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때 범여권 대선후보로 거명된 이래 말을 아껴온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이 27일 오랜 침묵을 깨고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정책, 이른바 'MB노믹스'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나섰다.
정운찬 "李대통령, 적잖이 걱정된다"
경제전문가인 정 전총장은 이날자 <조선일보>에 기고한 '멀리 가기 위해 조금 천천히 가야'라는 글을 통해 이 대통령의 잦은 경제위기론 언급, 50개 생필품 가격관리, 인위적 원-달러 환율 띄우기, 대기업 중심의 규제완화, 형평성을 결여한 노사 접근 방식 등을 신랄히 비판했다.
정 전총장은 우선 이 대통령의 잦은 '경제위기론' 언급과 관련, "요즘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 위기를 공적인 자리에서 자주 언급하고 있다. 밖으로는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인한 전 세계 금융시장의 혼란, 안으로는 수입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 등 내우외환에 빠진 상황에서 정책관료들에게 경종을 울리려는 신임 대통령의 충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우려도 없지 않다. 아니 적잖이 걱정이 된다"며 본격적으로 포문을 열었다.
그는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잦은 공적 발언을 통해 경제 위기를 기정 사실화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경제 펀더멘털의 어려움을 경고하는 학계와 여론의 지적을 무시하는 반응을 보임으로써 정책 당국에 대한 불신을 자초했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현실 상황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함으로써 오히려 국민들의 심리를 불안하게 하고 그 결과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고 꼬집었다.
"성장률 끌어올리려다 물가불안해지자 박정희식 물가대책 펴"
정 전총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성장률을 끌어올리려 원-달러 환율 폭등을 용인하다가 물가가 불안해지자 박정희식 물가관리 방식을 동원하고 있다고 신랄한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그는 물가 불안과 관련, "물가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도 우려를 낳게 한다. 17일 지식경제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느닷없이 50개 생필품 가격을 집중 관리하라고 지시하여 관련 부처를 허둥대게 했다"며 "마치 70년대 개발독재 시절의 물가 대책을 연상시키는 이 발언은 서민의 부담을 걱정하는 신임 대통령의 의욕 과잉이 낳은 해프닝으로 넘겨버리기에는 매우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정부 당국이 자장면 값, 목욕탕 요금 등을 직접 들여다보는 방식은 단기적으로 '물가지수 관리'에는 성공할지 모르나, 물가 상승 압력 자체를 근원적으로 제거할 수는 없다"며 "또한 시장가격기구를 왜곡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임기 초반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이처럼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성장(경기부양)과 안정(위기관리) 사이의 딜레마를 반영한 것"이라며 "올해 목표치 6%에도 크게 미달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보니 모든 정책수단을 성장률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며 물가불안의 근원이 이명박 정부의 고성장 정책에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환율 상승이 물가 불안을 심화할 수 있음에도 정책 당국은 수출증대를 통한 성장률 제고를 위해 최근의 급격한 환율 상승을 '용인(容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환율 상승이 수출산업과 대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대신 내수산업과 중소기업에 그 비용을 전가하게 되는 부작용 등은 고려하지도 않고 있는 것"이라며 "이러한 성장률 제고정책에 의해 물가 불안이 크게 증폭되자 행정력을 동원한 직접관리와 같은 별 효력이 없거나 무리한 방식으로라도 물가 불안을 막아 보려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이 오랜 침묵을 깨고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질타하고 나섰다. ⓒ연합뉴스 "대기업에게는 관대, 노동자에게는 혹독"
정 전총장은 대기업에게는 관대하고 노동자에게는 혹독한 MB노믹스의 문제점을 질타하기도 했다.
그는 이대통령에 대해 "금산분리 완화, 지주회사 규제 완화,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 등 극히 소수의 대기업만이 관심을 갖는 사안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경기부양을 위한 대기업의 투자 확대가 너무나 절실해서인지, 이런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초래할 시장질서의 왜곡, 경제력 집중의 문제, 금융위기 가능성 증대 등을 고려할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또한 불법파업을 하는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법을 엄정하게 집행하겠다고 하면서, 대기업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며 "자본주의 경제의 장기성장을 위한 기본적 인프라인 법의 지배(rule of law)라는 기본원칙마저도 단기적인 경기부양을 위해 쉽게 포기되는 것은 아닌가 싶다"고 형평성 잃은 노사 접근방식을 힐난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현재 한국경제가 큰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약속한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마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이 대통령의 초조함에 대한 이해를 표시하면서도 "그러나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여 이루어지는 무리한 경제운용은 결국 그 대가를 요구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창조적 실용주의를 표방한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은 명확히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더구나 국가 경영은 사장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기업 경영과는 분명 다르지 않은가. 멀리 가기 위해서는 조금 천천히 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 전총장의 쓴소리는 이미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여러 차례 제기된 것으로 새로운 내용은 아니나, 한때 그를 "가장 강력한 잠재적 경쟁자"로 여겼던 이 대통령에게는 여간 아픈 지적이 아닐 수 없어 향후 이 대통령의 대응이 주목된다.
안전빵은 나서지 마시오 ... 대권의 부축임에 나서다가 타산을 짚어보니 아무래도 안될 것 같으니 주저앉은 양반아! 대권은 니들의 잔치상이 아니라 국민들을 살리고 나라를 일으키는 큰 뜻을 세우고 나서야 한다. 봉사하려는 마음이 있으면 나서서 조금 불리하더라도, 지더라도 그 속한 정치판에서 묵묵히 주어진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을 진대 자기가 원하는 자리이면 하고, 아니면 안하는 당신들의 잔치상이 아니다. 이제 차기를 위해 미리 기지개를 켜는 거라면 가라앉아서 학계의 병풍 역할로 어른들이 병풍처럼 제 역할하는 나라로 좀 바뀌어보자.... 정운찬 총장님!