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블럭' 드라이브, 한국의 선택은?
대만-러시아와 '달러화 배제' 추진. 中, 한국에 제안할 수도
중국은 다음달 3일부터 대만에서 열리는 제2차 양안회담에 천윈린(陳云林)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 회장을 필두로 60명의 대표단을 대거 파견한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중국 금융감독 당국자들과 10대 은행 행장 등 중국 금융계 거물들이 대거 참여한다는 점. 이들은 대만 금융계 대표들과 만나 미국 달러화 대신 양안 화폐로 무역대금을 결제하는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천 회장은 31일 기자회견에서 "대만해협 양안 주민들은 15년동안 양안회담이 열리기를 기다려왔으며 우리는 소중한 시간을 너무나 많이 허비했고 풀어야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며 "우리는 기다릴 수 있지만 세계 금융위기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형제이며 함께 손을 잡고 어려운 해일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중국과 대만이 달러화 대신 양국 화폐로 무역대금을 결제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표현인 셈.
앞서 28일에는 러시아를 방문중이던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3회 중ㆍ러 경제고위포럼’ 연설에서 “지금이 새로운 국제 금융질서 건설에 가장 적합한 시기”라며 “새 질서에서는 개도국의 발언권이 강해지고 달러 이외의 다른 통화를 사용하도록 국제통화 시스템이 다변화해 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천300억달러의 외환보유고에도 불구하고 최근 루블화 폭락으로 극심한 금융위기에 직면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도 원 총리와의 회담에서 “오늘날 전세계가 달러로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다”며 “중-러 간 교역의 결제를 개선하기 위해 자국통화들을 더 폭 넓게 사용하자”고 화답했다.
대만,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제안은 아직 초기적 단계이나, 중국이 아세안 등 동남아 국가들이나 한국 등에도 같은 제안을 할 경우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5조달러의 막대한 부를 구축하고 있는 동남아의 화교자본이 2조달러에 육박하는 외환보유고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과 손을 잡을 경우 거대한 위안화 블럭이 만들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같은 위안화 블럭 출현은 '달러화 기축통화 체제'를 밑둥채 뒤흔들며 미-중 간에 극한 대결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차기 미대통령으로 유력시되는 버락 오바마 민주당후보는 30일(현지시간) "중국이 위안화를 인위적으로 평가절하해 미국에서 무역흑자를 보고 있다"고 중국을 공격, 오바마 집권시 양국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문제는 양국이 싸움을 벌일 경우 자칫 한국이 고래 사이에 낀 새우 신세가 될 위험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이고, 미국은 2위 수출국이다. 어느 한쪽을 택해 상대방을 적대시할 수 없는 처지다. 이럴 때 만약 중국이 한국에 대해서 양국간 무역결제를 위안화와 원화로 하자는 제안을 해올 경우 우리 정부는 심각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한국, 싱가포르와 멕시코, 브라질이라는 미국의 앞뜰과 뒷뜰의 중견국가들에게 각각 300억달러의 통화스왑을 체결한 것도 아시아와 중남미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에 따른 게 아니냐는 해석도 하고 있다.
김종인 전 경제수석은 30일 이와 관련, "중국이 한국을 '파트너'로 삼을 것인가, 아니면 '버리는 카드'로 사용할 것인가를 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가 대단히 현명한 고도의 외교를 펴야지, 잘못했다간 큰 위기를 자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전수석은 지난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노태우 당시 대통령 밀사로 중국과 미국을 오가며 한중 수교를 성사시킨 핵심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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