중국 경제는 지금 성장하는 게 아니라 쪼그라들고 있어요"라며 중국경제 경착륙을 예고했다. 그는 내년에도 8~9% 성장을 할 것이란 중국정부의 낙관론에 대해 "중국 정부의 주장이야 그렇죠.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경제 통계로 거짓말하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라고 일축한 뒤, "나는 개인적으로 중국 경제 상황이 일반적 평가보다 훨씬 나쁘고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수출은 아직 증가하고 있지만 성장률 자체는 확 줄었어요. 지표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산업 생산은 매우 심각하게 냉각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중국에는 투자 과잉이 있어요. 호황 기간에 모든 사람들이 공장과 사무용 건물과 아파트를 짓고 또 지었어요. 이런 상황들이 이제 경제 하강의 방아쇠를 당기고 있어요. 미국에 '신용 버블'이 있었다면 중국에는 '투자 버블'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한국 경제도 비관적으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을 비롯해 한국 등 세계 각국의 무차별적 경기부양에 대해서도 "지금 부실 기업을 살리고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는 식의 잘못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이런 식의 정부 개입은 지금의 불황을 V자가 아니라, 1990년대 일본처럼 L자형의 장기적 세계 불황으로 끌고 갈 수 있습니다"며 일본형 장기복합불황을 경고했다.
그는 "정부는 차라리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는 편이 좋을 수도 있어요. 나는 지금 세계 경제를 활성화시킬 촉매가 없다고 봅니다. 금리는 이미 너무 내려가 있고, 경제 시스템은 이미 너무 많은 빚을 안고 있어요. 이미 미국은 쌍둥이 적자가 너무 커지고 있습니다. 불황은 이제 막 시작했고, 많은 것들을 끌어내리고 있지요"라며 "이렇게 각국 정부가 마구 개입하고 일본식의 L자 침체가 세계적으로 온다면, 얼마나 오래 갈지 모릅니다. 5년이 될 수도, 7년이 될 수도, 10년이 될 수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경제가 직면한 안팎의 시련을 지적한 그는 한국에게 하나의 '거대한 기회'가 남아있음을 지적했다.
"한국에 남은 거대한 기회는 바로 북한이고 통일이라고 봅니다. 물론 미국도, 일본도, 중국도, 러시아도 한반도 통일을 원하지 않으니 통일이 당장 이뤄지지 않겠죠. 그래도 역사적으로 볼 때 통일은 불가피하지 않나요? 경제적으로 지혜롭게 준비하고 추진해서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죠."
세계적 투자분석가다운 '큰 시각'이자, '큰 조언'이었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